프랑스 파리가 LoL 올스타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8일부터 11일까지 파리 르 제니스 아레나에서 열린 LoL 올스타 2014를 보기 위해 유럽의 게임팬들은 만만치 않은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한국선수들은 한류스타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LoL 올스타 경기를 관람하며 환호하고 있는 유럽 게임팬들.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유럽 청년들, 한국 프로게이머들에 열광
e스포츠 성지서 열리는 롤드컵 기대 증폭
“한국팀은 세계 최정상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을 궁금해 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유저들이 유럽에 정말 많다. 나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호기심이 많다. 관광도 할 겸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 꼭 가고 싶다. 한국에서 치르는 ‘롤드컵’은 대회의 위상을 높여 줄 것이다.”(빈첸초 아비타빌레·이탈리아·22)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유럽에서 한류스타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예술과 낭만의 도시 프랑스 파리는 축제 분위기였다. 8일은 세계 2차 대전 종전 기념일. 징검다리 휴일을 맞은 파리지앵들은 시내에서 한가로운 여유를 즐겼다. 같은 기간 파리 대중문화공연의 메카 ‘르 제니스 아레나’에서는 프랑스는 물론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 각지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이 열기를 토해냈다. 세계적 팝스타의 공연이 있었던 건 아니다. 바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PC온라인 게임 ‘LoL’의 올스타 프로게이머들이 펼치는 경기를 보기 위해 모여든 인파였다. 푸른 눈의 유럽 팬들은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 전 세계로 퍼져나간 e스포츠 문화에 열광했다.
● 4일 내내 구름관중…암표상까지 출몰
세계 각 지역 최강팀이 모여 자웅을 겨룬 ‘LoL 올스타 2014’에는 대회 첫 날인 8일부터 구름관중이 몰렸다. 총 4200여 관중석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심술을 부렸지만, 열혈 게이머들의 팬심을 꺾지는 못했다. 행렬은 결승이 열린 11일까지 이어졌다.
매일 돈을 지불해야 볼 수 있는 4일 동안의 경기는 매진행진을 이어갔다. 입장료는 20유로부터 50유로까지. 팝스타들의 공연보다는 적은 비용이지만 e스포츠 대회치고는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럼에도 매일 경기장을 찾은 열혈팬을 포함해 나흘 동안 총1만7000여명이 경기장을 다녀갔다. 행사장 앞에선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팬들을 노린 암표상이 출몰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날아와 4일 내내 경기장을 찾은 마르코 사에티(22)씨는 “입장권 가격은 충분히 합리적이고 적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여기 와서 경험한 것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국대표팀 한류스타 못지않은 인기
경기가 열린 르 제니스 아레나는 대중문화 공연장이다. 그동안 브리트니 스피어스, 리한나 등 쟁쟁한 팝스타들이 이곳에서 프랑스 팬들과 만남을 가졌다. 유럽으로 뻗어가고 있는 한류스타도 예외는 아니다. 2011년엔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등 SM타운 아이돌이, 최근엔 B.A.P가 이 곳에서 공연을 했다.
르 제니스 아레나에서 e스포츠 경기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선수들의 인기는 팝스타 못지않았다. 관중들은 나흘 동안 인터넷 등을 통해 접했던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보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장은 관중들의 땀 냄새로 흥건했고,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세계 최강 한국선수들의 인기도 한류스타와 다를 바 없었다. 관중석 곳곳에선 한글로 쓰인 치어풀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페이커’ 이상혁(SK텔레콤 T1 K)이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을 선보일 때마다 경기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에 묻혔다. 10일 열린 준결승 경기에서는 평소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페이커가 7일 생일이었다”고 밝히자 관중들이 즉석에서 깜짝 생일 노래를 선물한 것. 한국에서 올 하반기 열릴 예정인 ‘롤드컵’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아르데슈에서 경기를 보기 위해 6시간 걸려 파리에 왔다는 라파엘(17)은 “SK텔레콤T1 K, 그중에서도 정확한 판단력과 매우 빠른 기술을 구사하며 자신감 넘치는 페이커를 좋아한다”며 “그와 같은 최고의 선수를 배출한 e스포츠의 메카 한국에서 롤드컵이 열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파리(프랑스)|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yke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