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는 여전했다. 가수 김추자가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소리가 망가지기 전에 나오고 싶었다”며 33년 만에 대중 앞에 서는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아내로 엄마로 다시 가수로…33년 만에 복귀
하얀 셔츠에 검은 정장, ‘사자머리’와 선글라스를 낀 김추자는 성큼성큼 단상으로 올랐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턱을 살짝 들어올리며 전방을 응시했다. 시선은 선글라스에 가려졌지만 객석을 살피는 모습은 카리스마 넘치는 ‘보스’ 같았다.
2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컴백 기자회견을 열고 33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김추자의 첫 모습이다. 1969년 ‘늦기 전에’ ‘님은 먼 곳에’ 등을 발표하고 1980년 5집을 낸 이듬해 결혼과 함께 숨어버린 김추자는 “목소리가 더 망가지기 전에 나오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6월2일, 34년 만의 새 앨범 수록곡 ‘가버린 사람아’가 흐르자 김추자는 눈을 감고 기타를 연주하듯 머리를 흔들며 음악에 빠져든 모습은 야성의 로커 같았다.
김추자는 “한결같이 사랑해준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무대로 돌아오게 됐다. 30년 이상을 평범한 아내로, 엄마로 살다 무대에 선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고 설레며 흥분된다”면서 “좋은 노래를 불러 드리고,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활동 당시 ‘간첩 루머’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등 연예생활에 염증을 느껴 결혼과 함께 사라진 김추자는 “가족들이 내게 음악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항상 음악을 곁에 두고 살았다. 그러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다시 노래를 하라. 기다리는 팬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는 딸의 꾸준한 격려에 2012년부터 음반을 준비했다.
2년의 준비 기간에 100여곡을 수집했지만, 결국 자신을 키워준 신중현, 이봉조 등으로부터 1980년대 말에 받은 ‘몰라주고 말았어’ ‘가버린 사람아’ 등 신곡 5곡과, 과거 발표했지만 알려지지 않은 4곡을 엮어 앨범으로 만들었다.
“30년 만에 노래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음악은 옛날부터 했던 것이고, 그동안 음악을 항상 옆에 두고 살아 다시 부르는 건 어색하지 않았다. 라디오로 노래를 듣고 흥얼거릴 때마다 나름대로 해석을 하면서 공부도 했다. 컴백 준비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디바, 전설의 가수 등 수식어가 “정말 싫다”는 김추자는 “어떤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노래를 잘 부르면 좋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올 것”이라며 여유를 드러냈다.
김추자는 6월28·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공연한 후 7월6일엔 고향인 춘천 호반체육관 무대에 선다. 앞으로 계속 음반을 내겠다는 그는 방송보다는 공연으로 팬들을 만나겠다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