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소 섭취 늘리면 변비 극복? “개인마다 달라요”

입력 2014-07-03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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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가기가 무섭다고요?’ 만성변비 환자들은 타인의 시선과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병원을 찾아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쾌변’을 위한 길이다. 스포츠동아DB

■ 만성변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시간은 짧아지지만 대변량 증가에는 한계
변 횟수보단 막히거나 굳은 정도 체크해야
민간요법 의존·장기적 변비약 복용도 조심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 세계 대중음악사에 위대한 업적을 쌓고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그는 1977년 42세에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약물중독에 의한 심장마비로 알려졌지만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등져 수많은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그의 주치의였던 조지 니코플러스 박사가 엘비스의 실제 사인이 만성변비라고 주장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니콜플러스 박사는 자서전에서 엘비스가 만성변비로 고통스러워했으나 주위 시선 때문에 이를 방치했고, 사망 2년 전인 1975년에는 인공항문 성형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만성변비 환자들은 수치심 때문에 병원 찾는 것을 꺼린다. 숨기고 싶은 질환이기에 억측만 무성한 만성변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소개한다.


● 만성변비는 단순히 배변횟수가 적은 것?

일반인은 물론 장기간 변비를 앓아온 환자들까지도 만성변비가 단순히 변을 보는 횟수가 적은 증상이라고 오해한다. 만성변비는 배변 횟수 감소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점 외에도 ▲배변 시 무리한 힘이 필요하거나 ▲대변이 딱딱하게 굳는 경우 ▲잔변감을 느끼고 ▲배변을 위해 부가적인 조치가 필요하거나 ▲항문이 막혀 대변이 잘 안 나오는 것(항문 폐쇄감)과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 또한 약국에서 구입해 복용하는 변비약으로 개선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도 만성변비에 해당된다.


● 섬유소 섭취 늘리면 쾌변?

보통 만성변비인 환자는 섬유소 섭취가 적을 것 같지만 실제로 정상인과 크게 차이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환자가 섬유소 섭취를 늘려 만성변비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만성변비 환자가 섬유소 섭취를 늘리면 장 통과시간은 짧아질 수 있지만 대변량은 그리 많이 증가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단순히 섬유소 섭취를 늘리는 것만으로 만성변비를 치료할 수는 없다.


● 만성변비 방치해도 생활에 큰 불편 없다?

만성변비가 지속되면 복부 팽만감, 잦은 복통, 잔변감, 방귀 등으로 신체적, 정신적인 불편 때문에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진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치료하지 않을 때 유발되는 심각한 합병증이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치핵(치질)으로, 변을 보다 항문 점막이 찢어지기도 한다. 흔하지는 않지만 대변이 장 안에 오래 머물러 수분이 계속 흡수돼 변이 점점 단단해지고 나중에는 장을 틀어막게 되는 장폐색도 발생한다. 장폐색은 극심한 복통과 구토를 동반하며 변비환자를 쇼크 상태에 빠뜨리기도 한다.


● 민간요법·약국 변비약이 최후의 수단?

대부분의 환자가 만성변비 치료를 위해 잘못된 민간요법에 의지하거나 약국에서 판매되는 변비약을 복용해 배변 횟수 증가만 신경 쓴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단순히 증상을 완화시킬 뿐 근본적인 치료는 어렵다. 자의적 판단으로 약국 변비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복부 팽만감과 잦은 가스 등의 사소한 부작용부터 대장 내 수분과 전해질의 손실, 장 무력증 등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반드시 전문의와 함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후 개인의 증상에 적합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 장기간 복용에도 부작용의 위험이 적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만성변비 치료제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세로토닌 4형 (5-HT4 receptor) 수용체 작동체다. 장의 수축·이완 운동을 촉진시켜 배변 활동을 유도한다. 다수의 임상연구를 통해 자발적인 장운동의 빈도 증가, 잔변감 없는 배변 등 여러 부분에서 효과가 입증되었다.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김지원 교수는 “만성변비는 생활습관과 유병기간, 증상이 개인마다 다르므로 보다 정확한 진단과 맞춤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하지만 잘못 알려진 정보로 인해 대부분 환자가 민간요법, 무분별한 변비약 복용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전문의와 함께 적극적인 자세로 치료에 임한다면 수년간 지속된 만성변비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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