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나잊말’ 정우성, 이런 선배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입력 2016-01-08 0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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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성이 충무로를 책임지는 배우 중 하나라는 것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청춘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던 배우는 어느덧 20년을 영화와 함께 인생을 보냈다. 충무로에서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는 배우이자 듬직한 선배가 됐고 그에 따르는 책임감도 자연스레 느끼게 됐다. 그 ‘책임감’의 무게가 어떻든 정우성은 함께 짊어지고 나갔다. 연출을 하기도 했고 단편영화제의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하나 더 늘었다. 제작자 정우성이다.

정우성은 ‘나를 잊지 말아요(감독 이윤정)’에서 주연배우이자 제작자로 나섰다. 영화 ‘놈놈놈’에서 당시 스크립터였던 이윤정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평소 시나리오 습작에 관심이 있다는 것만 알았던 그는 ‘정우성에게 시나리오를 건네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는 이 감독의 말을 전해 들었고 시나리오를 검토하게 됐다.

“선배로서 후배에게 해줘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선망의 대상이라고 해서 말도 못 꺼내는 후배의 모습, 보이지 않는 거리감을 좁히고 싶었어요. 게다가 스스로 잘 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제가 영화를 통해 얻은 게 많으니까 동료들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나눠줄 수 있는 여력이 생겼을 때 해야지, 아무런 힘도 없는데 나눠주겠다고 하면 민폐예요. (웃음)”

그의 말투는 평소와 달랐다. 더 단호했고 진중했다. 후배들과 함께 한 작업이기에 어느 때보다 책임감이 느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그는 “후배들 데리고 헛된 짓 했다는 소리는 안 들어야 하지 않나”며 “양극화가 돼가고 있는 시장 속에서 이 영화가 관계자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국영화계는 메이저와 마이너로 나뉘어져 있어요. 마이너는 메이저로 들어오기 전에 예산과 리스크가 적은 영화를 운영하면서 기성세대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를 창조하기도 하고 영화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하나의 판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게 숙련된 인재들이 메이저로 올라왔을 때 영화의 수준도 올라가고 시간과 비용도 손해를 덜 보게 될 거예요. 그러기 위해선 선배들이 많이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마의 예산이 필요한지, 어떤 메시지를 전해줘야 하는지 등 조언을 해주면 영화가 풍성하고 건강해지고 질도 높아질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은 경력 여부를 불구하고 큰 예산의 영화를 맡기니 부족한 점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거죠. 그래서 가끔 ‘저 영화는 왜 저렇지?’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 같아요.”

늘 배우로만 마주하던 그는 제작자로서의 엄격함과 냉철함이 묻어났다. 실제 현장에서도 그는 엄격한 선배였다. 정우성은 “아마 이윤정 감독이 현장에서 제일 보기 싫은 사람이 나일 수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감성적인 일처럼 보일 수 있는데 저희에겐 ‘일’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면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감성에 치우쳐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프로듀서와 제작자는 감성을 투여해야 하는 감독을 이성적으로 붙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많이 웃지 않았어요. (웃음) 왜 커버리지가 필요한지 설명도 안 해줬고요. 저희 영화 제작비가 29억이에요. 중저 예산이죠. 어쩔 수 없이 스케줄이 타이트하게 돌아가고 빠른 시간 내에 장면을 찍어야 해요. 당연히 설명한 시간은 없죠. 사실 그런 건 다 학교에서 배워서 와야 하는 것들이고요. 단지 제가 할 일은 이 감독이 실행에 옮겨나가면서 이해시켜줬을 뿐 학생처럼 가르칠 순 없었어요. 이윤정 감독이 잘 버텨내 줬고요.”

배우로서 정우성에게 다시 질문을 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10년의 기억을 상실한 남성 ‘석원’을 연기했다. 김하늘이 상대 여배우로 연기했다. 오랜만의 멜로물 도전이다. 그는 “어떤 장르든 나는 상관이 없다. 모두 좋다. (웃음) 이번 영화는 아까도 말했듯 다른 의미 부여가 더 중요했다. 그 중에 하나는 이 영화가 진영(김하늘 분)의 이야기니 김하늘 씨에게 딱 맞는 옷을 보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 영화는 ‘여자의 눈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거예요. 상처 받은 두 남녀의 다른 대처를 보여주고 후반부에 진영이 왜 그래야 했었는지 보여주죠. 석원은 단지 영화적인 인물로 설정됐을 뿐 진영이를 통해 이 영화는 현실적인 사랑, 감정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그러니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석원의 캐릭터로 시작해 진영의 캐릭터로 감정을 이어나갈 수 있을 거예요.”

연기적으로 힘든 점이 없었는지 물어보니 “김하늘이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모든 공을 김하늘에게 돌렸다. 그는 “석원은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나도 자기 편의적인 부분에서 연기를 했고 오히려 참고 있는 진영이 더 어려웠을 것”이라며 “알면서 모르는 체 해야 하는 그 수위 조절이 정말 힘들었을 거다. 진영이는 석원이가 정말 얄미웠을 것”이라고 답했다.

“진영이는 다시 용기를 내는 인물이에요. 사랑에 있어서 용기 있게 직시할 수 있는 감정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자기가 책임지려는 사람이죠. 사랑에 대한 책임과 용기에 대해 진영이가 말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하늘 씨가 정말 어려웠을 것 거예요.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하늘 씨가 좋은 평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정우성이 관객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로맨스에 미스터리한 요소가 가미돼있어서 어떤 사람들에겐 불편할 수 있고 어떤 사람들에겐 신선함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영화든 그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으려면 기대감을 버려야 한다. 꼭 이런 장면이 나올 거라는 기대감 같은 것 말이다. 기대감을 버리고 편하게 보시면 온전히 ‘나잊말’을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진솔하게 말했다.

※정우성이 제작하고 출연한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 후, 10년 간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석원’(정우성)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 지워진 기억보다 소중한 두 사람의 새로운 감성을 그린 감성 멜로다. 이윤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1월 7일 개봉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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