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사라진 사람들’ 감독 “보물 같은 배성우, 시나리오도 없이 캐스팅”

입력 2016-01-20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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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을 연출한 이지승 감독의 1문1답이 공개됐다.

박효주, 배성우 주연의 사건 목격 스릴러 ‘섬. 사라진 사람들’은 염전노예사건 관련자가 전원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공정뉴스TV 이혜리 기자(박효주 분)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사건현장을 모두 담은 취재용 카메라 역시 종적을 알 수 없이 사라져 미궁 속에 빠진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렸다. ‘공정사회’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한 번 관객과 조우하는 이지승 감독의 신작이다.


Q. 프로듀싱했던 노하우가 ‘섬. 사라진 사람들’ 연출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궁금하다.

A. 연출자로서 프로듀싱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무엇을 만들지에 대해 고민하는 기획단계부터 투자유치, 캐스팅, 프로덕션, 포스트단계까지, 감독이 참여해서 본 영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수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면에서 프로듀서 출신이라는 이력은 나에게 영화 전반에 걸쳐 연출자라는 역할에 많은 도움을 준다. 철저한 스케줄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되, 주어진 예산안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한 촬영계획을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Q. 염전노예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사회적인 사건을 영화화하는데 있어 연출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과 기획의도는.

A. 2014년 2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일명 ‘섬노예사건’이 방송되면서 전국적으로 공분을 샀던 이 사건은 나의 인생과 감독 입장에서 많은 키워드를 받았다. '무관심, 이기주의, 무책임, 탐욕' 등 어떻게 21세기에 아직도 ‘현대판 노예’라고 일컫는 사건이 존재하며 사건의 가해자인 갑의 횡포와 그들의 극단적 개인주의, 탐욕이 이끌어낸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같은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 사건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직접적으로 얽힌 당사자뿐만 아니라 관례적이고 관행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사람들의 유착된 행태를 발견했다.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탐욕으로 인한 결과라고 보여졌다. 더 나아가 사건 피해자들이 근본대책을 세워줄 수 없는 사회적인 법 시스템과 부조리로 인해 계속 방치되는 이면을 보면서 누군가는 작은 목소리라도 내야 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



Q. 전작 ‘공정사회’와 신작 ‘섬. 사라진 사람들’까지 두 영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A. ‘공정사회’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후반부 이야기는 허구이듯 ‘섬. 사라진 사람들’ 역시 사실과 허구가 버무려진 영화다. 연출자 본인이 사실을 기초로, 약간의 작가적 상상력이 추가된 어떤 사건 이야기를 진중하게 다룰 수 있지만 그 사건을 극단적이거나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방법보다는 영화적으로 우회해서 조명해보고자 했던 연출자의 영화적 성향이 많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Q. 섬사람들의 갑을 관계, 공 기관의 무관심 등 숨겨진 이야기가 더 많은 듯하다.

A. 핵심 사건에 집중하기보다 그 사건에 수반된 수없이 쏟아지는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소식들에 더 관심을 갖는 현상을 묵도하면서 "과연 핵심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건의 피해자들이 지금도 얼마나 가슴 아프게 하루하루를 지탱하고 사는지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얼마나 될까? 고민하면서 만들었다.


Q. 박효주, 배성우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A. 나에게 ‘현대판 노예’라는 어이없는 사건의 제보를 받고 그 진실을 파헤치려는 여기자 역할과 관련해 박효주라는 배우가 최적의 캐스팅이었다. 그간 작품에서 보여진 천상여자 이미지와 함께 외면적으로 보이는 강인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말투, 행동들이 본 영화에서 보여주는 피해자에 대한 작은 관심이 무언가 숨은 의도로 보여지지 않게끔 연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캐스팅 후 작품에 대해 논의할 때도 감독에게 부족한 여성의 디테일한 감정들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섬. 사라진 사람들’을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시나리오도 없이 캐스팅한 배우가 배성우다. 그만큼 섬 안에서의 나약한 노예 역할과 피해자 역할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그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특히 배성우는 전작 ‘공정사회’로 처음 인연을 맺은 배우다. 겉으로는 많이 들어나지 않지만 영화 내면적으로 ‘공정사회’에서 가장 악한 캐릭터가 누구냐 묻는다면 남편 역의 배성우를 꼽을 수 있다.

이번에도 역시 “과장되지 않지만 가장 자연스럽게”라는 감독의 캐릭터 전달에 배성우는 그 누구도 수행하지 못한 캐릭터 소화를 완벽히 해냈다고 자부하며, 그가 갖고 있는 매력을 꼽자면 그의 얼굴이다. 천진난만한 이미지와 함께 무표정에서 드러나는 악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라 생각한다. 많은 연극을 통해 숙달된 감정표현과 어떠한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얼굴을 갖고 있기에 한국 영화계에서 보물 같은 존재다.

한편, ‘섬. 사라진 사람들’은 오는 2월,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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