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MBC 예능 PD 이적 사태...원인은 역시 회사다

입력 2017-01-05 1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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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PD 이적 사태...원인은 역시 회사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 거대한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 가장 눈에 띄는 징조는 그 지역에서 살고 있던 동물들이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개미들조차 이런 자연재해를 미리 감지하고 떼를 지어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어쩌면 현재 예능국 PD들의 단체 이적 사태를 맞을지도 모르는 MBC도 앞서 언급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름만 봐도 MBC 예능에서 절대 그 기여도가 적지 않은 인물들이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에 대해 MBC 측은 “내부 인사에 관한 문제이므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다수의 방송 관계자들은 “이들에게 제안이 간 것까지는 맞다. 함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닌 만큼 심사숙고 중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번 MBC 예능국 PD들에게 쏟아진 러브콜은 이전에 벌어진 이적 양상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과거에는 신생 콘텐츠 기업들이 지상파 예능에서 잔뼈가 굵은 PD들을 영입해 왔다. 자체 콘텐츠의 층을 두껍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또한 중국 자본이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면서 대거 인력을 영입하는 모습으로도 전개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내 연예 기획사, 종합편성채널, 일반 제작사 등 다양한 곳에서 오로지 MBC 예능국에 집중적으로 러브콜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한 예능 PD는 “채널이 많아진 지금 이적 제안을 받는 것은 절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MBC 예능 PD들에 대한 이적 제안이 많은 까닭은 MBC의 현재 내부 분위기 때문이다.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만큼 이적 제안에 흔들리기 쉬운 것이다. 이적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대상이 제작 노하우까지 갖췄다면 회사 차원에서는 당연히 무리를 해서라도 데려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현재 MBC 예능국에서 이적한 한 PD는 “일반 시민 뿐만 아니라 예능 PD들 역시 MBC에게 바라는 건 언론사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MBC 뉴스가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인식은 예능 PD냐 시사 PD냐를 떠나 내부 구성원으로서의 자존감을 하락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예능과 보도가 얼핏 보기엔 전혀 무관한 분야 같지만 사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공정보도의 자유가 없다면 예능국 PD들 역시 아이템을 낼 때 당연히 ‘자기검열’을 하고 윗선 눈치를 알아서 볼 수밖에 없다. 간단히 말하면 내가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눈치 안보고 만들 자유를 찾아 떠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방송사는 예능 PD들의 이적 혹은 해외 진출 등을 오로지 금전적 이익만을 노린 결정이라고 폄하해 왔다. 그러나 지금 MBC를 둘러싼 일련의 모습들은 애정을 가지고 가꿔온 절이 너무 싫어져 버린 중이 떠나는 것이다.

과거 ‘예능왕국’ 타이틀을 쥐고 방송가를 호령했던 MBC 예능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이적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보다 예능 PD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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