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조’ 현빈, 여전히 어메이징한 이 배우, 이 사람

입력 2017-01-17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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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늘 변화하는 직업이다. 매 작품마다 역할이 바뀌고 배우는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 역할이 끝나면, 또 다른 역할을 위해 도전과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배우 현빈은 ‘모범생’이라는 표현을 써도 좋을 것 같다. 비록 대중들에게는 로맨틱한 말을 건네는 백화점 사장님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방송국PD(그들이 사는 세상), 조직폭력배(친구, 우리들의 전설) 게다가 정신병자(나는 행복합니다)까지 꽤 다양한 역할을 해냈다.

그런 그가 ‘역린’(2014)’이후 스크린으로 다시 돌아왔다. ‘북한 형사’라는 새 옷을 입고 말이다. 3년 만에 돌아와 마주앉은 현빈은 여전히 진중하고 묵직했다. 여유로워진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하지만 매번 질문마다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답하는 모습에서 더 연기적으로 깊어진 모습을 보여줬다.


● “대사 아닌 몸으로 만드는 이야기, 흥미로워”

‘공조’에서 현빈은 북한 특수 정예부대 출신인 ‘림철령’ 캐릭터를 맡았다. 역할을 위해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 전부터 북한의 주체격술과 러시아의 시스테마 무술을 기초부터 다졌다. 액션으로 완벽하게 무장한 현빈의 모습은 입이 벌어질 정도다.

“대사 아닌 몸으로 상황을 만들고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 캐릭터 자체가 말로 하는 것보다 행동이 많아서 액션으로 표현하는 게 많아 몸의 움직임을 신경 쓴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제작팀에게 ‘무술팀과 일찍 만나게 해 달라, 북한말을 빨리 배울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고 저도 빨리 캐릭터에 맞는 몸을 만들려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현빈은 촬영 내내 대역을 마다한 채 고난도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고가도로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리고 물에 젖은 두루마리 휴지를 무기 삼아 맨손으로 싸움을 하기도 한다. 특히 액션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태원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는 와이어 하나만 달고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에 매달려 직접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에 사소한 부상도 있었다.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는 촬영을 하며 다치기도 했고 맨몸 액션을 하느라 관절, 뼈 때문에 팔도 부었다. 그는 혹여 자신이 다쳐 촬영이 밀릴까 더 긴장하기도 했다.

“가장 위험했던 것은 아무래도 차량에 매달리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큰 부상을 입으면 촬영 자체에 지장이 생기니까 액션을 하는 것보다 다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더 긴장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고 사소한 부상은 입긴 했다.”

현빈은 이 영화 때문에 북한말도 처음 배웠다. 그는 “말을 배운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라며 “내가 사용하는 말투가 아니니까 마치 외국어를 배우는 것 같았다. 일주일에 두 세 번씩 북한말을 배웠고 현장에서도 늘 선생님이 상주하셨다. 그래서 감독님과 선생님께 OK를 받아야 그 장면을 넘어갔다”라고 말했다.


● “흥행과 작품성 충돌지점 있지만 내가 준비되면 된다”

현빈은 3년 전 제작비 120억원을 들인 ‘역린’으로 400만 관객을 모아 쓰디쓴 흥행참패를 맛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역린’은 안타까운 작품 중에 하나였다. 영화가 잘 나오고, 안 나오고를 떠나서 시국이 좋지 않은 상황(세월호 참사)이라 극장 자체 관객수가 별로 없었다”라며 “상황에 따른 결과에 대해 배려를 안 해주신 것 같아 좀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그도 작품 선택을 할 때마다 고민을 많이 한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소재와 그가 선택하는 작품이 늘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원하는 것과 대중들이 바라는 것에는 종종 충돌지점이 생기는 것 같다. 사실 내가 모든 작품마다 재벌 역할을 한 것은 아니지만 대중들이 사랑했던 작품이라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라고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스스로 질문을 많이 해 본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해야 할까, 보시는 분들이 바라는 것을 해야 할까.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근에 생각을 정리하면서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한 다기 보다는 시청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끔 내가 준비된 연기자가 된다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앞으로 그렇게 계속 도전하고 싶다.”

현빈의 차기작은 ‘꾼’이다. 또 다시 상업 영화로 관객들을 찾는다. 그는 “20대에는 메시지를 주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만추’나 드라마 같은 것들이 그랬는데, 지금은 시선이 다른 곳으로도 가는 것 같다”라며 “‘꾼’도 메시지가 있지만 오락영화에도 흥미가 간다. ‘꾼’이후에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내게 오는 작품을 하게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확실히, 현빈은 2년 전과는 달라졌다. 대화도 자연스러워졌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경험이나 세월이 여유를 갖게 한 것 같다”라며 “그럼에도 고수하고 싶은 것이 있다”라고 말했다.

“일에 대해 책임감을 갖게 된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이 누군가를 대변하는 사람인데, 대충대충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더 철저하게 일을 하려고 한다. 최고의 결과물을 낳는다고 보장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내가 부끄럽지 않고 떳떳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시간과 돈을 투자해 보시는 관객들을 생각하면 나태해질 수가 없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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