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vs더킹 개봉③] 단 웃음 ‘공조’냐 쓴웃음 ‘더 킹’이냐

입력 2017-01-18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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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영화 ‘공조’와 ‘더 킹’이 설 대목을 앞두고 18일 스크린 전쟁 1라운드에 돌입했다. 두 작품 모두 충무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핫한 남자배우들이 뭉쳤고 국내 대형 배급사가 함께 나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색채는 전혀 다르다. ‘공조’는 설 연휴를 대놓고 겨냥한 오락 영화고 반면 ‘더 킹’은 시국와 밀접하게 맞닿은 정치 드라마다.



● 단 웃음 ‘공조’…대체 불가 현빈-유해진의 ‘버디 무비’

먼저 ‘공조’는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가 시작되고, 임무를 완수해야만 하는 특수부대 북한형사와 임무를 막아야만 하는 생계형 남한형사의 예측할 수 없는 팀플레이를 그렸다. ‘국제시장’과 ‘히말라야’ 등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데는 선수인 JK필름이 선보이는 작품이다.

지난해 설 ‘검사외전’ 황정민-강동원 콤비가 있었다면 올해 설은 ‘공조’ 현빈-유해진 콤비가 아닐까. 사사건건 부딪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유쾌한 웃음과 동시에 ‘브로맨스’ 케미를 자아낸다. 코미디와 인간미에서는 유해진이 확실히 현빈을 끌고 간다. 지난해 원톱 영화 ‘럭키’로 697만 관객을 동원한 그가 아니던가. 유해진의 생활 밀착형 연기는 ‘공조’에서도 빛을 본다. 특히 유해진과 현빈이 극 중 유해진의 가족들을 만날 때 웃음 타율은 더 높아진다. 기대치 않았던 소녀시대 윤아의 활약도 돋보인다.

현빈의 몫은 영화의 메인 장르인 ‘액션’이다. 장르적으로는 종합선물세트에 가깝지만 액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유해진의 날렵한 액션도 감탄을 자아내지만 현빈은 그 이상을 보여준다. 작정한 듯하다.

‘공조’는 대규모 카체이싱을 비롯해 격투, 총격, 와이어 액션에 이르기까지 규모감 있는 액션을 담았다. 현빈은 ‘공조’의 액션을 위해 촬영 수개월 전부터 북한의 주체격술과 러시아의 시스테마 무술을 익혔다. 영화는 시속 100km/h 이상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펼쳐지는 총격 액션뿐 아니라 차량 30대가 동원된 카체이싱, 이태원 도심 한복판에서 맨몸으로 차에 매달린 채 달리는 현빈의 추격신 등 긴박한 액션으로 채웠다. 순간순간 주인공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가는 화면 연출 덕에 마치 1인칭 RPG게임을 하듯 리얼한 몰입감을 안긴다.



● 쓴 웃음 ‘더 킹’…여러분 이거 다 시국 때문인 거 아시죠?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정우성 조인성에 배성우 류준열 김의성 그리고 김아중이 출연하고 ‘관상’ 한재림 감독이 연출했다. 탄탄한 배우진과 감독만으로도 관람 욕구를 확 당긴다.

정우성은 거들 뿐, 이야기를 이끄는 중심은 조인성이다. 내레이션부터 남다른 비중의 그는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한다. 조인성의 원맨쇼를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더 킹’은 한태수의 인생사를 연결고리 삼아 1980년대부터 2010년까지 대한민국 현대사를 시대 순으로 펼쳤다. 곳곳에 실제 뉴스 자료화면을 삽입해 사실감을 높였다. 자료화면 가운데 故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소 짓는 모습은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과거 대통령들의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도 스크린을 채우고 고인이 된 대통령들의 마지막도 결코 짧지 않게 담았다. 노골적이고 직접적이기도 하다. 영화가 “속지 말고 본질을 똑바로 보라”고 말하듯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더 킹’은 픽션과 논픽션을 잘 버무렸다. 분명 영화인데 근현대사 교과서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시사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진중한데도 실소를 터뜨리는 포인트가 있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검사들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단체로 굿판을 벌이는 장면을 보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관객에게 쓴웃음을 안기는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국 때문이고 ‘그들’ 탓이다.

정우성이 연기한 한강식은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감사 청문회에서 본 사람 혹은 사람들을 연상케 한다. “모델이 된 인물은 없다”고 하지만 대입할 수 있는 실존 인물이 너무나 많다는 게 통탄스러울 뿐이다. 관심 있는 만큼 보이고, 느끼는 만큼 분노한다.

이렇듯 ‘공조’와 ‘더 킹’의 매력 포인트는 상이하다. 덕분에 설 극장가는 한층 풍성해졌다. 매력적인 작품들이 모여 선의의 경쟁을 펼칠수록 관객의 선택권은 넓어지기 마련. 볼만한 영화가 많은 것만큼 관객들을 기쁘게 하는 것도 없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지만 꼭 한 작품만 보란 법 있던가. 두 영화의 ‘쌍끌이 흥행’을 기대해본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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