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재난 그 이후…‘아주 긴 변명’ 감독이 韓에 전하는 위로

입력 2017-02-01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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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감독이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의 내한은 ‘우리 의사 선생님’(2009) 이후 두 번째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1일 오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진행된 영화 ‘아주 긴 변명’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먼저 “한국에서는 ‘우리 의사 선생님’ 이후 두 번째로 개봉하는 작품이다. 한국에 내 영화가 종종 소개된 적은 있지만 일본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까지 하기는 어려운데 이렇게 알려져서 감사하다”고 내한 소감을 밝혔다.

‘아주 긴 변명’은 갑작스러운 이별의 슬픔을 마주한 한 남자의 상실과 사랑 그리고 성장까지 담아낸 드라마다. 각본가이자 영화감독인 니시카와 미와가 선보이는 다섯 번째 작품으로 동명소설을 영화화했다.

니시카와 미와는 “소설의 최대 장점은 사람과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를 하다 보면 아무것도 아니게 훅 지나가는 신에 몇 백만 원을 들이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소설에서는 자유롭게 인물을 그릴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이번 작품에서는 순번을 바꿔서 등장인물의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을 소설로 먼저 표현했다. 그의 감정을 소설로 표현했기 때문에 인물을 더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소설과 영화 작업의 차이를 언급했다.

그는 “‘아주 긴 변명’의 키워드는 아이들이다. 어른들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을 소설 속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주 긴 변명’에는 신선한 얼굴이 많다. 주인공 모토키 마사히로와 후카츠 에리를 제외하면 낯선 인물이 대부분. 특히 두 아이 신페이(후지타 켄신)와 아카리(시라토리 타마키)는 주인공 사치오(모토키 마사히로)에게 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인물이지만 연기 경험이 전무에 가깝다. 이들의 아버지 요이치 역의 타케하라 피스톨 또한 낯설기 마찬가지.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이같은 캐스팅과 관련해 “모토키는 영화 ‘굿바이’로도 유명한 실력파 배우다. 피스톨은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뮤지션이고 아이들도 오디션으로 캐스팅했는데 연기 경험이 거의 없다”면서 “모토키가 한번도 겪지 않은 상황을 연기할 때 어떨이 궁금했다. 익숙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그가 새롭게 만들어내는 모습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토키는 완벽해보여도 자신감도 별로 없고 변명이 많은 사람이다. 피스톨과 아이들은 꾸미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옆에 있을 때 오히려 모토키가 당황하더라”며 “배우 중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은 모토키였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역시 아이들과의 작업에서는 고충이 많았다고.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잘 훈련된 아역보다는 ‘아이다움’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아이들을 상대로 연기를 지도하는 것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정말 어렵더라. 아침에는 기분 좋았던 아이가 카메라 세팅이 끝난 시점에는 오빠와 싸워서는 기분이 안 좋아서 촬영을 못한다는 경우가 일상 다반사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다. 내 스승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께 여쭤보니 ‘아이들에게 사전에 대본을 주지 않고 당일 현장에서 대사나 지도를 귓속말로 전한다’고 하더라. 나도 그렇게 하면 ‘아무도 모른다’ 같은 걸작을 만들 수 있을까 싶어서 그 방법도 써봤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 방법은 결국 ‘실패’했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남의 방법을 따라한다고 해서 다 잘 되진 않더라. 현장에서 대사를 알려줬더니 아이들이 딱히 잘 외우지도 못했다. 배우에 따라 연출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을 통해 나도 많이 배웠다”고 고백했다.


‘아주 긴 변명’은 상실의 시간 그 이후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떠나고 남은 사람들의 내면을 깊이 조명한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너의 이름은.’이 그러했듯 세월호 사건을 연상케하는 지점이 있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이 이야기를 처음 생각한 것은 2011년도 연말이었다. 그해 3월에 ‘311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당시 나를 포함해 창조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무력감을 느꼈다. ‘재난 현장에 가서 카메라로 찍는 것 외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서 “헤어질 때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아픔을 말하지 못한 채 살아가겠구나 싶었다. 어쩌면 나에게도 있을 수도 있는 비극적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311 재난이 이 작품의 모토가 되지는 않았다. 여러 형태의 재난과 이별을 보편적으로 그리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세월호 사건이 있었고 또 다른 재난도 있었다. 재난 자체가 우리 영화이 클라이막스는 아니다. 재난과 상실 이후의 삶을 이끌어가는 것이 영화의 테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국적을 넘어 한국 관객들에게도 건네는 위로의 메시지 ‘아주 긴 변명’은 2월 16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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