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이 불합리한 사회의 모순에 대항하는, 강렬한 일침이 담긴 ‘독고영 어록’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리턴’(극본 최경미 연출 주동민) 19, 20회에서는 독고영(이진욱)이 의심스런 행보를 하는 최자혜(박진희)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복잡한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독고영은 안학수(손종학)가 살해된 현장에서 발견된 손자국과 살해 현장 근처에 있던 족적 등을 분석해나가면서 최자혜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던 상황. 여기에 독고영은 ‘악벤져스 4인방’ 그리고 염미정(한은정), 안학수, 김수현의 오빠 김정수(오대환)가 10년 전 김수현 사건에 관련된 것임을 파악했다. 더욱이 부검의 고석순(서혜린)이 갑작스럽게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1999년 여아 변사 살인사건’ 기사를 발견, 이를 캐내려고 조사하기 시작, 긴장감을 높였다.
무엇보다 독고영은 돈과 권력에 좌지우지 되는 삐뚤어진 사회를 비판함과 동시에 가진 자들의 악행에 대한 일침을 돌직구 대사로 날리며 안방극장을 공감시키고 있다. 날카로운 수사촉과 당찬 정의감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도 형사로서 올바른 직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대해 사과를 하는 등 남다른 사명감과 의지까지 드러내고 있는 것. 10년 전 김수현 사건에서 오태석(신성록)-김학범(봉태규)-강인호(박기웅)-서준희(윤종훈) 등 ‘악벤져스 4인방’을 통해 법의 무기력함을 느낀 독고영은 자신의 분노를 통렬한 한방으로 선사했다.
독고영은 극 초반 염미정(한은정) 살인에 대한 강인호의 무죄를 밝히겠다며 경찰서로 오던 서준희가 사라졌다는 설명에 기억을 떠올렸던 상태. “대명 병원 서준희, 김학범,,,서준희”를 되뇌던 독고영은 어쩐지 이상하게 강인호가 낯이 익는다면서 실소를 머금었다. 이어 독고영은 “하나도 안변했네. 십년이 다 돼 가는데”라면서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뜻대로 안 될 거라는 것만 알고 계쇼. 지금까진 돈으로 바르고, 권력으로 쥐고 흔들어서, 저지른 일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게 유도 아니었겠지만, 더는 안 되지. 왜냐? 내가 그동안 나이만 먹은 게 아니라 짬도 늘었네”라고 일갈했다.
이어 독고영은 “석연치 않은 일은 9년 전에 있었죠. 이번에도 적당히 가진 걸 동원해서 지들이 싸놓은 똥, 적당히 덮어 놓으면 안 보일 거로 생각하겠지만, 냄샌 어쩔 건데?”라면서 당시 가진 자들의 부당한 판결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리고는 “그 자식들이 부모 돈 빽 믿고, 무슨 짓을 했는 줄이나 알아? 재판부는 또 어떻고? 돈, 권력한테 딸랑거리는 그노무 법? 아나 똥이요”라고 불합리한 돈, 권력, 이에 놀아나는 사회에 대해 울분을 터트렸다.
더욱이 독고영은 가진 자들의 만행에 대항해 정의를 찾아주지 못한 죄책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독고영은 염미정을 살해했다고 자수한 김정수를 조사하면서, 자신도 살인 계획의 일부였냐 묻고는 “표정 보니 맞네, 무능해서 당신 동생 지키지도 못한 형사, 아나 똥이다. 맞죠?”라며 자조적인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불쑥 “미안했습니다. 이 사과가 소용이 없겠지만 또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그땐 나도 어렸고, 부족했고, 김수현씨를 믿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김수현씨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라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특히 독고영은 “법이 엿 같죠? 나도 알아요. 좋은 법, 나쁜 법, 이상한 법, 형사 일을 해보니까 그렇더라구요. 근데요. 아무리 나쁘고 이상한 법이라도 법은 지켜져야 돼요. 그래야 그 이상한 법이라도 믿어 보고 싶어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거든, 사적 복수? 그건 정당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돼요. 왜냐, 그건 진짜 최악이거든”라면서 복수심으로 불타오르는 김정수에게 참담한 심정으로 정의를 피력했다.
그런가 하면 독고영은 10년 전 김수현의 재판을 지켜보면서 김학범과 서준희, 가진자들이 돈을 이용해 무죄를 판결하는 모습에 울분을 폭발시키기도 했다. 판사가 기나긴 판결문을 통해 무죄를 선고하자 독고영이 김수현과 그 옆의 김정수를 안쓰럽게 바라본 후 “미친 판결문”이라며 이를 악물었던 것. 범죄를 저질러도 가진 자들은 미꾸라지처럼 이를 빠져나가는, 불합리한 사회와 무기력한 자신에 대해 스스로 비판했다.
제작진은 “‘리턴’에서 이진욱은 ‘악벤져스 4인방’이 저지른 악행들에 대해 분노하며, 직접 사건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동시에 그들에게 반기를 든 피해자의 오빠 오대환을 다독이며 자신만의 정의를 지켜내고 있는 것”이라며 “부당한 현실에서 범죄자를 잡는 형사로서 일침을 가하며 정의를 사수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독고영이 최자혜의 비밀을 밝혀내고, 연결된 사건의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 지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