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차트 역주행’ 닐로 소속사 대표 “소셜 마케팅의 힘”

입력 2018-04-1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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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즈엔터테인먼트 이시우 대표. 사진제공|리메즈엔터테인먼트

▶ 새벽에 왜? 혹시 작전?
발라드곡이라 한밤 수요 많기 때문
타깃 설정한 세밀한 홍보가 먹혔다

▶ 장덕철·닐로의 성공 비결은?
특별한 마케팅만으로 통했겠는가
좋은 노래가 기본…‘작전’과 무관

▶ 소셜미디어 마케팅?
돈 없어 방송 언감생심…SNS 올인
5년 전부터 공부한 노하우가 통했다


현재 가요계의 뜨거운 이슈는 한 무명가수의 ‘차트 역주행’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가수 닐로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지나오다’란 곡으로 이달 초 음원차트에 진입하더니 급기야 3주 만에 1위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역주행이라고 하면 대개, 인기 프로그램에 소개돼 뒤늦게 주목받든가, 노래방에서 많이 불려졌든가, 아니면 아이돌 팬덤의 ‘스밍’(집중적인 재생) 덕분이든가, 어떤 ‘계기’가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닐로는 차트에 재진입하기 전까지 알려진 게 전혀 없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그런데도 트와이스나 엑소 첸백시, 위너 등 인기 아이돌 가수들을 가볍게 제치고 17일 현재 멜론 등에서 5일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올해 초 역주행 신화를 이뤄냈던 그룹 장덕철도 닐로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엔먼트(리메즈)에서 한솥밥을 먹는 관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들은 ‘음원 사재기’를 의심하는 상황이다. 국내 공인 음악차트 가온차트의 김진우 수석연구위원도 ‘지나오다’ 역주행 현상에 대해 “역주행을 유발할 만한 직접적인 사건과 계기를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 소속사 리메즈 이시우(28) 대표는 “단연코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항변하면서 “소셜 마케팅의 힘”이라고 말했다. 17일 서울 연남동 리메즈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세간의 궁금증에 답했다.

닐로의 ‘지나오다’ 앨범 이미지. 사진제공|리메즈엔터테인먼트


-역주행으로 인한 논란이 뜨겁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건, 절대 (음원)사재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회사가 바이럴 마케팅 회사라고 알려져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소셜미디어 마케팅 회사다. 바이럴은 포털사이트 등 인터넷을 포괄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고, 소셜은 페이스북 등 SNS 기반으로만 하는 거다. SNS에서는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광고 툴을 사용했다.”


-어찌됐든 ‘마케팅’이 결과적으로 순위를 인위적으로 올린 것 아닌가.

“소셜미디어 마케팅이나 바이럴 방식은 우리뿐 아니라 모든 회사에서 하고 있지 않나. 홍보하려는 콘텐츠를 조금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렸을 뿐이다. 노출빈도를 높일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한 것이 오해를 불러 일으켰는데, 타깃 설정 등 세밀하게 홍보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기술적인 노하우가 있는 게 아니다.”

닐로의 역주행이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새벽시간대에 이용자가 급증해 음원차트에 1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새벽은 아이돌 팬덤이 밤새 집중적으로 스트리밍하는 시간대이기도 하고, 일반 이용자수도 현저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짜 계정들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재생(스트리밍)하면 순위를 올리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로 인해 ‘작전’ 의혹이 제기됐다.

“장덕철이나 닐로처럼 소속 가수들의 장르는 모두 발라드다. 댄스곡이나 아이돌 가수들 곡처럼 한낮에 이용하는 수가 적고, 주로 밤이나 새벽시간대에 듣는 경우가 많다. 이를 분석해 밤 8∼9시 SNS를 통해 동영상을 공개하는 것이다.”


-장덕철이나 닐로를 성공시킨 비결은 무엇인가.

“SNS의 순기능에 집중했다. SNS는 ‘공감’이나 ‘공유’로 퍼져나가는 구조다. 어떤 한 가수를 홍보한다면 이 가수의 어떤 점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 기획의 출발은 무조건 노래다. 노래가 좋아야 한 번이라도 공감할 것이다. 그 다음은 해당 가수가 어떤 타깃 층에 어필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가수를 대중에 알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반 연예기획사가 하는 방법처럼 쇼케이스로 시작해 방송출연에 나서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소속 가수들은 방송사 음악프로그램에 출연시킬 자본력이나 능력도 없다. 오로지 SNS를 통해서만 홍보했다. 5년 전부터 어떤 가수를, 대중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고, 그 결과가 (이번에)나온 것이다.”


-SNS에서 인기가 좀 있다고 해 음원차트 순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가.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그 결과가 음원차트까지 이어지는 건 우리 영역이 아니다.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의혹은 식을 줄 모르고 논란만 가중되고 있으니 관련 기관이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한 것이다.”

사실 SNS에 콘텐츠를 올린다고 해서 대중에게 공감을 얻고 공유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에 수천, 수만 개 넘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SNS에서 ‘좋아요’를 이끌어내고 이 결과가 음원차트 순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우리도 이유를 찾아야하기 때문에 분석해봤다. 가수 권인하 씨가 ‘공감’을 눌러준 것을 보니 50대 이용자들도 관심이 있다는 것으로 평가했다. 부모님 계정으로 10대들이 이용한 것일 수 있다. 물론 모두 가정이고 추측이다.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기 때문에 결과를 놓고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만 놓고 불법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의문을 제기한다면 합리적인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가수 닐로(위쪽)-3인조 보컬그룹 장덕철. 사진제공|리메즈엔터테인먼트


이시우 대표는 2013년 군에서 제대한 후 이 일을 처음 시작했다. 인천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 중도 포기하고 “소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3년 청년창업 경진대회에서 사업 계획서를 제출해 당선됐고, 지원금을 받았다.

“주위에 음악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은 모두 방송에 나갈 수 없는 처지였다. 어떻게 하면 실력 있는 가수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마케팅을 시작한 거다. (가요계)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비난에 대해 안타까운 부분은 있지만, 가수는 음악만 하고 음악으로만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음원차트까지는 우리 영역이 아니니 말할 부분은 아니다. 방송도 중요하지만 매체(중요도)가 모바일로 넘어온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가장 효율적으로 가수를 대중에게 알리는 창구를 SNS라고 생각했다.”

리메즈 측은 15일 “일부 누리꾼이 유포한 허위사실이 확대·재생산되면서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사건의 본질과 관련 없는 소속 뮤지션에 대한 인신공격과 일부 음원사이트에 ‘허위계정 생성’ ‘사재기했다는 댓글’ ‘이미지 조작’ 등을 통한 비방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아티스트 보호와 회사의 명예를 위해 강력한 법적대응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리메즈 측은 이와 관련해 현재 증거를 수집하고 있으며, 하루 이틀 사이 수사를 의뢰한다는 계획이다.


● 이시우 대표는?


▲ 1990년생
▲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중퇴
▲ 2013년 소셜 엔터테인먼트 사업 시작
▲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이브’ SNS 페이지 개설
▲ 2014년 소셜 미디어 ‘딩고’에 SNS 페이지 양도
▲ 2016년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설립
▲ 닐로·장덕철·포티(40)·반하나 등 소속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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