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경력 45년의 베테랑 배우 송옥숙이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그후’의 내레이션으로 참여한다. 영화 ‘다이빙벨 그후’는 세월호 첫 번째 다큐멘터리로,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파동의 도화선이 됐던 고발뉴스 이상호 감독의 ‘다이빙벨’ 이후 4년만에 공개되는 후속작이다.
배우 송옥숙의 남편으로 알려진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2008년 태안 기름유출 현장과 2010년 천안함 침몰 현장,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친 30년 경력의 해난구조 전문가다. 이종인 대표의 부인인 송옥숙은 지난 세월호 참사 현장에 못 가 안절부절하는 남편을 보다 못해 다이빙벨 투입 비용 1억 2천만원을 지원한 장본인으로, 이번 영화 ‘다이빙벨 그후’의 내레이션 참여를 결심하게 된 사연도 감동을 자아낸다.
그는 “아이들을 살리고 싶어 좋은 의도로 나섰다가 그동안 남편과 함께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면서도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 정도는 알고 우리가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레이션에 참여하게 됐다”며 무료로 내레이션에 참여한 배경을 밝혔다.
전작의 영화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가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발한 영화로, 박근혜 정부는 이 영화를 초청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공격에 올인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은밀하게 진행해온 블랙리스트 탄압을 노골화 시켜 국민적 분노를 자아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도한 수석비서관 회의는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작으로 선정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무려 26차례 보고를 받는 등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송옥숙-이종인 부부와 제작사, 배급사는 물론 영화를 상영한 작은 독립극장들에 대해서도 사찰과 탄압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의 내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다이빙벨’ 상영관 좌석을 사전 매입해 상영을 방해하거나 부정적인 댓글을 올리도록 지시한 정황이 확인됐으며, 대통령 비서실은 영화제 홈페이지에 상영 정보가 올라온 것을 뒤늦게 파악했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3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다이빙벨’이상호 감독은 변희재 등 친박 단체에 의해 ‘살인죄’로 고발됐으며, 영화를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경우 파면 조치는 물론 이후 감사원 감사와 검찰조사를 통해 사법 처리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지난 4년 동안 정권의 탄압과 이에 맞선 영화계의 피 튀기는 저항을 담아낸 영화 ‘다이빙벨 그후’는 한편의 영화 상영 이후 벌어진 가공할 음모와 감동 어린 승리의 기록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영화는 전편이 주목한 세월호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는 한편, 한발 더 나아가 '구조 하지 않은 이유'를 집요하게 캐묻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첫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그후’는 5월 개봉될 예정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