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박찬욱의 섬세한 터치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조선시대를 최고의 무신 집안의 아들(박정민)과 그의 몸종(강동원이)이 각각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거장’ 박찬욱 감독이 직접 각본과 제작을 맡아 진두지휘한 작품으로도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메인 연출은 박 감독의 2000년작 ‘공동경비구역 JSA’의 미술 감독이자 2010년 ‘심야의 FM’를 연출한 김상만 감독이 맡았지만, 박 감독이 2019년부터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한 시나리오이니 만큼 영화 곳곳에는 박 감독 특유의 섬세한 터치와 유머가 가득 녹아있다는 공통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부산국제영화제 정한석 프로그래머도 이번 작품을 “종종 숨기지 않고 본능처럼 튀어나오는 박찬욱식 유머 코드가 주는 재미는 물론 굵직한 갈등과 대결의 국면으로 설계해 낸 이야기도 긴장감 넘친다. 무엇보다 시종일관 부딪혀 나가는 박력이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평했다.
김상만 감독과 주연 배우들은 박찬욱 감독 특유의 ‘디테일’에 대해 입을 모아 감탄했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 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 각각이 해당 시대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너무나 잘 녹아있었다”라고 말했고, 강동원은 “대사에 등장하는 단어 하나의 장음, 단음 등 음의 길이까지 신경 쓰는 분”이라고 놀라워 했다.
왼쪽부터 김상만 감독,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액션 블록버스터 사극’을 표방하는 작품이니 만큼 뛰어난 액션 시퀀스에 대한 찬사도 쏟아진다. 특히 어릴 적부터 신분을 뛰어넘은 우정을 나눴던 무신 출신 양반가의 외아들 종려와 면천이 되기를 갈망하는 노비 천영이 왜란을 겪은 후, 결국 각각 왕의 호위무사와 의병으로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며 전혀 다른 스타일을 검술 액션을 펼치는 정면들이 영화의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강동원은 자신의 연기한 천영을 “자유분방한 검술을 쓰고 다른 사람의 검술을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천재 검사(劍士)”로 소개하며 “특히 천영은 여러 인물과 각각 다른 싸우는 장면이 많은데, 때로는 상대방들에 대한 분노를 또 때로는 수련할 때의 즐거움 등 여러 감정을 검술에 담아내려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려 역의 박정민은 “(천영과 함께 지낼 때는)천영과 비슷한 검술을 쓰지만 천영과 떨어진 7년 간의 시간 동안 왕을 호위하고 난 이후에는 천영과는 다른 검술을 구사하는 방향으로 액션을 펼치려 노력했다. 특히 세로로 베는 형식에서 머리 위에서 가로의 베는 형식의 검술을 펼쳤다”라고 말했다.
해운대(부산)|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