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  (뉴시스)

서현진 (뉴시스)



서현진이 26억 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뻔했다.
이 사건을 통해 사람들이 다시 묻는다. “왜 하필 또 빌라인가?”

배우 서현진이 강남 청담동의 고급 빌라에서 전세사기의 피해자가 됐다. 전세 계약만 26억 원. 감정가는 28억 7400만 원이지만 경매는 한 차례 유찰됐고, 최저 입찰가는 22억 9900만 원까지 떨어졌다. 17일 예정된 경매에서 26억 원 이상 낙찰돼야 겨우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동안 서현진은 옥수동의 자신 명의 아파트로 이사한 상태다.

그렇다면, 왜 연예인들은 유독 ‘빌라’를 고집할까?

첫째, 조용해서다.
아파트는 사람도 많고, 엘리베이터에 누가 탈지 모른다. 하지만 빌라는 다르다. 세대 수도 적고, 외부인 출입도 드물다. 팬이나 기자를 마주칠 일 없이 고요한 일상을 보장받을 수 있다. 연예인에게 ‘프라이버시’는 생존과도 같다. 이 조건 하나만으로도 빌라는 매력적인 선택이 된다.

둘째, ‘심리적 피난처’가 된다.
대중 앞에서 살아야 하는 스타들은 집에서만큼은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산다는 것.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은신처’에 가까운 개념이다. 아파트는 ‘사회적 공간’이라면, 빌라는 ‘심리적 사적 공간’이 된다.

셋째, 전세라는 구조 자체가 맞아떨어진다.
연예인은 일정이 불규칙하고, 이동이 잦다. 실거주 아파트를 사면 세금도 부담스럽다. 반면 고급 빌라 전세는 세금 없이, 넓고 조용한 집을 누릴 수 있다. 소득은 높지만, 불확실성도 큰 업계에서 ‘전세 빌라’는 가성비 좋은 선택지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빌라는 정보가 불투명하다.
아파트는 실거래가가 공개되고, 입주민 커뮤니티도 활발해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하기 쉽다. 그러나 빌라는 은밀하다. 실거래 정보도 제한적이고, 집주인 재정 상태나 등기 정보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 틈을 파고드는 것이 바로 ‘전세 사기’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서현진도 결국 임차권 등기를 마치고, 강제 경매를 신청하는 법적 절차를 밟아야 했다. ‘조용한 집’을 원했지만, 오히려 전세금이라는 거대한 리스크가 돌아오고 말았다. 스타의 고요한 일상 뒤에는, 이처럼 치명적인 불안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