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것이 나왔다”…비범한 ‘파묘’, 오컬트의 신기원을 열다 [리뷰]

입력 2024-02-2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겁나 험한 것이 나왔다”는 극중 무당 화림의 말처럼 정말 “험한 영화”가 나왔다. 어떤 영화를 향해서는 비난의 표현이 될지도 모르지만, ‘화묘’에게는 아니다. “험하다”라는 표현은 관객에게 위태로운 공포를 자아내야 하는 미스터리 오컬트 영화를 향한 가장 뜨거운 찬사이자 격려다.

22일 개봉에 앞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일찌감치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이끈 영화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는다. 구마 사제들의 이야기로 544만 관객을 모은 2015년 ‘검은 사제들’, 불교계 신흥 종파와 관련된 기이한 일을 담은 2019년 ‘사바하’로 잇달아 평단과 관객의 고른 호평을 받으며 오컬트 장르의 대가로 떠오른 장재현 감독은 이번 영화에 특유의 번뜩이고 독창적인 아디이어와 연출력을 모두 담아내며 또 하나의 수작을 탄생시켰다.


●오컬트물의 전형성을 비트는 비범함

영화는 이야기는 잇따른 집안 장손들의 건강 문제가 조상의 묫자리를 잘 썼기 때문임을 알게 된 부유한 가족의 의뢰로 시작된다. 이를 위해 실력 좋은 풍수사와 장의사, 두 명의 무당이 힘을 합친다. 이들은 묘를 파내 그 안에서 100년째 잠자고 있던 수상한 관을 관째로 화장하려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로 관이 열리고 이후 섬뜩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여까지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금기’를 깨뜨린 후 저주가 시작된다는 일반적인 오컬트물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 영화의 진짜 비범한 점은 중반 이후 펼쳐진다. 민속신앙과 미신을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역사적 아픔과 아직도 한반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일본 군사주의의 어두운 그림자와 결부시켜 상상하지 못한 반향으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뜬금없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는 타협할 마음이 없다는 듯 뚝심 있게 이 주제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마치 한반도를 위한 거대한 살풀이굿을 하는 무당처럼.


●케이퍼 무비를 보는 듯한 캐릭터 팀플레이

영화의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풍수사 최민식, 장의사 유해진, 무당 김고은과 이도현 등 네 주연 캐릭터의 팀플레이다. 60대 최민식부터 20대 이도현까지 나이도 패션도 완전히 달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은 각각의 매력과 개성을 살려 자기 롤을 충실히 해내면서도 과하게 튀지 않고 하나의 팀 안에서 사르륵 녹아든다. ‘도둑들’이나 ‘오션스 일레븐’ 등 잘 만든 케이퍼 무비 속 캐릭터들의 팀플레이를 떠오르게 할 정도다.


특히 스승과 제자 관계인 김고은과 이도현의 케미스트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페어’로 활동하는 두 사람은 세련된 의상과 말투까지 앞서 여러 작품들에서 그려왔던 전형적인 무속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무당을 그린다. 완전히 새로운 무당 캐릭터이지만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이 뒷받침돼 전혀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또한 일부 대사에 담긴 두 사람의 첫 만남, 피트니스센터를 함께 다닐 정도로 사적인 시간도 함께 공유하는 둘의 모습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스핀오프 편 제작을 조심스럽게 기대하게 만든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