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마지막 리허설 현장, 출입구 안팎 경계 삼엄…개그맨들 열정은 가득

입력 2020-06-0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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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개그콘서트’ 제작진이 21년의 역사를 마무리하며 3일 오후 마지막 녹화를 진행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공개홀 앞.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 KBS ‘개그콘서트’ 마지막 리허설 현장에 가보니…


시청률 하락 폐지설에 ‘몰카’까지
제작진들 오해 줄이고자 ‘함구령’
일부 개그맨들 우회해 건물 입장
박성호 “슬픔조차 웃음으로 승화”

“여기,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의 마지막 녹화를 앞두고 리허설이 한창인 3일 오후 2시. 녹화장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 안팎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입구를 지키고 서 있던 경비원 4명이 외부 전경을 찍으려는 일부 취재진을 제지했다. 이를 본 한 현장 관계자는 “출입구 바깥까지 경비원들이 배치된 것은 최근 들어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1999년 9월4일 첫 방송을 시작해 21년간 쉼 없이 달려온 ‘개콘’은 이날 녹화를 끝으로 ‘무기한 휴업’에 돌입한다. KBS는 “‘폐지’가 아닌 휴식기”라고 강조했지만, 재개 시기는 물론 방송일 등 무엇 하나 정해지지 않았다. 박준형, 심현섭, 김병만, 이수근, 정형돈, 강유미, 안영미 등 스타들을 대거 배출하고, ‘한국형 공개 코미디의 역사’라는 평가까지 받아온 무대의 씁쓸한 휴지기인 셈이다.

● “시청률 하락으로 폐지?”

‘개콘’의 마지막 녹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이후 연출자인 박형근 PD와 김상미 책임프로듀서, 홍보 담당자 등 관계자들에게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답변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3월부터 방청객 없이 녹화하는 상황에서 취재진의 출입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작진은 “방송을 모두 마친 이후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언급을 피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어떤 말을 해도 시청률 하락으로 인한 ‘폐지’로 비치니 부담감이 클 것”이라고 귀띔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일 ‘개콘’ 연습실이 입주해 있는 KBS 연구동의 여자화장실에 불법촬영 기기를 설치한 용의자가 공채 출신 개그맨이라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사실상 마지막 녹화까지 이로 인해 빛 바래는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KBS ‘개그콘서트’ 출연 개그맨들이 사전 리허설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KBS


● “마지막까지 최선을”

이에 제작진은 불필요한 오해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개콘’에 관해 언급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출연진에게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개그맨들은 아예 평소 드나들던 입구가 아닌 다른 길로 우회해 공개홀로 들어가기도 했다. 개그맨들은 마지막 녹화를 기념하는 회식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지면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개그맨들은 평소처럼 녹화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남용, 김성원, 안소미 등 공개홀 앞에서 마주친 개그맨들의 표정은 비교적 밝았다.

박성호는 리허설을 마친 후 스포츠동아와 나눈 전화통화에서 “모든 개그맨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마지막 녹화의 슬픔조차 개그를 통해 웃음으로 승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방송이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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