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김예은, ‘킹덤’부터 ‘항거’까지 “인생의 ‘빛’과도 같았던 작품”

입력 2019-03-23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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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하는 데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들었어요.”

1919년 유관순 열사와 조국의 독립을 향한 ‘만세 운동’을 하다 잡힌 ‘8호실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항거 : 유관순 이야기’를 연기한 배우 김예은은 미안함과 감사함으로 작품을 촬영했다. 늘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미안함과 그들이 있어 지금의 우리가 있음에 감사함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배우로서 연기하는 독립운동가의 모습이 혹여 잘못 표현되지는 않을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김예은이 맡았던 역은 유관순 열사의 이화학당 선배인 권애라 여사였다. 미팅을 하기 전, 김에은이 갖고 있던 권애라 여사에 대한 정보는 사진 몇 장뿐이었다. 더군다나 젊은 시절이 아닌 노년기에 찍은 사진이었고 그에 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이에 연기를 할 때 “‘내가 잘못 표현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걱정이 됐다”라고 말했다.

“촬영에 들어갈 때는 ‘너무 정보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권애라 여사는 머리로 작전을 짜는 것에 더 뛰어난 분일 거라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당장 행동하는 사람이 유관순 열사라면, 먼 미래를 바라보고 행동하는 지략가는 권애라 여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연기를 할 때도 더 과묵하고 신중한 인물로 상상하며 연기했던 것 같아요.”

특히 김예은은 대본에 적힌 토시 하나까지 신경 쓰며 연기를 했다. 혹여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을 해버리면 영화에 담긴 진정성을 해칠까 두렵기도 했다.


“제가 겪어보지 않은 일이니 제가 표현한다고 하지만 이게 어떻게 실제와 같을 수 있겠어요. 그래서 연기를 하는데 계속 죄책감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함께 하는 배우들에게 ‘나만 그런 건가’라고 묻기도 했는데 다들 그런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었어요. 다들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나의 마음으로 촬영했던 것 같아요.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고 다들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항거’ 촬영 전, 후로 달라진 점이 있을까. 그는 “촬영 전에는 무거운 마음이 컸지만 후에는 아쉬움이 더 컸다. 그럼에도 배우와 감독님, 그리고 모든 제작진이 자부할 수 있을 만큼 진심을 다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이나마 다행이다. 세상에 나온 것 역시 내게 기분 좋은 울림이 됐다”라고 말했다.

김예은은 2009년에 배우로 첫 걸음을 나섰다.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부모님 반대가 심해 미술을 전공했지만 영화에 더 관심이 생겨 영화 연출부로 들어갔고 미술감독으로 활동하다 연극 극단의 배우로 연기자의 길을 밟기 시작했다. 그는 “좋은 영화는 좋은 기억으로 남듯, 촉매제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삭막한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상기(爽氣)시키는 사람이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처음 영화판에 뛰어들었을 때는 뭘 해도 재미있었어요. 돈을 안 받아도 재미있었는데 점점 더 프로페셔널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책임감도 막중해지더라고요. 단순히 즐거움으로만 해서는 안 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고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재미있는 건 제가 이런 고민하고 있을 때 한 선배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원래 자기 역할이 제일 어려워.’라고요. 하하.”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한 지 올해로 10년째다. 지난해에는 ‘배우는 과도한 내 욕심이었을까’란 생각에 관둬야겠다는 결심도 했지만 그 때 붙잡아준 사람은 부모님이었다. “시작할 때는 반대를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다”라며 “부모님께서 ‘너 이러려고 시작한 거 아니지 않나’라고 기운을 주시고 있다”라고 말했다.

“독립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한창 하고 있었는데 뭔가 ‘고인 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즐겁지만 동료들이 전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스스로가 한 곳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주변에서 ‘독립영화에서 자주 보이니까 좀 지겹다’,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듣기도 했어요. 다각도로 연기를 해보려 했지만 제작이 무산되는 경우도 좀 있었고요. 1~2년 전에는 제게 있어서 가장 큰 고비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영화인 친구들이 ‘네가 지겹다고? 그럼 너 좋아서 뽑은 난 뭐가 되냐’라며 응원도 해줬어요.”

연기의 갈증이 심해지던 찰나에 생수가 돼준 것은 ‘항거’뿐만이 아니었다. 아주 잠깐 출연했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도 한몫했다.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의 투입으로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가 됐던 ‘킹덤’ 촬영은 김예은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보면서도 내가 출연했다는 사실이 안 믿겨졌다”라며 “특히 평소 팬이었던 배두나 선배와 함께 하게 돼서 정말 좋았다”라고 말했다.


“같은 소속사 선배이라서 오디션 봤다고 하면서 ‘안 될 것 같다’고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어요. 그 때 선배가 ‘그래, 어쩔 수 없이’라고 위로를 해주셨는데 한 달 뒤에 ‘예은아, 너 소식 들었어? 너 합격이래’라고 하시더라고요. 기분이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어요. 현장에서 배두나 선배가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추울까 핫팩도 꼭 챙겨주시고 대본 리딩도 같이 해주시고 제 연기가 어색할 때면 ‘예은아 정신 차려!’라며 지적도 해주시고요.”

비록 시즌 1때 좀비들에게 물려 시즌2에는 출연 기약이 없지만 데뷔 이래 규모가 가장 컸던 작품이었기에 잊을 수 없다고 말하며 연기에 대한 의욕도 더 생겼다고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두각을 드러낼 만큼 뭔가를 하고 있진 않지만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신인이기에 선택의 폭이 너무 좁지만 열심히 하면서 점점 더 감정에 이입할 수 있는 역할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완벽한 사람이 아닌 흠이 있는 사람을 하고 싶어요. 어딘가 모르게 허술한 구석이 있거나 아니면 진짜로 정신적인 결함이 있는 역할을 맡아보고도 싶어요. 빈틈이 있는 사람 냄새나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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