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겨울왕국2’ 이현민 슈퍼바이저 “가족 앨범 보는 기분이 들어요”

입력 2019-12-07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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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겨울왕국2’ 이현민 슈퍼바이저 “가족 앨범 보는 기분이 들어요”

“‘겨울왕국2’ 보면 가족 앨범 보는 것 같아요. 만들면서 일어난 일들이 다 떠오르거든요.”

이현민 슈퍼바이저의 말에는 작품을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더 섬세하고 치밀했다. 단순히 그림을 그려 목소리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성장과 그 과정에서 그가 느낄 내면의 변화, 그로 인한 행동들까지 이현민 슈퍼바이저들을 비롯한 애니메이터들의 손길로 탄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창조’에 가까운 창작활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겨울왕국’(2014) 당시 주인공 ‘안나’의 애니메이터였고 이번 ‘겨울왕국2’에서 ‘안나’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입사 이래 처음으로 슈퍼바이저라는 직책을 맡게 된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뽑아주셔서 감사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슈퍼바이저는 ‘승진’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애니메이터들 중에 슈퍼바이저를 지원해 면접을 보게 된다. 여러 가지 면을 보고 이 직책에 적합한 사람을 뽑는다”라고 말했다.

“전작에서 ‘안나’ 애니메이터로 참여를 했었어요. 제 성격 역시 안나처럼 밝은 편이에요. 회사에서 좋은 일이 생기면 박수도 치고 뛰어다니며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수도요. 저 역시 ‘겨울왕국’에 큰 애정이 있기 때문에 슈퍼바이저로 일해보고 싶었어요. 이 직책이 ‘승진’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어요. 프로젝트가 끝나면 저도 다시 애니메이터로 돌아갑니다. 새 프로젝트에는 새로운 사람을 뽑아서 일을 진행하거든요.”


‘슈퍼바이저’가 하는 일은 제작진과 함께 캐릭터가 갖고 있는 표정, 생각, 그리고 습관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구축하고 80~90명의 애니메이터들이 각자 진행하고 있는 작업을 지원하며 방향성을 지시하는 역할이다. 또한 필름 전체를 보며 캐릭터가 통일성이 있는지 여부도 확인하는 것이 슈퍼바이저가 하는 일이다.

“디즈니는 많은 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요. ‘안나’ 캐릭터 하나를 만드는데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죠. 큰 그림을 그리는 감독님의 의견을 거쳐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죠. 안나의 의상만 디자인하는 분이 있을 정도로 세밀하게 나눠져 있어요. 80~90명의 애니메이터들은 약 2~3분의 장면을 작업하시는데요. 그 전체를 보고 한 사람이 만든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제 역할이기도 합니다.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 있어요.”

전체를 보는 역할이라 고충도 크지만 보람이 더 크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책임감을 느끼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완성되는 모습을 보면 즐겁고 뿌듯하다. 영화를 보면 그냥 그림을 보고 대사를 듣는 게 아니라 그동안의 과정들이 함께 눈앞에 펼쳐진다. 마치 가족 앨범을 펼쳐보는 기분이라고 할까. 그래서 더 보람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홍콩과 말레이시아에서도 살았던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어릴 때부터 디즈니 만화를 보며 영향을 받은 세대다. 그는 “‘라이온킹’을 누군가 보러 간다고 할 때마다 같이 극장에 갔을 만큼 많이 봤다”라며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애니메이션은 ‘로빈훗’이었다. 홍콩에서 살았을 때 부모님이 만류할 정도로 자주 보려고 했던 작품이었다. 이후로 디즈니 작품을 많이 보며 살았다”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제 꿈을 많이 응원해주셨어요. 고등학교 때 일찍 돌아가셔서 디즈니에서 꿈을 이루는 것을 보시진 못했어요. 하지만 항상 어머니가 옆에 있는 것 같아요. 늘 저를 돌봐주신다는 생각이 들고요. 또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엄마를 어머니를 닮아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제 내면 역시 어머니가 키워주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언니, 오빠가 있어 든든해요. 특히 언니랑은 각별한 사이고요. 이들은 엄마가 남겨주신 가장 큰 선물 같아요.”


디즈니에 입사하기 전에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일을 했지만 대학 졸업 후의 첫 직장은 디즈니라고.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디즈니에 입사한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처음 맡은 애니메이션이 ‘공주와 개구리’였는데 매일 꿈꾸는 것처럼 지냈다”라며 “여전히 작업이 재미있고 즐겁다. 늘 새로운 캐릭터와 장면을 만드는 일이지 않나. 단지 단점이라면, 이미 작품을 다 보기 때문에 개봉을 기다리는 재미가 사라졌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디즈니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라면 직원들이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를 향한 사랑과 애정이 크다는 점이죠. 또 디즈니 전통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저희의 목표는 지금 잠깐 볼 작품을 만들기 보다는 몇 세대 뒤에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거예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생각을 하며 작업을 해요. 그래서 더 열심히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된다”라고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사내에서 애니메이터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각자의 이야기, 그러니까 디즈니에 오기까지의 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다”라며 “각각 다른 인생을 살다가 온 사람들이다. 디즈니는 인종, 성별, 나이 등이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회사다. 그러기에 서로에게 배울 점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배관공을 하며 야간 학교를 다니고 입사를 하신 분도 계시고요. 식당에서 일을 하다 온라인 수업을 듣고 들어오신 분들도 있어요. 어떤 길로 왔든, 얼마나 시간이 걸렸든 그 누구도 이르거나 늦거나 틀리지 않아요. 포기하지 않은 채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하신다면 멋진 애니메이터가 되실 수 있을 거예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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