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포항·인천의 축구멘터리, 그 도전에 갈채를

입력 2020-10-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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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미국 네트워크기업 넷플릭스에서 나온 ‘죽어도 선덜랜드(Sunderland ‘Til I Die)’ 시리즈를 우연히 접했다. 스포츠기자지만 여가시간마저 빼앗기고 싶지는 않아 스포츠 소재 영화나 드라마 등은 멀리해온 터였다. 그러나 시리즈1 첫 편을 보곤 이틀 만에 전편을 훑었고, 시리즈2까지 섭렵하기에 이르렀다.

과거 기성용(FC서울)과 지동원(마인츠05)이 몸담아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왕년의 명가’가 챔피언십(2부)으로 강등되고, 급기에 리그1(3부)로 추락하는 일련의 과정이 낱낱이 담겨 몰입감이 대단했다.

얼마 전에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만든 또 다른 EPL 클럽 토트넘 홋스퍼의 2019~2020시즌 여정을 소재로 한 ‘올 오어 노씽(All or Nothing)’이 공개됐다. 올 시즌 초반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는 손흥민이 뛰고 있어서인지 더욱 흥미진진했다. 손흥민의 정착을 도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감독과 얽힌 스토리가 거의 없다는 아쉬움은 차치해도 나름의 맛이 분명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K리그 특정팀의 한 시즌을 오롯이 담아낸 다큐멘터리가 왜 없을까’ 생각해봤다. 전혀 없진 않았다. 매 시즌 잔류와 강등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생존에 성공하는 K리그1(1부) 인천 유나이티드의 2005년 여정을 담은 ‘비상(2006년 개봉)’이 대표적이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K리그 챔피언 결정전까지 나선 당시 인천의 위대한 도전은 일반 대중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다만 선덜랜드, 토트넘의 그것처럼 여러 편으로 제작되는 축구멘터리(축구+다큐멘터리)는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소 1년 이상의 적지 않은 시간과 정성, 자금을 꾸준히 들이는 작업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아서다. 더욱이 콘텐츠를 소화할 채널도 고민이다.

그럼에도 K리그1 인천과 ‘강철군단’ 포항 스틸러스가 이 작업에 뛰어들었다. 여전히 파란만장한 2020시즌을 보내고 있는 인천은 6부작 중 4부를 최근 방영했고, 포항은 5부작(편당 50분)으로 12월 유튜브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배포할 예정이다.

특히 포항이 여기에 뛰어든 계기가 재밌다. 2017년부터 동계전지훈련 영상으로 비시즌 축구에 목마른 팬들의 갈증을 달랬던 포항은 올해 초 50분씩 3부작으로 제작했는데, 반응이 기대이상이었다. 결국 구단 내부에서 “내친 김에 풀 시즌을 다뤄보자”는 의견이 나와 제작을 진행하게 됐다.

최대한 생생한 영상을 위해 제작 PD가 포항에 살다시피 한다. 한 달에 3주 클럽하우스에 머물며 선수단과 동고동락한다. 홈경기 때는 라커룸, 벤치, 웜업존 등에 카메라가 최대 8대가 설치되고 원정경기 때도 가능한 선에서 영상을 찍는다.

당연히 선수들의 적극적 협조가 있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거북해하던 이들의 태도가 굉장히 자연스러워졌단다. 김기동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라커룸을 열어줬고, 제작진에게 종종 속내를 터놓을 정도로 마음을 열었다. 팀 구성원들이 언론 인터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여러모로 실보다 득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요즘은 스킨십의 시대다. 소통은 기본이다. 축구는 시즌은 물론 프리시즌에도 생생히 살아 숨쉬어야 한다. 아직은 미흡하고 한계가 뚜렷하나 팬들과 함께 호흡하려는 인천과 포항의 노력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갈채를 받을 만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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