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홈’ 이범수 “악한 캐릭터 쾌감 느껴…나쁜 짓 할 합법적 통로” [인터뷰]

입력 2022-09-3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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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범수가 영화 ‘컴백홈’으로 선보이는 악역에 대해 “코미디 장르 속에서는 또 다른 결을 드러낼 수 있다”면서 “악역 연기를 할 때마다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컴백홈’으로 컴백한 배우 이범수

무명때 ‘키 작다’며 막말 했던 PD
몇년 뒤에는 ‘우리 범수씨’…황당
후배든 신인이든 다 존중해야죠
배우 이범수(52)가 10월 5일 개봉하는 영화 ‘컴백홈’을 통해 다시 한번 악역에 도전한다. 이범수는 앞서 영화 ‘짝패’, ‘신의 한 수’, ‘인천상륙작전’, 드라마 ‘라스트’ 등에서 연기한 개성 강한 악역으로 관객과 시청자의 시선을 모았다.

영화는 15년 만에 고향으로 내려오게 된 무명 개그맨이 거대 조직의 보스 자리를 이어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물이다. 이범수는 보스의 자리를 탐내는 조직의 2인자로,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로 뽑아내는 코믹한 대사에 비열함을 녹여냈다.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범수는 “악한 연기를 할 때마다 쾌감을 느낀다. 일상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나쁜 짓과 일탈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아닌가”라며 눈을 반짝였다.


●“‘악역 샛별’ 허성태, 늘 응원해”

누군가는 “또 악역이냐” 말할지 모르지만 이범수는 악역을 택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떤 배우든 열 작품, 스무 작품 정도를 하면 캐릭터가 겹칠 수밖에 없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힌 그는 “다만 그 안에서 다르게 표현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미디 영화 속 악역은 다른 장르의 악역과는 좀 달라요. 완벽하기보다 어딘가 부족하고 비어 보여야 하죠. 대놓고 웃기려고 하지 않는 역할이라도 캐릭터가 가진 부족함이 웃음을 유발할 수 있거든요.”

‘악역전문 배우’로 꼽히는 허성태를 지켜보며 “뿌듯함”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2011년 SBS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의 심사위원 자격으로 허성태를 처음 만났다. 이범수는 당시 허성태의 “연기 선생님”이었다. ‘오징어게임’ 등에서 활약한 그에 대해 이범수는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것이 더 많은 배우”라며 칭찬했다.

“(허)성태는 처음부터 좋았어요. 연기를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친구가 멀쩡한 직장과 보장된 미래를 포기하고 꿈을 찾아 연기에 도전한다는 게 대단했죠. 평범해 보이면서도 코믹함, 악역 등 여러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지금도 늘 최선을 다하는 겸손한 배우죠.”


●“제작한 ‘엄복동’의 실패, 배운 점 많아”

아무리 선배라도 “프로페셔널로서 후배나 신인 모두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무명 시절 존중받지 못해 서러웠던 시절을 돌이켰다. 한 방송사 PD로부터 비속어와 함께 “키 작고 잘 생기지 않은 네가 무슨 배우냐”는 막말을 듣고 눈물을 펑펑 쏟았던 때도 있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 한 드라마 촬영장에서 그분과 우연히 마주쳤어요. 굉장히 반갑다는 듯이 ‘우리 범수씨∼’라며 다가오는데 웃음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도 저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 걸 보고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죠.”

‘컴백홈’은 이범수가 출연하고 제작한 2019년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흥행 참패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주연작이다. 그는 “그 영화로 느낀 점과 배운 점이 참 많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는 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수동적인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제작을 통해 먼저 1차적인 판을 까는,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었죠. 사실 여러 상황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제작을 맡게 됐었어요. 그만큼 준비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결과가 좋진 않았지만 좋은 경험이라 생각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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