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조선의 4번타자] “감독님, 대호는 투수보다 타격에 소질이 있습니다”…전설 낳은 우용득 감독

입력 2022-10-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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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로 입단, 타자로 은퇴.’ 우용득 전 롯데 감독(작은 사진)은 투수로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를 타자로 전향시킨 지도자다. “투수보단 타자”라는 우 전 감독의 한마디는 ‘조선의 4번타자’를 만들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190cm 넘는 거구의 신인 이대호
몸이 참 유연…투수보다 타자였다
무리하게 살빼면 되레 몸 망가져
배트스피드·유연성 지키라 조언
참 싹싹했던 대호, 벌써 은퇴라니…
“감독님, (이)대호는 투수보다 타격에 소질이 있습니다.”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는 2001년 롯데에 투수로 입단했다. 190㎝가 넘는 키에 덩치도 컸다. 경남고 시절에는 투타를 겸했는데, 두 포지션에서 모두 소질을 보였다. 당시 신인 이대호를 본 고(故) 김명성 전 롯데 감독은 투수로 키울 생각이었다. 그러나 롯데 2군 감독과 1군 수석코치를 지낸 우용득 전 롯데 감독(72)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대호는 입단 첫 해 전지훈련에 가 투수로 훈련했다. 그래도 ‘투수보다 타자’라고 생각했다. 간혹 방망이를 돌리던 모습을 보면 덩치는 커도 몸이 참 유연했다”고 돌아봤다. ‘조선의 4번타자’의 시작이었다.

우 전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지도자로도 활동했다. 당시 투수로 뛰던 이승엽의 타격 소질을 발견한 적도 있다. 유연한 타격 메커니즘에 맞혔다 하면 담장도 곧잘 넘기던 이대호에게서도 타자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우 전 감독은 “몸도 크고 발이 빠르진 않아도 가진 장점이 워낙 많았다. 무리하게 체중 감량을 시켰다간 몸을 망가뜨려 장점도 못 살릴 것 같았다. 그래서 ‘배트 스피드와 유연성은 너만의 굉장한 장점이니 잘 간직하라’고 말해줬다”며 “그 뒤로 삼성 시절 이승엽, 양준혁에게 한 만큼 정성을 쏟은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우용득 전 롯데 감독. 스포츠동아DB


이대호에게 1군 선수로 뛸 기회를 준 인물도 우 전 감독이다. 감독대행을 맡던 2001년 외국인타자 펠릭스 호세가 징계로 뛸 기회를 잃자, 이대호를 1군으로 호출한 것이 시작이다. 그해에는 6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우 전 감독이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은 2002년부터 출장 기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우 전 감독은 “사실 대호 입장에선 1, 2년차에 보여준 것이 많지 않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재력이 컸기 때문에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며 “내가 롯데 감독 자리를 떠난 뒤 일이지만, 결국 몇 년 뒤 좋은 타자로 크지 않았나”라고 회고했다.

그로부터 어느덧 20년 넘게 지났다. 이대호는 2004~2005년 2연속시즌 20홈런을 넘긴 뒤 2006도하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발탁되는 등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한·미·일 프로야구는 물론 숱한 국제무대에서 동료들에게 귀감을 주는 타자였다. 이제 이대호는 굵직한 족적을 뒤로 한 채 그라운드와 작별한다. 마지막인 만큼 그는 자신에게 처음 기회를 준 우 전 감독을 종종 떠올리기도 했다. 우 전 감독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 하니 대호를 처음 본 순간도 떠오른다. 참 싹싹하고 밝았다. 은퇴하지만, 앞으로도 한국야구를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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