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나선 JD 밴스 미국 부통령(가운데)이 11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해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왼쪽)과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P/뉴시스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나선 JD 밴스 미국 부통령(가운데)이 11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해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왼쪽)과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P/뉴시스


美 300명-이란 70명 대규모 협상단
협상장 세레나 호텔, 투숙객 다 비워
양국 신경전에도 일각선 ‘타결’ 전망
‘이란 동결 자산 해제’ 보도, 美 부인
이스라엘 ‘몽니’ 변수…세계 이목 쏠려
미국과 이란 협상단이 11일(현지 시간) ‘세기의 담판’을 위해 종전 협상 장소인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만나 회담을 시작했다. 양국은 2월 28일 전쟁 발발 후 43일만에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에 건설적으로 협상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휴전 기간에 공습을 멈추지 않는 등 이스라엘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입장을 좁힐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날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이슬라마바드 협상’이 시작됐다. 미국 CNN은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직접 대면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1979년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양국 간 이뤄진 최고위급 대면 협상이다. 당초 미국과 이란 협상단이 각각 다른 방에 머물고, 파키스탄 측 인사들이 두 방을 옮겨다니며 말을 전하는 식의 간접 회담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실제로는 미국과 이란이 마주 앉은 것이다.

앞서 미국 협상단은 안보, 보안, 의전, 자문위원회 등 총 300여 명이 이날 도착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전용기를 타고 이슬라마바드 인근 누르칸 공군기지에 도착해 파키스탄 고위 관리들의 영접을 받았다. 그는 별도 항공편으로 먼저 도착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회담 장소로 유력한 5성급 호텔 ‘세레나’로 이동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가운데)이 미국과의 회담을 위해 10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해 영접인사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2026.04.11. 이슬라마바드=신화/뉴시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가운데)이 미국과의 회담을 위해 10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해 영접인사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2026.04.11. 이슬라마바드=신화/뉴시스


이 호텔은 12일까지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 상태다. 협상 대표단의 숙소로도 쓰이기 때문에 보안을 이유로 일반 투숙객은 모두 내보냈다고 한다. 주변에는 삼엄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란도 안보와 정치, 법무 분야 전문가 등 70여 명 규모의 협상단을 꾸려 전날 밤 파키스탄에 도착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협상단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에게 협상 전권을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협상단은 파키스타행 항공기에 미군 오폭으로 숨진 초등생들의 영정 사진을 싣고 왔다. 갈리바프 의장은 이 사진들을 바라보는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강경 기조를 예고했다. 항공기에는 숨진 학생들의 가방도 실렸다고 한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10일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항공기 내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어린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X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10일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항공기 내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어린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X


양측은 협상 전부터 신경전을 시작했다.

밴스 부통령은 파키스탄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협상이 긍정적일 것”이라면서도 이란을 향해 ”장난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질세라 갈리바프 의장도 “미국이 협상을 무익한 쇼와 기만 작전에 이용하려 한다면 신에 대한 믿음과 우리 국민의 힘에 의지해 우리의 권리를 실현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또 레바논 내 휴전, 동결된 이란 자산 해제 등을 선행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슬라마바드=AP/뉴시스]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나선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11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6.04.11.

[이슬라마바드=AP/뉴시스]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나선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11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6.04.11.



반면 양국이 대규모 협상단을 꾸려 온 것은 이번에 반드시 협상을 타결시키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외신에서는 미국이 카타르 등 해외 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산의 해제에 합의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백악관은 이를 부인했다.

문제이자 변수는 이스라엘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공격을 자제하라고 요구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주변국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휴전 선언 이후에도 친(親) 이란 세력 헤즈볼라가 있는 레바논을 공격했다.

[이슬라마바드=AP/뉴시스] 종전 협상에 나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왼쪽)이 11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6.04.11.

[이슬라마바드=AP/뉴시스] 종전 협상에 나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왼쪽)이 11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6.04.11.


양측은 협상에 앞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각각 회담했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이란 협상단이 샤리프 총리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란 측은 파키스탄 측에 레바논 휴전이 ‘기존 요구사항’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에 따르면 백악관은 밴스 부통령과 샤리프 총리가 이날 양자 회담을 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위트코프 특사와 쿠슈너도 참석했다.

협상을 중재한 파키스탄은 양국에 건설적으로 협상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양측이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어 ”중재국으로서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쟁의 지속적이고 항구적인 해결을 위해 파키스탄이 계속 중재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후 통첩 이후 휴전 성사를 위해 양측과 긴밀히 조율을 벌여왔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