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G3, '무모한 촬영기' (2) 스마트폰으로 화산을 촬영하다

입력 2014-06-13 17: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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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LG G3, '무모한 촬영기' (1) 스마트폰으로 화산을 찍는다고? - http://it.donga.com/18288

Day 3. 05/13

앰브림 화산을 향해 떠나다!

앰브림 화산 도전기는 셋째 날에도 계속된다. 오늘은 꼭 화산에 오르리라, 아침 7시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대기했다.

“조금 전 파일럿과 통화했는데 앰브림은 헤비 레인이라고 하네요. 계속해서 기상 상황을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8~9시 사이에 출발 가능하다고 보는데요, 확실한 답변은 업데이트 전화를 받아야 알 것 같습니다”
“거긴 계속 비가 오는군요… 바람이 세지 않으면 올라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어느 정도 비는 괜찮지만 헤비 레인은 안 된답니다. 파일럿도 가고 싶어하니, 일단 대기할게요”

그래도 오늘은 운이 따랐는지, 9시에 비로소 헬리콥터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생각해보니, 처음에는 그토록 두려워하던 화산이었는데 이제는 못 가서 야단이다)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헬리콥터 문 여는 방법까지 듣고 나니, 화산으로 간다는 것이 새삼 실감났다.


두두두두두두두….

헬리콥터가 출발을 준비하며 슬슬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몸집보다 더 큰 날개가 회전하자 사방이 요란해졌고, 파일럿은 헤드셋을 끼라고 조언했다. 울음을 뚝 그친 양 주변이 조용하게 느껴진 찰나, 헬리콥터가 사뿐히 날아올랐다.



포트빌라의 풍경은 점점 작아지더니 어느덧 한 눈에 들어왔다. 푸르름이 울창한 숲과 새파란 바다가 교차하며 하늘 위를 날았다. 유려한 곡선으로 바다를 끌어안은 섬들, 아른아른 바다 위에 비치는 구름의 모습. 이런 장면을 그대로 놓칠 수는 없었다. G3로 촬영한 동영상은 다음과 같다. (http://www.youtube.com/watch?v=b62qSYXejyc&feature=youtu.be)

헬리콥터는 비행기와는 달리 흔들림이 심했다. 몸집이 작아서인지 강한 바람이 불면 훅- 하고 흔들리기도 했다. 날개가 돌아가는 소음과 함께 진동도 계속된다. 이렇게 움직임이 심한 공간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면 제대로 된 결과물을 얻기가 어렵지만, G3 카메라에는 흔들림을 보정하는 ‘OIS 플러스’ 기술이 탑재돼 안정감 있는 결과물을 제공했다. OIS 플러스는 전작인 ‘G프로2’에도 들어간 바 있지만, G3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여긴 오지가 아니라 사지야

잘 나가던 헬리콥터가 갑자기 산 중턱에 내려앉았다. 화산 정상 부근이 날씨가 흐려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상에 도달하기 전, 화산이란 어떤 곳인지 난생 처음 발을 디뎌보기로 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설마 이런 곳에서 뭘 기대하겠니’ 생각은 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그래도 여기는 산 중턱이라 나무는 있었다. 화산 꼭대기는 완전한 불모지일 것이다. 사방은 검은 화산재로 이루어진 흙만 가득했다. 흙을 만져보니 마치 숯 같았다. 그제서야 새삼 오지라는 게 실감났다. 아니, 여긴 오지가 아니라 사지야!

“아하하하하….”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득했다. 여기가 이 정도라면 정상은 어떨까? 일행들도 말문이 막혔는지, 쪼르르 모여서 산 정상만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앞은 용암이요, 뒤는 절벽이요


산 정상을 뒤덮고 있던 흐릿함이 한결 가시자,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을 살펴보니 색색깔의 베이스캠프가 보인다. 한국, 뉴질랜드, 바누아투 국기가 거친 바람에 나부끼고, 현장에 미리 와 있던 사람들이 손짓하는 것을 보니 그래도 위안이 됐다. “안녕하세요!”

처음 본 사이임에도 모두 적극적으로 와서 인사를 건넨다. 헬리콥터가 도착하자 한 뉴질랜드인이 문을 열어주며 환하게 웃었다. 제프 맥클리의 일행이자 제1 카메라맨, 브래디 앰브로스(Bradley Ambrose)다. 제프 맥클리(Geoff Mackley)와 제2 카메라맨인 스콧 베렌스(Scott Behrnes)도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하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제프 맥클리는 전세계 14개국 34개의 활화산을 직접 촬영하는 유명 모험가다. 유튜브에 482개 익스트림 동영상이 있으며, 유튜브 동영상은 3,000만 뷰를 돌파했다. 취재를 오기 전에는 이런 이야기만 들었으니 왠지 어마무시한 사람이라고만 상상했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놀라웠다, 이 전쟁터 같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어쩜 이렇게 티없이 밝은 모습일까.

“여기까지 오셨으니, 우선 용암부터 보러 가시죠!”

뭐니뭐니해도 하이라이트인 ‘화산’을 눈으로 직접 볼 차례가 왔다. 바로 앰브림 화산의 마룸 분화구에 자리한 거대한 용암호수를 관찰하는 것이다. 용암이 잘 보이는 장소를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데, 앞은 용암이요 뒤는 절벽이었다. 절벽이 워낙 가파르니,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걸어야 했다.


용암이 잘 보인다는 명당(이라고 쓰고 ‘벼랑 끝’이라고 읽는다)에 다다르자, 제프가 웬 마스크를 건넸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화산 지대에는 화산가스가 끊임없이 분출된다. 화산가스의 주 성분은 아황산가스(SO2)인데, 지독한 황 냄새에 코가 찌푸려지기도 하거니와 인체에 유독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편안히 숨쉬기가 어려운데다 가스 냄새 때문에 멀미가 날 것만 같았다. 으엑.


용암호수는 절벽 아래에 있기 때문에, 절벽 끝에서 밧줄을 붙잡고 관찰하는 것이 안전하다. 여기서 밧줄이란 생명줄과도 같은 셈이다. 절벽 높이는 무려 500미터. 500미터면, 대략 63빌딩 2대 높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것도 직각 절벽이다. 세상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만 보던 절벽에 서 있다니. 그래도 애니메이션 주인공은 절벽에서 뚝 떨어지더라도 전혀 다치지 않고 멀쩡하지만, 우리 현실은 안 그렇지 않나. 한 발만 잘못 디뎌도 큰일이 날 수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절벽 끝이라 그런지 바람조차 거세게 몰아쳤다. 스산한 느낌에 밧줄을 꼭 쥐었다.


“좀 더 가까이 와보라” 유혹하는 태양

절벽이 워낙 높다 보니, 낭떠러지 끝에 서지 않으면 용암호수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 어려웠다. 더 가까이, 더? 더 가야 해요? 어떻게! 처음에는 두려운 마음에 한 발짝 디디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점점 다가갈수록 용암이 치솟는 소리가 그르르릉 울려오는 것도 몸서리쳐졌다. 하지만, 우연히 눈 앞에 비춰진 용암호수의 모습을 보자… 생각이 달라졌다. 그 모습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던 것. “오! 오! 우와! 오!” 나도 모르는 새 요란한 감탄을 반복했고, 이런 반응을 지켜본 제프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화산을 찾아 다닌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못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화산을 직접 보고 나니, 제프가 왜 화산 탐험을 멈추지 않는지 이해가 되었다. 용암 호수의 느낌은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유혹이었다. 붉게 화내고, 노랗게 웃고, 분홍빛으로 미소 짓고, 주홍빛으로 수줍어하는 모습을 시시각각 보여주었다. 둥그런 호수의 모양새는 마치 태양과 같았다. 태양이 이글거리듯이 불꽃들이 춤을 추었고, 그 모습이 휘황찬란하게 빛났다. 태양의 흑점을 닮은 검은 불티가 그 주변을 맴돌며 용암호수를 수호했다. 좀 더 자세히 지켜보니, 용암호수가 하트 모양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구의 심장이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500미터 절벽 아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암호수가 엄청난 소리로 절규했다. 마치 모든 걸 삼켜버릴 것만 같은 기세였다. 천지를 울리는 소리가 심장박동 소리처럼 고동쳤다. 마치 누군가에게 분노를 토해내는 것 같기도 하고, 뜨겁게 사랑 고백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1200도로 끓는 온기는 절벽 끝까지 도달해 두 뺨을 가득 상기시켰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이 정신을 매료시켰다. 보는 순간, 그리워졌다. 불나방처럼 달려들어 계속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붉은 장막은 ‘들어와. 좀 더 가까이 와봐’라고 달콤하게 속삭였다. 신기하게도 ‘가까이 와보라’는 유혹은 모든 일행들이 똑같이 느낀 감정이었다.


(본 기사에 삽입된 LG G3로 촬영한 원본 사진은 '여기'를 누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크롬에서 더욱 원활합니다)

제프 맥클리, 모험가의 이야기

제프 맥클리는 약 15년 동안 화산을 탐험해 온 모험가다. 어린 시절부터 제프의 아버지는 눈보라나 홍수가 일어났을 때, 제프와 그의 동생들을 데리고 사진을 찍으러 가곤 했다. 제프가 자연과 사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러한 유년기의 경험 때문이리라. 그는 전국 각지에서 자연재해 현황을 포착하는 뉴스 카메라맨으로 성장했다.

제프: “뉴스 카메라맨으로 일하던 어느 날, 화산에 갈 기회가 생겼어요. 아마 1997년이었을 겁니다. 뉴질랜드에 있는 루아페후(Ruapehu) 활화산을 촬영했는데, 화산이 분출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어요. 그 날 이후로 본격적으로 화산 탐험을 시작했고, 아직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자연재해 사진을 찍는 카메라맨이라 할지라도 화산 촬영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제프: “실제로도 주변 사람들이 ‘미쳤구나’, ‘그러다가 금방 죽을 거야’라고 말했어요. 가족이나 친구들, 특히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셨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산 탐험을 멈출 수는 없었어요. 화산 폭발이란 지구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 중 가장 황홀한 쇼라고 생각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 중 하나가 화산 탐험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무섭진 않으신가요?”
제프: “그런 생각은 별로 안 들어요. 화산을 관측하러 내려갈 때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안전 장비, 그리고 팀원들이 잘 내려오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다 보면 두려움이 떠오를 겨를이 없더라고요”


그래서일까, 이번 G3 프로젝트가 끝난 뒤 계획을 묻자 제프는 “물론, 계속 화산을 탐험할거예요. 바누아투와 아프리카에 있는 다른 화산들을 쭉 둘러볼 계획입니다(웃음)”라고 말했다.

제프는 화산 외에도 지진이나 쓰나미, 태풍 등 자연재해가 난 곳을 찾아다닌다. 예를 들면 태풍 ‘매미’가 불어닥쳤을 때에도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왜 이토록 험난한 곳을 향하는 걸까. 누군가는 그런 일은 위험하다고만 생각하거나, 이슈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제프: “자연재해를 사진으로 남기는 일은 굉장히 중요해요.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겪고 원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릴 때, 실제 현장을 포착한 사진이란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저는 이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끊임없이 촬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난 장소에 가는 게 어렵다는 이유로 주목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변하지 않잖아요. 어려운 상황들을 알려 많은 이들이 도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카메라의 존재 이유 아닐까요?”

인터뷰를 마치고 난 그는 위험을 좇는 괴짜가 아닌, 도움을 필요로 할 사람들을 위해 어려움을 무릅쓰고 현장을 포착하는 모험가이자, 뉴스 카메라맨으로 빛나고 있었다.

전문가가 살펴본 G3 카메라는?

화산을 탐험할 때 챙겨야 할 장비들은 여러 가지지만, 무엇보다 생생한 장면을 담고자 카메라에 많은 투자를 하는 편이라고. 일반적으로는 TV 방송용으로 나온 HD 카메라를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LG G3를 사용했다. 카메라를 담당하는 브래디가 G3 사용 소감을 밝혔다.


브래디: “스마트폰 카메라가 이 정도로 훌륭하다는 것이 참 놀라웠어요. 저희가 카메라맨이다 보니 촬영 장비에 관심이 많은데, G3는 방송 카메라에 준할 만큼 뛰어나다고 봅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4K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실제 결과물도 마음에 들고요”

제프: “사실, G3 카메라는 제가 20년 전부터 꿈꾸던 기능이었어요. 불과 5년 전만 해도 TV 방송용 카메라가 80kg이었고, 4K라는 개념은 존재하지도 않았지요. 하지만 이제는 작고 가벼운 스마트폰으로 고품질의 사진과 동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인터뷰는 끝났는데 브래디는 계속해서 G3 카메라를 살펴보았다. 음성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기능을 발견하고선 일행들에게 사용 방법을 물었다. 음성 촬영이란 ‘치즈, 스마일, 위스키, 김치, 엘지’ 등의 명령어를 말하면 사진이 찍히는 기능이다.

“정말 엘지라고 말하면 촬영이 되나요? 엘지!”
“막상 말하면서 사진 찍으려니까 부끄럽네요. 어떻게 말해야 잘 되지? 엘지, 엘쥐. 엘~지!”
이 광경을 지켜보던 스콧이 장난을 쳤다. “귓속말을 해 주면 어떨까요? (속삭이듯 재빠르게) 엘지!”

브래디가 가장 감탄했던 기능은 ‘매직 포커스’. 매직 포커스는 사진을 촬영한 뒤 사진 초점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이다. 사진을 찍고 난 뒤 초점을 조정할 수 있어 편리하며, 사진 분위기를 다양하게 연출하기 좋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초점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네요. 또 어떤 기능들이 있나요?”


과연 앰브림을 빠져나가는 건 순탄할까?

‘쏴아….’

앰브림 화산의 날씨는 상당히 변덕스러웠다. 비가 내렸다가, 맑았다가, 구름이 끼었다가, 굵은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 무지개가 떴다가, 잔뜩 흐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날씨가 20~30분 간격으로 바뀔 정도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맑더니, 갑자기 또 비가 내린다.

여기서 잠깐, 불현듯 불안감이 스쳤다. 앰브림 화산에 오는 것이 그토록 힘들었다는 것은, 빠져나가기도 힘들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해가 저무는 5시까지 출발하지 못한다면 꼼짝없이 갇힐 수밖에 없다. 세상에, 과연 우리는 빠져나갈 수 있을까?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째깍째깍, 어느덧 시간은 흘러 5시가 다 되어가는데 날이 잔뜩 흐려지기 시작했다. 날씨가 변덕스럽다는 사실만 믿고 끝까지 기다렸건만, 날씨는 점점 심술궂게 변했다. 그래도 헬리콥터가 오고 있다고 해서 조금은 기대해 보았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헬리콥터 소리는 들리는데, 하늘이 잔뜩 찌푸려져 있는 바람에 도통 눈에 띄지가 않았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이런 기상 상황이라면 파일럿이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낮에 보아 익숙한 헬리콥터가 조심스레 안착했다. 과연 출발할 수 있을까? 안전벨트까지 다 하고 앉아 있는데, 파일럿(이하 빈)이 한참 동안 하늘만 바라보았다. 어째 불안하다.


빈: “오늘은 안 되겠어요. 내리세요…”

그렇다, 결국 갇혔다. 앰브림 화산에 오기까지 3일을 기다렸는데, 호락호락 보내줄 리가 없었다. 우린 그렇다 치고, 이 고립무원에 파일럿까지 갇힌 상황이 너무나 우습고 황당했다. 결국 이렇게 1박2일을 찍는구나, 왠지 벌칙을 받는 느낌이었다!

다시 돌아오자 제프 일행이 깔깔 웃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작별 인사를 나누었는데 이 사람들, 아주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태연하게 다시 인사를 건넨다. 브래디와 스콧이 두 팔을 벌리며 밝게 웃었다.

“웰컴!”

화산의 주식은 컵라면?

낮에 앰브림 화산에 도착했을 때, 베이스캠프와 텐트를 보고 ‘여기는 웬 난민수용소인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필자 역시 그 난민으로 합류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 험난한 상황에도 다정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보기에는 웬 피난처 같지만(?) 베이스캠프 내부 시설은 제법 잘 갖춰져 있었다. 오늘의 요리사는 스콧. 마치 제비가 먹을 것을 물고오면 새끼들이 입을 벌려 받아먹는 것처럼, 지친 일행들은 스콧이 부쳐주는 정체불명의 전(맛은 보장됐다)을 열심히 나눠먹었다.


사실, 화산의 주식(?)은 컵라면이었다. 이번 프로젝트 참여자들 중 화산에 가장 오래 체류했던 한 분은 일주일 내내 삼시세끼 컵라면만 먹었다고 했다. 왠지 올드보이가 생각났다. 그래도 필자는 하루만 체류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가….

한편, 한국 컵라면을 처음 먹어본 빈이 외쳤다. “이게 바로 화산 맛이야!”

악마의 속삭임, 이건 파멸이야

앰브림 화산의 궂은 날씨는 야외취침 벌칙을 내리는 대신, 밤에 빛나는 용암호수의 모습을 선사해 주었다. 사실, 밤에 보는 용암의 모습은 더더욱 아름답다. 밤이 되면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와 용암의 불빛이 섞여 온 하늘이 붉게 빛난다. 주변이 어두우니, 용암의 불빛이 더욱 선명하게 일렁이는 것은 물론이다.


날이 저무니 화산의 수증기와 용암의 불빛이 뒤엉켜 아주 진하고 불그스름한 노을을 만들어냈다. 용암호수는 생김새도 태양을 닮았는데, 노을까지 만들어내는 것까지 비슷했다. 어쩌면 화산이나 용암이라는 것은, 차마 태양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는 인간을 위해 신이 남긴 선물일지도 모른다. 물론 선물이라 할지라도 조심해야 했다. 그래서 밤에는 절대 혼자 가서는 안 되고, 제프 일행이 동행하는 것이 규칙이었다.


주변이 어두워지자 용암호수의 불빛은 더욱 환하게 빛났다. 낮에 보았던 모습보다 더 유혹적이었고, 더 달콤했다. 두렵고 위험하다는 사실보다 아름다운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다는 욕망이 더 크게 자리잡았다. 밤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데도, 너도나도 불나방처럼 달려들어 홍조 어린 경외를 지켜봤다. 용암호수는 볼 때마다 항상 그 모습이 달라 더욱 궁금증을 유발했다. 동그랗다가도 하트 모양 같았고, 붉은빛과 노란빛과 진홍빛과 노을빛을 끊임없이 보여주었다.



‘들어와, 좀 더 가까이 와봐’ 속삭이는 소리가 다시금 들렸다. 이건 파멸이었다, 악마와의 거래로 모든 것을 파멸할 뻔한 파우스트가 떠올랐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했다. 현실에선 파우스트와 같은 신의 구원은 없을 것이니.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일행이 말했다. “어쩌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 기사에 삽입된 LG G3로 촬영한 원본 사진은 '여기'를 누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크롬에서 더욱 원활합니다)

난중일기를 기록하며

거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텐트는 견고했다. 많은 이들의 따스한 손길도 있었고, 알고 보니 에베레스트를 등반할 때 쓰는 텐트라고 했다. 그게 아니면 다른 텐트들은 다 날아간다고. 아니나다를까. 밤이 되자 바람은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안녕히 주무세요. 쥐가 들어올지도 모르니 문은 꼭 닫으시고요”
“네? 화산에 쥐가 있다고요?”

알고 보니, 며칠 전 헬리콥터로 먹거리를 공수해 올 때 쥐 2마리가 상자에 숨어 들어왔었다고 한다. 놀란 일행들이 몽둥이를 들고 쥐를 잡겠다고 야단법석을 했지만, 1마리밖에 못 잡았다고. 나머지 1마리는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첫날 도마뱀에 이어 이번에는 쥐라니!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화장실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을 리 없다. 간이 화장실이 있긴 있었지만, 다른 일행도 “도대체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을 정도였으니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없다. 오늘의 세수, 손거울을 보며 물티슈로 얼굴을 닦는 것으로 대신했다. 밤에 본 용암호수의 자태는 감동적이었지만, 이제는 정말 내려가고 싶다. 내일은 앰브림 화산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 LG G3, ‘무모한 촬영기’ 3부 기사는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기사는 총 4부작입니다)
* 본 기사는 LG G3로 화산을 촬영한 취재기를 기행문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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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바누아투 앰브림 화산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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