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로 제작한 대구 따로국밥 이미지. 동성로 국일따로국밥 등 대구에는 따로국밥 명가들이 즐비하다
[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사라질 걸 알면서도, 우리는 왜 그곳에 가려는 걸까.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허윤희: 가득찬 빔’은 시작할 때부터 끝이 정해진 전시였다. 개막일이었던 11월 4일 관객 앞에서 완성된 목탄 벽화 ‘물의 평화’는 전시가 끝나는 내년 2월 22일, 작가 손에 의해 지워진다. 남기기 위해 그린 그림이 아니라, 사라질 것을 전제로 태어난 작업이다.
“어차피 지울 거 왜 그리나요?”라는 질문에 허윤희 작가는 이렇게 되묻는다. “어차피 죽을 거 우리는 왜 사나요?”
작가에게 그리고 지우는 일은 삶과 닮아 있다. 목탄으로 벽을 가득 채우고, 전시가 끝나면 유리창 닦는 도구에 수건을 감아 직접 지운다. 채우는 행위와 비워내는 행위를 모두 끝까지 직접 해낸다.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도 따라오지만, 작가는 “아깝다고 생각하면 못 지운다”고 말한다. 언젠가는 끝이 온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을 허투루 살지 않는 것처럼, 지워질 걸 알면서도 작업은 늘 전력을 다 한다

허윤희 작가 대구미술관 제공
이 전시에서 관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작품보다 시간이다. 시간이 쌓고 겹쳐진 선과 면, 그리고 머지않아 사라질 미래까지 한꺼번에 떠올리게 된다. 허윤희 작가가 목탄을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목탄은 잘 지워지는 재료다. 그래서 대부분 스케치에 머물지만 그는 그 성질을 오히려 굳세게 붙잡았다.
지워도 흔적이 남고, 그 위에 다시 그리면 자국은 겹쳐진다. 그는 이 흔적을 삶에 비유한다. 말끔하게 지워지는 날은 없고, 남은 자국 위에서 또 하루를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전시는 드로잉, 회화, 설치, 영상 등 240여 점으로 구성됐다. 20대 후반 책 위에 그림을 덧그리던 시절부터 독일 유학 시절의 작업, 프랑스 갈랑에서 보낸 여름, 제주로 내려간 뒤 매일 새벽 그린 일출 연작까지 30여 년의 시간이 전시장에 펼쳐졌다. 관객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관집’은 “하루가 인생이라면 아침은 탄생, 밤은 죽음”이라는 작가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전시를 보고 나면 대구 여행의 콘셉트가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담아두는 여행이다. 붙잡아 보존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사라질 걸 알면서도 일부러 마주해보는 방식이다.

허윤희 작가의 목탄화 ‘물의 평화’. 이 작품은 내년 2월 22일 전시 폐막일에 지워질 예정이다.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 벽을 가득 채운 목탄 드로잉은 ‘언젠가 보자’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전시가 끝나는 날, 작가가 직접 지울 것이 이미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사진과 기록으로 남을 수는 있어도, 벽 앞에 서서 느끼는 검은 가루의 냄새와 선의 질감, 온도의 경험은 그전에 방문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이 전시는 사라지기 전에 가서 봐야 할 전시다.
전시장을 나서면 도시에서도 작가의 ‘사라져감’과 닮은 냄새가 난다. 약령시는 그런 곳이다. 골목을 오래 걸을 필요도 없다. 눈에 들어오는 한약방 한곳만 들여다봐도 충분하다. 유리병에 담긴 약재, 손글씨 장부, 오래된 저울. 관광용으로 연출된 풍경이 아니라 여전히 쓰이고 있는 현재형이라는 점에서 이곳의 공기는 눅눅하면서도 달다. 전시에서 지워질 그림을 보고 나왔다면, 약령시에서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은 따로국밥이다. 대구의 맛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밥과 국을 따로 내는 방식은 단순한 형식의 차이가 아니다. 토렴식이 밥과 국을 미리 섞어 하나의 맛으로 완성하는 방식이라면, 따로국밥은 끝까지 섞이지 않는다. 국은 국대로 뜨겁고, 밥은 밥대로 제 자리를 지킨다.
대구 사람들이 토렴식보다 따로국밥을 더 즐겨온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 국물의 온도다. 토렴식은 밥을 덥히는 과정에서 국물의 열기가 빠지지만, 따로국밥은 마지막 숟가락까지 김이 피어 오른다. 대구식 따로국밥의 고춧가루 향과 매운맛은 국물이 식으면 힘도 빠진다.
맛을 ‘만들어가는’ 방식도 다르다. 토렴식은 한 번에 섞여 완성되지만, 따로국밥은 먹는 동안 완성된다. 국만 떠먹을 수도 있고, 밥을 나중에 말아도 된다. 고기부터 집어 들고 숨을 고른 뒤 다시 국을 떠도 된다. 한 그릇 안에서 리듬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대구식 따로국밥의 매력이다. 식감도 빼놓을 수 없다. 따로국밥의 밥은 끝까지 알이 살아 있다.
약령시 인근의 오래된 따로국밥집들은 메뉴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장사꾼과 시장 사람들, 새벽부터 움직이던 이들의 음식이었고, 쉽게 식지 않고 마지막까지 버티는 음식이었다.
전시는 곧 사라질 그림이고, 약령시는 언젠가 풍경이 달라질 골목이다. 따로국밥은 오랜 시간 대구의 일상을 지켜온 맛이다. 이 세 가지를 잇는 순간, 대구 여행의 방향도 분명해진다. 많이 걷지 않아도 된다. 오래 머물지 않아도 된다. 사라질 걸 알면서 바라보고,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을 잠시 담아두는 일정이다.
전시와 골목, 그리고 국밥 한 그릇을 따라가다 보면 대구는 ‘보는 도시’가 아니라 ‘담아두는 도시’가 된다.
스포츠동아에서 19년째 공연을 담당하고 있는 양형모 기자는 ‘공연 보러 간 김에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국내 공연·전시 연계 여행 코너 ‘공연한 여행’을 연재하고 있다. 공연 하나를 중심에 두고, 지역에서 가볍게 들러볼 곳과 한 끼를 더하는 방식의 문화 여행을 제안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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