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서양 철학 2500년을 한 권에 담아 쉽고 편안하게 풀어낸 교양서 『답은 언제나 서양 철학』이 시공사를 통해 출간됐다. 저자는 언론인 출신 인문학 작가 황헌 경기대 교수다.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자가 쓴 철학책이라는 점에서 출발부터 방향이 분명하다. 어렵다는 선입견부터 내려놓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눈높이에서 서양 철학의 큰 줄기를 안내한다는 목표다.

책은 소크라테스에서 시작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고대 철학을 출발점으로, 교부 철학과 스콜라 철학이 주를 이룬 중세,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이후 등장한 경험론과 합리론, 칸트와 헤겔로 대표되는 근대 철학까지를 차근차근 짚는다. 이어 니체, 하이데거, 사르트르로 이어지는 현대 철학 편에서는 자유와 삶의 주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둔다. 마지막은 의사소통과 공론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하버마스로 마무리된다.

이 책의 특징은 철학을 철학만으로 설명하지 않는 데 있다. 각 시대를 관통한 유럽사의 주요 사건들을 함께 풀어내며 철학 사상이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는지를 보여준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로마사, 십자군 전쟁, 종교개혁, 르네상스, 신교와 구교의 대립, 절대왕정의 붕괴와 혁명, 두 차례 세계대전까지 유럽사의 굵직한 장면들이 철학자들의 사유와 나란히 등장한다. 그 덕분에 이 책은 철학 교양서이면서 동시에 서양사 입문서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읽기 쉬움은 이 책이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장점이다. 예컨대 칸트를 다룬 장에서는 이성, 직관, 오성, 개념, 범주 같은 핵심 용어부터 차분히 설명한다. 경험론과 합리론이 가진 한계를 칸트가 어떻게 선험과 후험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는지도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이어 정언명법과 도덕률을 소개하며 칸트 철학의 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철학 개념을 먼저 들이밀기보다 철학자의 삶과 시대적 고민을 앞세운 구성이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제목은 도발적이지만, 철학이 인생의 정답을 제시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소크라테스에서 하버마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시대를 살아낸 철학자들이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이 다시 떠오른다. 삶의 주인은 결국 자신이라는 메시지가 곳곳에서 반복된다.

황헌 교수는 대학 시절부터 철학, 역사, 문학의 고전을 꾸준히 읽어왔고, 언론인 시절 두 차례 유럽 장기 체재를 통해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 그는 책을 읽고 현장을 찾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고, 가장 온전한 이해는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2016년 현직 언론인 시절에는 SNS를 통해 서양 철학을 소개하는 글 35편을 연재하기도 했다. 이번 책은 그 글들을 참고하되, 구성과 내용 모두를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 완성했다.

저자는 총 21개의 꼭지를 철학자별로 배치했다. 관심 있는 인물부터 읽어도 무방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읽을 때 각 사상 사이의 관계가 더 또렷해진다는 점도 함께 권한다. 철학은 결국 연결 속에서 이해된다는 판단에서다.

추천사도 눈길을 끈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이 책은 지금 우리 사회에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곳곳에 품고 있다”며 “삶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서양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전한다”고 평했다. 배우 강석우는 “철학은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브레이크이자 최소한의 불빛”이라며 “이 책은 그 빛을 손에 쥐게 하는 초대장”이라고 추천했다.

『답은 언제나 서양 철학』은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을 표방한다. 철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부담 없는 입문서로, 이미 철학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큰 그림을 다시 정리하는 길잡이로 기능한다. 철학과 역사, 인간의 삶을 함께 읽고 싶은 독자라면 한 번쯤 손에 들어볼 만한 책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