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송강호 “영화계 ‘고인 물’ 되지 말아야죠” [인터뷰]

입력 2023-09-2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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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거미집’으로 다시 만난 김지운 감독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예술가”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놈놈놈’ 사막 촬영 때 김 감독 열정에 반했죠

100일간 광기 가까운 촬영 감탄
감독연기 해보니 연출은 못할 듯
배우 송강호(57)와 김지운(59) 감독은 27일 개봉하는 ‘거미집’으로 영화를 향한 깊은 애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영화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검열, 배우와 제작자와의 갈등 등의 방해 요소에도 불구하고 걸작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감독(송강호)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예술을 향한 영화인들의 치열한 고뇌와 뜨거운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번 작품은 오랜 시간 영화계에 몸담아 온 두 사람이 영화라는 매체에 보내는 러브레터와 같다. 특히 이번 작품은 앞서 1998년 ‘조용한 가족’, 2000년 ‘반칙왕’,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 2016년 ‘밀정’ 등으로 호흡을 맞추며 25년째 동행하고 있는 두 사람이 다섯 번째 함께 했다는 점에서 더욱 남다르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영화적 동지 그 이상의 영혼의 단짝”이라고 표현했다.


●배우 송강호

송강호는 김 감독과 이미 4편의 영화를 함께 했지만 “언제나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김 감독과의 만남은 늘 설렌다. 하지만 영화에 한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김 감독의 완벽주의가 두렵기도 했다.

“특히 ‘놈놈놈’ 때 무지하게 고생했거든요. 100일 동안 중국 사막에 갇혀서 찍었는데 시간은 제한돼 있고 감독님의 열정은 너무 넘쳤죠. 거의 광기에 휩싸여 촬영했던 감독님의 모습이 생각나요. 그런 감독님의 모습을 이번 영화의 캐릭터(김열 감독)를 연기할 때 녹여냈죠.”

송강호는 “그(김지운 감독)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존중한다”고 말한다. 김 감독이 만들어 낸 “결과물의 가치”를 믿기 때문이다.

“김 감독님은 자신이 원하는 미장센(화면구성)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예술가예요. 그의 그 집요함 때문에 배우들이 고생하긴 하지만요. 하하! 하지만 결과물을 보면 감독님이 그렇게까지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어요. 고생한 것들이 결과물로 그대로 담기기 때문이죠.”

감독 연기를 하고 나니 “감독의 마음”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연출은 자신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연출자로 데뷔한)여러 다른 배우들처럼 연출 계획 없느냐’고 묻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박찬욱 감독님도 저에게 연출을 해보라며 등 떠밀었지만 정중히 고사했습니다. 감독은 아무나 하나요. 연출까지 할 능력은 제겐 없는 것 같아요. 연기만으로도 벅찹니다.”

최근 그는 ‘거미집’의 각본을 쓴 신연식 작가 겸 감독이 연출을 맡은 드라마 ‘삼식이 삼촌’의 촬영을 마쳤다. 1990년 데뷔 이후 줄곧 영화에만 출연해온 그가 드라마에 출연할 정도로 콘텐츠 업계가 급변하고 있다. 그래도 그는 아직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힘”을 믿는다고 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OTT를 비롯한 다양한 채널이 생겼죠. 그러한 변화는 반가운 일이에요. 하지만 그럴수록 오직 영화만이 가진 순수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죠. 결론적으로 영화 산업도 전과 다른 연구와 도전을 해나가는 새로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고인 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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