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뛰는박태환-노민상감독,그들만주고받는비밀이있다
5세 때 천식 치료를 위해 수영복을 입었다는 박태환(19·단국대)이 노민상(52) 수영대표팀 감독을 만난 때는 7세였다. 그 때부터 호흡을 맞춰 온 둘은 지난 해 초 결별의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1년여 만에 다시 만나 ‘금빛 물살’을 가르기 위해 또 다시 한마음 한뜻이 됐다.
지난 해 주춤했던 박태환이 겨우 5개월 사이에 아시아 기록을 수립하는 등 절정의 페이스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노 감독의 노련한 지도력이라는 덕분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노 감독과 박태환, 둘 사이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유일하게 박태환을 혼낼 수 있다는 노 감독의 입을 통해 알아봤다.
○ 레이스 도중 사인을 주목하라
수영 레이스 도중에도 감독과 선수간 긴밀한 사인이 교환될까. 가능하다면 물속에 있는 선수는 감독의 사인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 노 감독은 결코 선수 혼자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함께 사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감독에 따르면, 박태환과 나누는 사인은 대략 4가지이다. 첫 번째 물 밖의 노 감독이 한 손을 일직선으로 번쩍 들면 이는 ‘굉장히 좋다’는 의미이다. 그대로 끌고 가면 ‘기록’이 나올 수 있다는 신호이다. 둘째 양손을 가슴 부근에서 누르는 동작을 취하면 페이스가 괜찮으니 ‘오버하지 말라’는 충고다. 셋째 양손을 바짝 들어 사이를 벌리면 상대와의 거리 차이를 의미한다. 뒤처져있으니 따라 붙어야한다는 명령(?)이다. 마지막으로 양손을 피라미드 형태로 비스듬하게 들어올리면 중심점을 가슴에 두라는 신호이다. 중심 이동을 통해 물을 이용하라는 주문인데, 에너지를 덜 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박태환은 옆 레인의 상대 선수를 파악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갖고 있기에 사인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아울러, 노 감독은 레이스에 발맞춰 뛰어다니면서 사인을 낸다. 사인 뿐 아니라 힘껏 고함도 지른다. 이것이 박태환에게는 엄청난 격려가 된다고 한다. 베이징올림픽 수영장에서 노 감독이 어떤 사인을 내는 지 눈여겨보는 것도 훌륭한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 싸움닭이 돼라
요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박태환이지만, 기록에 대한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지인에게 가끔 전화를 걸어 기록에 대한 스트레스를 털어놓는다는 것이 노 감독의 설명이다. 노 감독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 강한 정신력을 키워야 메달을 딸 수 있기 때문이다. 노 감독은 “(태환이는) 마음이 여린 편이다. 하지만 대회가 다가오면서 반드시 해내야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다. 아시아신기록을 세웠던 4월 동아대회 때의 그런 정신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특히, 노 감독이 강조하는 부분은 ‘투쟁심’이다. 노 감독은 “태환이의 작전은 이미 노출된 상태이다. 자유형 400m에서 마지막 50m가 승부 구간이다. 라스트 스퍼트가 중요하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마지막 순간 ‘싸움닭’이 될 필요가 있다. 체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상태에서 막판 승부수를 띄우면 태환이에게 승산은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노 감독은 “태환이는 순간 스피드가 뛰어나고 민첩성이 좋은 반면 라이벌인 호주의 해켓은 순간 스피드가 상대적으로 뒤진다”고 설명했다.
○ 400m 우승한다면 또 다른 금메달도 가능
8월 10일 오전, 대한민국 국민들은 베이징 수영장으로 시선을 향하게 된다. 왜냐하면, 자유형 400m 결승전, 즉 박태환의 첫 금메달 여부가 결정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박태환이 금메달을 노리는 종목은 자유형 400m이다.
이 때문인지 노 감독의 메달 전략은 단순하다. 현재 진행중인 모든 프로그램을 자유형 400m에 맞추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종목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노 감독은 “400m 결승이 10일 오전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 때 기대를 충족시키는 금메달을 달 경우 200m와 1500m는 저절로 잘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장담했다. 결국 탄력성이 좋은 박태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400m에 올인하겠다는 작전이다. 200m는 12일, 1500m는 17일 열리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노 감독은 “400m에서 메달을 딴 뒤에 태환이의 성취욕을 자극해준다면 틀림없이 또 다른 영광을 가져올 것이다”고 전망했다.
송홍선 KISS 선임연구원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