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중계는‘야자타임’중…비속어,반말중계빈축

입력 2008-08-12 07: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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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환아! 미치겠네, 이거.” “박은철, 야! 이씨.” 지나친 감정 이입이 도를 넘어선 듯 하다. 중계석에 해설은 실종됐고, 응원과 훈수만 존재할 뿐이다. 비속어에 이어 이젠 반말까지 등장했다. 이것이 한국 지상파 방송 3사 올림픽 중계의 현주소다. ●반말속출, ‘이성 상실’한 중계석 각본 없는 감동의 드라마로 불리는 스포츠. 중계 역시 경기 장면과 하모니를 이루는 중요한 대목 중 하나라고 하지만 ‘현장 분위기에 너무 빠져 드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렇듯 지나친 감정 몰입이 불러낸 현상이 반말 중계. 해설자들은 비단 자신이 코치가 된 듯 경기 중인 선수의 이름을 친근하게(?) 불러대며 ‘야자타임’을 가졌다. 반말 중계는 12일 극성을 부렸다. 대표적인 사례는 SBS에서 레슬링 해설을 맡은 금메달리스트 심권호와 같은 방송사에서 수영 해설 중인 김봉조 위원. 심권호 위원은 이날 그레코로만형 55㎏급 준결승에 진출한 박은철 선수의 경기에서 반말 퍼레이드를 벌였다. “야,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라는 애타는 훈수부터 “안돼, 안돼!”라는 기함까지. 경기 도중 상대 선수에게 점수를 허용한 순간에는 “야, 이씨.”란 아찔한 수위의 발언도 뱉어내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했다. 이날 박태환 선수의 자유형 200m 결선 해설을 맡은 김봉조 위원도 반말 중계로 빈축을 샀다. 김 위원은 박 선수가 마지막 바퀴를 남겨두고 역주하던 당시 “태환아”를 연호하며 급기야 “미치겠네, 이거”란 안타까움을 여과 없이 토로했다. ●중계석은 어록 양성소가 아니다 막말이 속출한 이날의 중계석을 두고 시청자들은 방송사 게시판에 글을 올려 성토와 더불어 자제를 요청하는 분위기. “막말은 집에서 TV 보면서 할 일”이라는 따끔한 지적부터 “유명세도 중요하지만 해설자로서 기본 교육은 시켜야 하는 게 아닌가”란 방송사의 안일한 자세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말에 앞서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낚으려는 몸부림도 치열하다. 이번 올림픽 최대 관심사인 박태환 선수의 경기 장면에선 거의 매회 명언(?)이 속출하는 상황. MBC 수영 해설을 맡고 있는 박석기 위원은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전에서 “안전빵”이라는 ‘비방’(비 방송용) 용어로 눈길을 끌었으며, KBS2TV의 안창남 해설 위원은 때 아닌 ‘오리발 론’을 펼치기도 했다. 안 위원은 자유형 200m 결승전이 열린 순간 우승 후보 275㎜인 박태환과 350㎜에 달하는 마이클 펠프스의 발 크기를 비교하며 “오리발과 닭발의 싸움이죠, 지금요”라고 말했다. 중계석은 정녕 ‘빠데루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걸까.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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