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전 취임한 이연택 체육회장의 첫 일성은 “올림픽에 올인하겠다”였다. 그는 약속을 지켰다. 태릉선수촌에 살다시피 하면서 태극전사들을 보살폈다. 일일이 지도자들을 만났고, 어려운 점을 들어줬다. 부족한 부분은 채웠고, 잘된 부분은 더욱 빛을 냈다. 선수들 사이의 평가는 “대단하다” “고맙다”라는 칭찬 일색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한국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목표는 이미 채웠다. 정말 운이 좋다고들 하지만 이 회장을 비롯한 대한민국 모든 체육인들이 노력한 결실이다.
그런데 막판에 일이 꼬였다. 메달리스트들의 귀국을 지연시킨 점이나 귀국 후 대대적인 카퍼레이드 또는 도보행진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 말썽을 빚고 있다. 아내가 보고 싶다는 사격의 진종오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수영 박태환, 펜싱 남현희 등은 경기가 끝난 이후 줄곧 선수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회장은 22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메달리스트의 귀국 지연 문제에 대해 “올림픽대표가 되면서부터는 각 경기단체나 부모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KOC 관리 아래로 들어오는 것이다. 대표로 뽑힐 때 서약서에 다 들어있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항간에 떠도는 관제 행사에 대해서도 “귀국 환영식은 정부가 정치적으로 의도한 관제 환영식이 아니다”면서 사적으로 아는 민간인의 아이디어를 빌려 체육회가 자체 행사를 마련했다고 항변했다. 그의 말대로 관제 행사가 아니고, 귀국 문제는 전적으로 체육회 소관일 수 있다.
하지만 순수성이 일정 부분 훼손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하다. 스타가 귀국하면 선수촌이 텅 빌 것 같은 불안감이나 귀국 때 스타가 없으면 스포트라이트가 없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나온 발상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4년간 태릉에서 땀 흘려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지, 그리고 개개인의 판단이 무엇인 지를 고려하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체육회의 말대로 문화행사 체험을 하고 싶은 선수는 그렇게 하면 된다. 싫어하는 선수를 굳이 등 떠미는 것 또한 옳지 못한 행동이다. 세계 10위권의 경기력 답게 행정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베이징=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