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연예인이름의단체예약알고보니‘닉네임손님들’

입력 2009-09-0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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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혼자 벌기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작은 힘이라도 될까 싶어서 경험은 없었지만 작은 식당 하나를 차렸습니다.

어느 날 40대 초반쯤 돼 보이는 남자 손님 두 분이 오셔서 식사를 다 하고 나시더니, 이번 광주 모임을 우리 식당에서 하는 게 어떻겠냐고 서로 상의를 하는 겁니다.손님 중 한 분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노 회장님? 저요, 콩가룬디요∼ 쫌 전에 조 PD랑 밥 먹을라고 우연히 식당에 들어왔다가, 괜찮은 것 같아서 우리 모임 장소를 여그로 정해불라고 하는디, 회장님 생각은 어때요? 허재하고, 김제동이랑 효리도 회장님 차로 같이 데려오믄 쓰겄는디요!”라며 한참을 유명 연예인들 이름을 거론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저와 동생은 손님 입에서 왕년에 유명했던 농구선수와 대한민국 최고 스타들의 이름이 쏟아져 나오자,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 분들을 멍하니 보고 있었죠.

결국 그 손님은 다음주 토요일 저녁 7시에 올테니 스무명 예약을 해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러자 그 손님은 나가기 전에 “아 참, 그리고 우덜은 워낙에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항께, 될 수 있음 다른 손님은 없었으면 더 좋겄는디 신경 좀 써주쇼잉∼”하고 당부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 연예인들 사적인 모임이니 기자들이 알면 시끄럽겠구나’ 싶어서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했습니다.

남편에게는 연예인 예약까지 받았다고 자랑을 하면서 그 날 절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난 관심 없고, 당신 혼자 잘 해보랑께!”하는 겁니다.그런데 약속한 날이 되자 남편이 “나가 스포츠 중에 농구를 제일 좋아하는 거 알제? 허재 씨 한번 보려고 와봤어야” 하면서 가게로 들어오더라구요.

아무튼 약속 시간이 되었고 조 PD와 콩가루님이 가게로 들어오시고는 서류봉투 속에서 이름표를 한 웅큼 꺼내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가게 앞으로 승합차와 승용차 몇 대가 들어섰고 손님들은 목에 하나같이 이름표를 달고 들어오는데 글쎄 김제동이 아닌 김제둥을 시작으로 ‘사랑허재’, ‘자다 깬 효리’, ‘전언주’, ‘친정 간 금자씨’‘, 이쑤신 장군’ 등등 연예인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들이 들어오는 겁니다.

글쎄 이게 알고 봤더니 인터넷 카페 모임이었던 거고, 그때 말한 연예인 이름도 다 인터넷에서 쓰던 닉네임이었던 겁니다.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깜빡 속아서 들떠 있었던 거죠. 아이고. 모임의 실체를 알고 나니 어찌나 허무하던지요. 뭐 그래도 가게 매상은 올랐으니 그리 나쁘지는 않았는데요,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요.

From. 이지현|광주광역시 우산동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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