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환 “친형 치매걸렸다 상상, 너무 슬퍼서 폭풍오열”

입력 2011-11-01 03: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BS드라마 ‘천일의 약속’ 수애 동생역 박유환

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여주인공 서연(수애)의 동생 문권 역을 맡은 신인 탤런트 박유환. 부모 없이 누나 밑에서 자란 철부지 대학생 역할을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소화하고 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SBS 제공

“서른 살 누나가 치매에 걸렸다는 설정에 좀처럼 감정을 잡기 힘들었어요. 형이 어느 날 치매에 걸렸다고 말하는 상상을 해 봤죠. 너무 슬퍼서 저절로 오열하게 됐어요.”

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여주인공 서연(수애)의 동생 문권 역을 맡은 박유환(20)은 최근 ‘박유환 오열’이라는 검색어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극중 문권은 세 살 때 부모를 잃고 그때부터 엄마 역할을 해 온 누나를 종종 속 썩이는 철부지 대학생. 누나가 치매에 걸린 것을 알고 “이게 뭐야, 누나! 이게 뭐야, 등신아!”라며 오열한다. 실감나는 연기에 시청자들은 “나까지 눈물났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지난달 28일 경기 파주시 세트장에서 만난 박유환은 “형이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더니 감정이 잘 잡히더라”고 했다. 그는 남성 3인조 그룹 JYJ 멤버인 박유천의 친동생이다. 박유환은 올해 MBC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비중이 작은 한서우 역으로 데뷔했다. ‘천일의 약속’의 경쟁 드라마인 MBC ‘계백’에서 꽃미남 자객 역으로 잠깐 나왔다가 김수현 작가의 이번 작품에 캐스팅됐다. 신인으로서는 파격적인 캐스팅이다. ‘반짝…’은 막장 드라마 논란에도 최고 시청률이 25%를 넘었고, ‘천일의 약속’은 방영 2회 만에 월화극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운이 좋았어요. 그만큼 부담이 엄청나게 커요. 하나라도 실수하면 안 된다, 나는 위험한 위치에 서 있다, 잘하면 더 많은 기회를 만나게 된다.… 생각하면서 맘 다져요. 저에 대한 인터넷 게시판 악플도 일일이 살펴보고 반성해요. 감독님한테 안 혼나는 게 더 무서워요. 혼이 나야 배울 수 있으니까요.”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온 지 3년 됐다. 아직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한 상태인 데다 대사가 길고 빠르게 이어져 명연기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김수현 작가의 대본을 소화해야 한다. “대본을 미리 주기 때문에 ‘쪽대본’ 핑계를 댈 수 없어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고 김영섭 CP는 설명했다. 31일 5회가 방영됐지만 대본은 14회까지 나와 있다.

“촬영이 없을 때도 계속 대본을 들고 다니며 읽어요. 주로 집 앞 한강 시민공원에 차를 세워두고 그 안에서 혼자 연습해요. 연습할 때 떠오른 감정이나 생각을 적어두기도 하고요. 발음 고치려고 대사를 녹음해놓고 다시 들어보면서 연습해요.”

그는 형 유천이 KBS ‘성균관 스캔들’에서 연기하는 걸 보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 존경하는 사람도 ‘형’이라고 했다.

“형은 다섯 살 위여서 언제나 어른처럼 느껴져요. 무대 위 프로다운 모습도 멋있어요. 연기 조언은 많이 안 하는데 사회생활에 대해 많이 알려줘요. 특히 인사를 똑바로 하라고 해요. 잠깐의 인사가 사람을 드러낸다고요. 집에서는 단 두 형제인데, 형이 엄마 잘 챙기는 딸 역할이고 저는 무뚝뚝한 아들 역할이에요.” 그는 생김새와 말투, 웃음소리가 형을 많이 닮았다.

“(‘꽃미남 라면가게’에 나오는) 이청아 선배님 같은 청순한 여성이 이상형”이라는 박유환은 할리우드 진출이 꿈이다. “늙어서도 멋진 배우라는 평가를 듣는 게 목표예요. 형이 했던 재벌 역할도 해보고 싶고, 건방진 역할이나 정신이상자같이 망가지는 역할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살면서 경험하지 못하는 걸 캐릭터를 통해 느낄 수 있다는 게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잖아요.”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