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판정·매의 눈’ 이용혁·유덕형, 심판도 칭찬받을 수 있는 직업

입력 2020-06-17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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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혁(왼쪽) 심판, 유덕형 심판. 스포츠동아DB

“잘 해야 본전이고, 못 하면 비난받고….”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은 매년 KBO리그 정규시즌이 개막해 가을야구가 마무리될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곤 한다. 매 경기 단 한번도 판정에 불만을 갖지 않는 선수와 야구팬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심판이 정확한 판정으로 현장 야구인과 팬들로부터 칭찬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A 해설위원은 “심판이 칭찬 받는 경우를 본 적이 있나. 잘 해야 본전이고, 못 하면 맹비난이 쏟아지는 자리다”며 그라운드 동업자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과거와 비교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지만, 올 시즌은 유독 초반부터 판정 논란이 뜨거웠다. 오심으로 얼룩진 경기가 속출했고, KBO의 심판위원 퓨처스리그(2군) 강등 조치도 이어지면서 그라운드 안 ‘포청천’의 권위는 하염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심판들에게 마냥 우울한 날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경기에선 심판 스스로 권위를 되찾은 경우가 있었다. 정확한 스트라이크존과 높은 집중력으로 신뢰할 만한 판정을 해낸 사례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두산 베어스전에선 이용혁 심판이 큰 화제를 모았다. 구심을 맡은 이 심판은 이날 마치 컴퓨터로 측정한 듯한 스트라이크 콜로 감탄을 자아냈다. 중계방송사 그래픽을 통해서야 존에 걸친 것을 알 수 있는 스트라이크까지 모두 잡아냈다. 스트라이크로 보이는 듯하지만, 손이 올라가지 않은 공들은 여지없이 볼이었다.

경기 후 팬들은 이 심판의 정확한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치 기계가 판정을 한 듯해 ‘로봇 심판’이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14일 창원NC파크에서 벌어진 키움 히어로즈-NC 다이노스전에선 3루심을 본 유덕형 심판이 ‘매의 눈’을 뽐냈다. NC가 4-3으로 앞선 5회초 무사 1루 상황, 타석에는 박병호가 들어섰다. 박병호는 NC 투수 김진호의 공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으로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었다.

이 타구를 좌익수 이명기가 정확하게 따라갔고, 담장 앞에서 낚아채는 듯했다. 이명기는 한번에 포구를 못했지만 글러브에서 튄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다시 잡았다. 웬만한 시야에선 아웃으로 보였을 타구다.

그러나 유 심판은 공이 펜스에 맞았다고 판단해 인플레이 판정을 내렸다. 중계방송 리플레이 화면으로 확인해보니 유 심판의 판정은 정확했다. 집중력을 잃지 않은 눈길로 완벽한 판정을 내렸다.

오심으로 인해 쏟아지는 비난은 심판들이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정확한 판정과 시야로 제 역할을 잘 해내면 그에 합당한 평가도 동반돼야 한다. 그라운드의 포청천에게도 동기부여는 꼭 필요하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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