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쇼크’에 증시 급락…환율도 연고점 경신

입력 2022-08-30 0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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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의장 매파 발언 후폭풍

잭슨홀 미팅서 ‘자이언트스텝’ 시사
환율 1350.4원, 13년4개월만에 최고
코스피 2.18% 곤두박질 검은 월요일
고환율·고물가 복합위기 우려 커져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최근 잭슨홀 미팅(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경기를 둔화시킬 정도의 높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은 가운데, 29일 국내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은 연고점을 기록하는 ‘검은 월요일’을 연출했다. 향후 글로벌 증시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글로벌 경제 현안을 논의한다. 특히 올해의 경우 미국 연준의 긴축 속도가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파월 의장의 발언에 전 세계 금융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왔다.


●예상보다 매파적 발언한 파월

파월 의장은 26일(한국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고 확신할 때까지 경제에 부담이 될 정도로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며 예상보다 더 매파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강력히 사용할 것”이라며 “또 한번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높은 금리와 성장 둔화, 약해진 노동시장 여건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사이 가계와 기업에도 일정 부분 고통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9월 미국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폭에 대해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9월에도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p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등의 지표가 다소 개선되며, 연내 금리 인상을 완화할 것이라는 파월 피봇(정책전환) 기대가 사라진 게 핵심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 여파로 26일 미국 증시가 약 3% 이상 급락했고, 이는 29일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29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4.14p(2.18%) 내린 2426.89, 코스닥은 22.56p(2.81%) 하락한 779.89에 마감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동학개미들은 파월의 발언이 야속하다는 반응이다. 주식 투자 커뮤니티에서 한 투자자는 “8월 중순까지 안도랠리를 이어오며 국내 증시가 소폭 상승하는 분위기였는데, 미국 연준의 FOMC 7월 회의록 공개와 이번 파월의 잭슨홀 쇼크로 다시 급락했다”며 “오를 만하면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 같아 얄밉다”고 분노했다.


●국내 경기 침체 우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악순환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국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미 금리의 역전을 낳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외국인 자본 유출이 원화 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2.50%가 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연 2.25∼2.50%와 상단 기준으로 같은 수준이 됐다. 하지만 미국 FOMC가 9월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 미국 금리가 0.75%p 더 높아지고 한 달 전(0.25%p)보다 역전폭이 커지게 된다.

미국 연준의 긴축 가속화와 함께 유로화, 중국 위안화의 약세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29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1.3원)보다 19.1원 오른 1350.4원에 마감했다.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향후 1360원을 넘어 1400원 돌파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시간을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돼 고물가의 원인이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정부도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당분간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금융·외환·채권시장 반응에 유의하는 한편,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대응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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