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의 보석같은 ‘숨은 명소’를 아시나요

입력 2022-09-02 09:2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전북 7대 비경 중 하나인 서도역에서 인생샷 포인트로 꼽히는 철길 가로수. 서도역은 남원 북쪽의 작은 폐역인데 1932년 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역이다. 문화공간과 사진촬영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최명희 작가의 대하소설 ‘혼불’의 주무대이기도 하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구름도 누워 가는’ 지리산 깊은 곳 와운마을
높이 20m 천연기념물 소나무 ‘천년송’ 장관
김병종미술관·아담수목원·서도역 ‘사진 맛집’
4대 누각이자 춘향이 숨결 깃든 ‘광한루’ 매력
남원이라면 우리는 먼저 춘향부터 떠올린다. 많은 문학작품 무대 중에 이처럼 주인공과 밀착되어 오래도록 사랑받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관광지 남원에게 ‘춘향’은 이제 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지리산 자락을 품에 안은 천혜의 경관을 가졌고, 요즘 감성에 맞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도 곳곳에 있는데 남원 여행객의 머리에는 여전히 광한루, 오작교가 1순위다. 그래서 이번 남원여행길은 그 ‘1순위’ 명소들을 뒤로 돌리고 새로운 매력의 곳들을 찾아갔다.


●지리산 와운마을 천연기념물 ‘천년송’

먼저 간 곳은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 있는 와운마을의 천년송이다. 천연기념물 424호인 천년송은 수령이 500여년으로 추정되는 높이 20m의 소나무다. 정확히는 할매(할머니)송과 한아시(할아버지)송이 함께 있다. 이중 더 크고 오래된 할매송을 ‘천년송’이라고 부르며 당산제를 지낸다.

천년송이 있는 와운마을에 가려면 남원에서 차로 오롯이 1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 시원한 물소리의 뱀사골 계곡을 굽이굽이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깊은 숲 속에 살며시 숨은 와운마을이 나타난다. ‘구름도 누워서 간다’는 마을 이름처럼 유유자적한 분위기가 참 멋스런 동네다.

와운마을에서 내려와 주천면쪽으로 가면 정령치가 나온다. 높이 1172m의 지리산국립공원 고개이다. 지리산에서 차로 넘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정상 휴게소에는 지리산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날씨 운만 좋으면 바래봉부터 천왕봉, 세석평전, 반야봉 등 지리산 주능선 1백리와 남원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운봉 행정마을 서어나무 숲은 남원여행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작은 시골마을 숲에서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숲피크닉을 체험할 수 있다. 숲 크기는 아담하지만 제법 굵게 자란 나무들 사이에 자리를 펴고 누워 ‘멍 때리고’ 있으면 그냥 한없이 맘이 평안해진다.


●사진 잘 나오는 인스타그래머블 명소들

남원 여행에서 SNS에 올릴 인생샷도 건지고, 차 한 잔의 여유와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힐링도 느끼고 싶다면 김병종미술관과 아담수목원이 좋다. 김병종미술관은 남원 출신 김병종 화가의 40년 예술세계를 기증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하는 곳이다. 규모가 큰 미술관은 아니지만 미술관 건물이 독특하고, 안에 예쁜 카페가 있어 한 나절을 보낼 만하다.

아담수목원은 옛 수목농원을 10여 년간 가꾸어 멋진 정원으로 탈바꿈한 남원18경의 한 곳이다. 이곳에선 구불구불 이어진 산책로를 거닐며 가을빛이 서서히 다가오는 정원을 사진에 담거나, 은은한 음악이 들리는 실내에서 소파에 몸을 깊게 묻고 큰 통창 너머 풍경을 바라보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인상적인 작품을 갖춘 갤러리도 있다.

서도(書道)역은 남원 북쪽 작은 폐역이다. ‘책의 길’이란 이름은 인근에 있던 노봉서원에서 유래했다. 1932년 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역이다. 전라선 역이었지만 지금은 교통의 거점 대신 문화공간과 사진촬영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전북 7대 비경 중 하나로 최명희 작가의 대하소설 ‘혼불’의 주무대이고, 드라마 ‘미스터선샤인’, 영화 ‘간이역’ 등을 이곳에서 찍었다.

춘향과 이몽룡이 만난 장소로 남원 여행의 ’머스트 비짓’ 명소로 꼽히는 광한루의 야경. 연못 수면위에 비치는 누각의 반영이 인상적이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춘향과 이몽룡이 만난 ‘광한루’

비록 이번 여행길에서 뒷순위로 미루긴 했지만, 그래도 남원에 와서 춘향과 관련된 명소를 찾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춘향과 이몽룡이 만난 광한루는 평양의 부벽루,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더불어 4대 누각 중 하나로 불린다. 요즘은 야간 경관조명을 잘 갖추어 밤에 찾아가면 연못에 비치는 누각들의 고운 반영이 낮과는 사뭇 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