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복 선언 레오…‘봄배구’ 희망 부풀리는 OK금융그룹 [V리그 개막 특집]

입력 2022-10-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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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사상 최초의 3시즌 연속 정규리그 MVP인 레오(뒷줄 오른쪽 끝)는 OK금융그룹에서 보내는 2번째 시즌 자신과 팀의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2022∼2023시즌 팀의 PO행을 넘어 정상등극까지 이끌겠다는 의지다. 사진제공 | KOVO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 석진욱 감독(46)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마음고생이 심했다. 계약이 종료된 가운데 구단은 재계약 여부를 통보하지 않았다. 정규리그 5위로 ‘봄배구’ 진출에 실패하자 구단은 사령탑 교체를 검토했다. 긴 고민 끝에 결국 석 감독에게 한 번 더 맡겼다. 2022~2023시즌을 앞둔 석 감독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일단 ‘봄배구’ 진출이 목표다. 2019~2020시즌 지휘봉을 잡은 뒤 2020~2021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는데, 이번에는 그 이상을 노리고 있다. 그는 “일단 포스트시즌에 가면 그 때부터는 아무도 모른다. 우승하고 싶다”며 출사표를 냈다.


●승점 관리 실패의 교훈

석 감독은 지난 시즌 무엇이 잘못됐는지 곰곰이 되돌아봤다. 외국인선수 레오(32·쿠바)의 부상과 주전선수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유증 등이 뼈아팠다. 게다가 경기에선 ‘뒷심 부족’으로 승점 관리에 애를 먹었다. 다 잡은 경기를 5세트까지 간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승점에서 손해를 봤다.

석 감독은 ‘기본기 부족’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그래서 비시즌 동안 리시브와 수비는 물론이고 이단연결 등 기초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수비에서 매끄럽게 연결만 되면 점수가 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 점에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고 밝혔다.

OK금융그룹 석진욱 감독. 사진제공 | KOVO



●좌우공격 가리지 않는 멀티 포지션

지난달 부상 변수가 발생했다. 주장 차지환(26)이 왼쪽 새끼손가락이 좋지 않았고, 지난 시즌 신인왕 박승수(20)도 오른쪽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석 감독은 ‘멀티 포지션’에 주목했다. 날개 공격수의 좌우 구분을 두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기본적으로는 레오와 차지환이 왼쪽, 조재성(27)이 오른쪽 공격을 각각 맡지만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레오는 오른쪽 공격도 가능하다. 지난 시즌 도중에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포지션을 이동한 바 있다. 조재성도 왼쪽에서 제몫을 해낼 수 있다. 또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은 신호진(21)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좌우날개에서 공격이 가능하고, 리시브도 좋다.

세터에는 황동일(36)과 곽명우(31)가 번갈아 투입된다. 황동일은 큰 키(192㎝)를 이용한 블로킹과 서브가 일품이고, 곽명우는 토스의 안정감과 정확성이 돋보인다. 중앙은 진상헌(36)과 박원빈(30)이 주력이고, 리베로는 리시브가 강한 정성현(31)과 파이팅이 좋은 부용찬(33)이 책임진다.

OK금융그룹 레오. 사진제공 | KOVO



●3라운드까지 잘 버티면…군 복무 마치고 복귀하는 전력

OK금융그룹은 3라운드까지 잘 버티는 게 목표다. 그 이후에는 주전급 자원들이 대거 복귀한다.

내년 1월 군 복무를 마치는 아웃사이드 히터 송명근(29)이 4라운드 초반부터 경기에 뛰면 고민거리인 왼쪽 공격에 숨통이 트인다. 사회복무요원인 세터 이민규(30)도 5라운드에 복귀한다. 상무 소속의 미들블로커(센터) 전진선(26)은 다음달 중순이면 돌아온다. 속공과 서브가 강점이다. 각 포지션에 주전급 선수들이 보강되면 OK금융그룹의 전력도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명예회복 선언한 레오

레오는 V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선수로 손색이 없다. 삼성화재 시절 V리그 사상 최초로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던 그는 지난 시즌 외국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OK금융그룹에 지명됐다. 하지만 팀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레오는 새 시즌 정상 정복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입국했을 때는 살이 많이 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쉬는 동안에도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몸이 불지 않았다. 팀에 합류해서도 그 어느 때보다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석 감독은 “지난 시즌 센세이션을 일으킨 KB손해보험의 케이타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았는데, 봄배구를 못 가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레오가 명예회복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OK금융그룹 차지환. 사진제공 | KOVO



●주장 차지환을 주목하라!

새 시즌 주장은 차지환이다. 2017~2018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입단한 그는 군 복무 이후 많이 성장했다. 지난 시즌 398득점으로 12위에 올랐고, 공격성공률 56.14%로 팀의 주축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젊은 편이지만 리더십이 강하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다. 석 감독은 “선배들을 이끌면서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고 주장을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승부욕이 강하고 믿을 만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또 에이스가 주장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도 반영됐다. 경기 중에는 주장만이 주심에게 어필할 수 있다. 지난 시즌 리베로 정성현이 주장을 맡아 잘해줬지만, 코트를 들고나면서 매번 어필하기는 쉽지 않다. 공격수가 팀을 대표해 상대와 기 싸움을 벌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차지환의 공격력은 이미 검증됐다. 하지만 리시브가 약점이었다. 지난 시즌부터 갖은 노력 끝에 많이 좋아졌다. 이제는 201㎝의 장신이면서도 리시브 능력도 수준급이다. 석 감독은 “올 시즌 가장 주목할 선수”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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