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들’ 웨아의 축구 DNA [스토리 월드컵]

입력 2022-11-22 14: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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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시 웨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프리카 출신 중 최초의 발롱도르 수상자는 조지 웨아(56)다. AS모나코, 파리생제르맹(이상 프랑스), AC밀란(이탈리아) 등에서 전성기를 보낸 그는 13시즌 동안 478경기 193골을 넣은 특급 스트라이커였다. 1995년에는 발롱도르와 함께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도 받았다. 유럽이나 남미 출신이 아닌 선수가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을 한 해에 받은 것은 웨아가 유일하다. 1999년 축구전문지 ‘월드사커’가 뽑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 100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의 국적은 아프리카 대륙 서쪽 끝에 위치한 인구 500만 명의 라이베리아다. 웨아의 개인 기량과 달리 국가대표팀은 약체였다. 지역 예선 통과가 힘들어 단 한 번도 월드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웨아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지역예선 때 대표팀의 훈련 및 출전비용 등을 사비로 부담하며 갖은 애를 썼지만 결국 월드컵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2003년 선수 은퇴 이후 정치의 길에 들어선 그는 부침을 겪은 끝에 2018년 1월 라이베리아 대통령에 취임했다.

웨아 대통령의 아들도 축구선수다. 프랑스 리그1 릴에서 뛰고 있는 티머시 웨아(22)는 미국 뉴욕에서 나고 자랐다.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뛰어난 운동 능력을 타고났고, 어릴 때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웨아 대통령이 프랑스 시민권을 가지고 있고, 어머니가 자메이카 출신의 미국인이어서 티머시 웨아는 미국, 라이베리아, 자메이카, 프랑스 중 하나의 대표팀을 고를 수 있었다. 프로생활은 프랑스에서 하고 있지만 대표팀은 미국을 선택했다. 빠른 스피드와 탁월한 슈팅 능력을 갖춘 그는 18세이던 2018년 A매치 데뷔전을 치르며 미국대표팀의 주축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조지 웨아 라이베리아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침내 아들이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뤘다. 2022카타르월드컵 미국대표팀에 발탁된 그는 월드컵에 출전해 아버지의 한을 풀어줬다. 게다가 데뷔전에서 데뷔 골까지 넣었다. 미국은 22일(한국시간)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B조 1차전 웨일스와 경기에서 1-1로 비겼는데, 전반 36분 선제골의 주인공이 바로 티머시 웨아다.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면서 동료의 침투 패스를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연결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웨일스 골키퍼가 재빠르게 나왔지만, 티머시 웨아가 더 빨랐다.

웨아 대통령은 경기장에서 아들의 득점 장면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웨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전반전은 엄청난 에너지와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후반전은 그렇지 못했다”라면서 “웨일스는 우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웨일스는 후반전 대부분 시간 동안 공을 점유하고 있었다. 후반 막바지 동점골 또한 우리를 정말 아프게 했다”며 약간은 불만 섞인 데뷔전 소감을 밝혔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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