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판독’ 왜 이러나…빠른 것보다 정확해야! [V리그]

입력 2023-01-08 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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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OVO

1, 2위가 맞붙은 ‘미리 보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비디오 판독 논란이 불거졌다.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선두 대한항공과 2위 현대캐피탈의 올 시즌 정규리그 4라운드 경기는 그야말로 명승부였다. 1세트를 진 대한항공은 2, 3세트를 연속으로 따냈고, 4세트를 내줬지만 5세트를 잡아 세트스코어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150분간의 혈투는 팬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미숙한 판정으로 얼룩이 졌다. 2세트 23-23에서 현대캐피탈 허수봉이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날렸고, 대한항공 리베로 박지훈이 안정적으로 받아낸 뒤 링컨의 백어택 공격으로 세트 포인트를 만들었다. 이 때 현대캐피탈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상대의 포 히트(Four Hits)를 지적한 것이다. 박지훈이 리시브를 하는 순간 옆에 있던 정지석이 넘어지면서 손에 스쳤다는 주장이다.

경기위원들은 공중에서 잡은 중계 화면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포 히트 판정을 내렸다. 양 팀의 희비가 갈렸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웃었고, 대한항공 선수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어 관중석 쪽에서 잡은 중계 화면에선 정지석의 손에 맞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경기위원은 화면이 나온 뒤 “포 히트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판독 결과를 번복했다. 이번엔 현대캐피탈 측에서 반발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마스크를 벗고 강하게 어필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재판독 못 하겠다고 하더니 왜 규정이 오락가락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심은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최 감독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대캐피탈은 2세트를 듀스 끝에 내줬다.

가장 큰 문제는 판독이 너무 성급했다는 점이다. 여러 각도의 화면을 보면서 최종 판단을 해야 하는데, 공중에서 잡은 화면 하나만으로 섣불리 결론을 내린 것이 화근이었다.

스포츠동아DB


‘판독 번복’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는 것도 문제다. 지난 달 27일 열린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오심이 나왔지만 판독 번복이 되지 않았다. 당시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한국전력 박찬웅의 네트 터치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느린 화면을 보면 명백하게 박찬웅의 팔이 닿았지만, 경기위원은 노터치를 발표했다. 후 감독의 항의에 부심은 “판독 실수는 맞지만, 억울해도 번복이 안 된다”고 말했다. V리그 대회 요강에는 판독 절차와 판독의 11가지 상황, 그리고 추가 판독에 대한 설명은 나와 있지만 번복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결국 명백한 오심에 따라 해당 경기의 경기 위원과 부심은 3경기 배정 제외, 심판위원은 1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 때 징계 받은 경기위원이 이날 또다시 신중하지 못한 판정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비디오 판독은 잘못된 심판 판정을 바로 잡기 위해 도입됐다. 그렇다면 더 신중해야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억울한 팀이 없도록 하는 게 본래 취지다. 빠른 판단이 아니라 정확한 결정이 중요한 이유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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