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 감독 경질 이어 새 감독 선임도 삐걱…혼란의 흥국생명 [V리그]

입력 2023-01-08 17: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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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명가 흥국생명은 최근 비상식적 감독 경질과 선수들의 충격적 폭로로 큰 위기를 맞았다. 현대건설과 1위를 다투고 있지만 우려가 크다. 8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전 도중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김대경 흥국생명 감독대행(오른쪽 끝). 화성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대경 코치 “아직 상견례도 없어”
김연경 “감독님 오셔도 신뢰 글쎄”
옐레나 맹활약 기업은행전 3-1 승
프로구단을 창단하고 내실을 다져가는 과정은 많은 돈과 시간을 요구한다. 명문구단의 길은 더욱 힘들다. 하지만 아무리 전통의 명문이라도 망가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회 우승에 빛나는 흥국생명이 위기다. 1971년 창단 이후 거대한 탑을 쌓아올렸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다.

최근 일련의 과정을 보면 과연 프로팀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뜬금없이 감독을 경질해 비난을 자초하더니 차기 감독 선임에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권순찬 전 감독에게서 지휘봉을 빼앗은 흥국생명은 6일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을 새 사령탑에 앉혔다. 보도자료를 통해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과 지도력을 겸비했다”며 배경까지 설명했다.

당연히 8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전에서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데뷔전은 없었다. 아직 계약 절차가 남았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뒤숭숭한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급한 마음에 감독 선임을 발표했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이날 새 사령탑 대신 사전 인터뷰엔 나선 김대경 코치는 “(신임 감독은) 선수단과 아직 상견례도 없었다”며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흥국생명은 혼란의 연속이다. 석연찮은 이유로 감독을 해임하고, 경질 이유로 ‘로테이션 문제’를 꺼낸 신임 단장의 납득하기 힘든 해명, 그리고 단 한 경기만 치른 이영수 수석코치의 사임과 ‘구단이 선수기용에 개입했다’는 선수들의 폭로까지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여기에 새 사령탑 선임까지 매끄럽지 못해 빈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8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 경기에서 선발 출전하지 않은 흥국생명 김연경이 웜업존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화성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아울러 간판스타 김연경이 “다음 감독님이 오신다고 해도 신뢰할 수 없는 부분 아닌가”라고 꼬집은 부분의 파장은 크다. 이미 선수들은 구단과 반대편에 섰다는 의미다. 팬들도 트럭시위를 벌이는 등 구단의 행보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김연경은 이날 경기에 결장했다. 최근 장염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경기 전 훈련에서도 표정이 밝지 않았던 그는 웜업존에서 동료들을 응원했다. 그래도 흥국생명 선수들은 똘똘 뭉쳤다. 박빙의 승부를 펼치면서 세트스코어 3-1(25-23 30-28 23-25 26-24)로 기업은행을 눌렀다. 외국인선수 옐레나(28점)를 비롯해 김다은(19점), 이주아(12점), 김미연(11점) 등이 고르게 활약하며 최근 4연승을 내달린 가운데 승점 47(16승4패)로 선두 현대건설(승점 51)과 간격을 좁혔다. 6위 기업은행(승점 22)은 3연패에 빠졌다.

화성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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