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우진밖에 없을까?”…‘150㎞ 흔한 日’ 못 따라간 한국야구

입력 2023-03-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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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빠른 직구는 나날이 발전하는 타격기술에 맞서야 하는 투수들에게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다. 강속구일수록 헛스윙 빈도는 높아진다. 타자가 판단할 시간은 줄고, 그만큼 더 빠르고 강한 스윙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일본프로야구(NPB)에선 2014년부터 직구 평균구속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시속 141㎞대(센트럴리그 141.6㎞·퍼시픽리그 141.3㎞)이던 것이 점차 오르더니 2019년 144㎞대(센트럴리그 144.8㎞)로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양대 리그 모두 140㎞대 중반(센트럴리그 146.4㎞·퍼시픽리그 145.9㎞)을 기록했다. 이 기간 헛스윙 비율은 약 9.1%에서 10.2%로 올랐는데, 일본타자들에게도 빠른 공에 대한 적응력을 키운 시간이었다.

‘구속’은 이강철 감독이 이끈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의 고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투수력의 열세 속에 3-14로 완패한 일본전(10일)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구원등판한 마쓰이 유키(라쿠텐 골든이글스·149.8㎞)를 제외한 일본투수들의 직구 최고구속은 모두 150㎞를 가볍게 넘어간 반면 우리 대표팀 투수 9명 중에선 곽빈(두산 베어스·153.6㎞)과 이의리(KIA 타이거즈·155㎞)만 비슷한 공을 뿌렸다. 일본의 마지막 투수로 나선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 드래건스)의 직구 중에는 156㎞가 최저구속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 타자들은 일본투수들의 빠른 공과 현란한 변화구에 타이밍을 빼앗기곤 했다. 양의지(두산)와 박건우(NC 다이노스)가 홈런 한 방씩,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멀티히트(4타수 2안타)를 터트렸지만, 개인이 아닌 팀의 공격력을 한데 모으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단 1개의 볼넷도 고르지 못한 채 6안타 합작이 전부였다. 이정후는 “태어나 처음 보는 공들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반대로 우리 투수들은 제구 난조로 승부할 기회조차 만들지 못하거나, 스트라이크존 안에 공을 넣으면 얻어맞기 일쑤였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몸에 맞는 공 1개가 전부였던 일본과 달리 우리 투수들의 4사구는 무려 9개였고, 피안타 또한 13개에 이르렀다.

메이저리거부터 백업선수까지 일본타자들은 시속 150㎞가 넘는 직구에도 손쉽게 반응했다. 교체출전한 나카노 다쿠무(한신 타이거즈)는 6회말 정철원(두산)의 140㎞대 후반 직구에 치기 좋은 코스로 올 때까지 골라내다가 9구째에 안타로 연결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큰 충격을 받은 우리 야구계에선 빠르고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의 필요성을 절감한 듯하다. ‘안우진을 뽑았어야 했다’는 얘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KBO리그에도 숱한 강속구 유망주들이 나타났다. 물론 제구력이 동반된 강속구를 던져야 하지만, 구속을 줄여도 제구를 키우면 국내에선 통하니 장점을 잃어가는 사례들이 적잖다. 직구 평균구속이 144.2㎞인 KBO리그에서 지난해 153.4㎞(1위)를 뿌린 안우진(키움)의 재능은 분명 특별하다. 하지만 ‘안우진 같은 투수가 왜 안우진밖에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한국야구 전체에 주어진 숙제다.

도쿄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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