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블로커 변신 박철우 “새 종목 느낌…새 선수로 거듭 나겠다” [인터뷰]

입력 2023-05-11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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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박철우. 스포츠동아DB

‘도드람 2022~2023 V리그’가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박철우(38)는 선수 연장과 은퇴의 갈림길에 섰다. 불혹을 앞둔 나이를 감안하면 당장 그만둔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고민이 깊었다. 그러던 중 원 소속팀 한국전력이 손을 내밀었다. 함께 한 시즌을 더하자는 제안에 마음을 굳혔다.

V리그 원년 멤버 박철우는 2023~2024시즌에도 코트에 선다. 한국전력과 1년간 총 보수액 1억51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5번째 FA 계약에 성공한 박철우는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그동안 구단이 잘해주셨고, 최근 회사가 힘든 상황에서도 재계약 의사를 밝혀주셔서 감사하다. 권영민 감독님도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며 FA 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지난 시즌 개인 기록은 성에 차지 않는다. 선발보다는 웜업 존이 더 익숙했다. 36경기에 출전했지만, 주로 교체로 나섰다. 159점으로 득점 32위다. 통산 개인 최다득점(6583점)의 위상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은 컸다. 주장으로서 항상 앞장섰다. 주어진 역할은 최선을 다했다. 헌신하고 희생하면서 팀 전력에 힘을 보탰다. 그는 “개인적인 성과보다는 팀이 우선이다. 제가 어떤 행동을 할 때는 팀이 가고자하는 방향에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제 마음 속에는 ‘선수는 선수답게’라는 생각이 가득하다”며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한국전력 박철우. 스포츠동아DB


시즌 막판 포지션이 바뀌었다. 측면 공격수가 아니라 중앙을 책임지는 미들블로커(센터)로 자주 출전했다. 그에겐 큰 도전이었다. 자칫 왼손 거포의 명성에 흠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변신에 대해 단 한마디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이 처음 제안했을 때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게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포지션 적응은 쉽지 않았다. 오랜 시간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활약했던 그가 하루아침에 미들블로커로 자리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우선 왼손잡이가 드물다. 그는 “포지션 적응에 참고하려고 여러 가지 영상을 찾아봤는데,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도 왼손잡이 센터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왼손잡이가 불리할까. 그는 “대부분의 플레이가 오른손잡이 위주로 맞춰져 있어 왼손잡이에겐 볼이 반대쪽에서 오는 느낌”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새로 익혀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터와 호흡을 맞추는 속공과 블로킹은 기본이다. 상대의 공이 날아오는 방향을 재빨리 파악하면서 블로킹을 위한 스텝과 손 모양 등에 신경을 써야한다. 네트 근처의 짧은 리시브와 이단 토스도 담당해야한다.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상황들을 대부분 처리하는 포지션도 미들블로커다. 그는 “솔직히 오른쪽 공격수로 뛸 때는 센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해보지 않은 포지션이어서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완전 새로운 종목을 대하는 느낌이었다. 센터들의 고충을 이해했다”면서 “포지션이 바뀌면서 다른 각도에서 배구를 바라본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국전력 박철우. 스포츠동아DB


다음 시즌엔 어떨까. 상황에 따라선 오른쪽 공격을 지원하겠지만, 대부분 미들블로커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빨리 자리를 잡고 팀 전력에 도움을 주기 위해 비 시즌동안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그는 “이번에 재계약할 때 감독님께서 다음 시즌 팀을 이끌어나갈 방향을 말씀하셨는데, 그 의중을 잘 알고 있다. 신인의 마음으로 열심히 하다보면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포지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박철우는 V리그 18시즌을 뛰면서 6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했다. 삼성화재에서 4번, 현대캐피탈에서 2번 정상을 밟았다. 하지만 2020~2021시즌 둥지를 튼 한국전력에서는 우승이 없다. 3위가 최고 성적이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는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해 새로운 선수로 거듭 나는 것”이라면서도 “무엇보다 팀이 챔프전에 올라가는 것이 큰 목표”라며 정상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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