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징계로 포장한 FA컵 로테이션’ 울산, 명분도 결과도 없었다…홍명보는 ‘머쓱’

입력 2023-06-3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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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울산 현대가 명분과 결과 모두 챙기지 못한 채 FA컵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최근 선수단 내에서 불거진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부실한 자체 징계와 사과문으로 빈축을 산 터라 더욱 아쉽다.

울산은 28일 안방인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2023 하나원큐 FA컵’ 8강전에서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5-6으로 져 탈락했다. 박용우, 이규성, 이명재, 정승현 등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4명이 모두 나선 데다, 승부차기를 실축한 마지막 키커가 박용우여서 훨씬 더 뼈아팠다.

공교롭게도 인종차별 논란이 촉발된 것도 10일 제주와 K리그1 경기였다. 이튿날 5-1 대승을 자축하며 이명재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서 댓글을 주고받던 도중 2021년 전북 현대에서 뛴 태국국가대표 사살락(부리람)을 집단 조롱해 파문이 일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2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박용우, 이규성, 이명재에게 출장정지 1경기와 제재금 1500만 원, 울산에 제재금 3000만 원을 부과했다. ‘10경기 이상 출전정지, 1000만 원 이상 제재금 부과’라는 K리그 규정에 턱없이 못 미쳤다. 여기에 더해진 울산의 대응도 함량 미달이었다. 연맹의 징계를 피한 정승현에게만 1경기 출전정지를 내렸다.

주중 FA컵에 대비한 사전포석이라는 의혹까지 샀다. 제주와 FA컵 8강전을 앞둔 28일 오후 울산은 2차 사과문을 게시하며 “연맹의 징계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징계 결과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리고는 예상대로 논란의 주인공들을 전원 선발 출전시키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불행히도 이 결정은 파국으로 끝났다. 최근 수원FC의 안방 수원종합운동장의 장애인좌석 문제를 질타하며 사회적 약자를 감싸는 듯했던 홍명보 울산 감독도 머쓱하게 됐다. 그가 줄곧 강조한 프로의식은 인종차별 선수 감싸기와 침묵으로 희석됐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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