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만 명 다녀간 ‘어머니전’ 감동 스펙트럼 더 넓어져

입력 2023-09-07 0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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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사랑을 추억하며 감동과 치유, 희망을 전하는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이 8월 24일 ‘서울관악 하나님의 교회’에서 오픈했다. 2013년 시작돼 10년 동안 전국을 73회 순회하며 관람객 86만 명의 마음을 적신 전시다. 사진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방문객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서울관악 하나님의 교회’서 새롭게 개관
어머니 사랑 추억하는 작품·소품 늘어
묵묵한 父情 담은 ‘아버지전’도 열려
몇 해 전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20대 여성의 사연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전신 67%에 심한 화상을 입으면서까지 네 살배기 아들을 꼭 끌어안은 채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외상없이 무사했지만 여성은 사경을 헤매다 구조 2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죽음에 익숙한 법의학자도 여성의 사연을 알고 슬픔에 잠겼다. 그는 “부검을 하기 전 엄마의 눈가에 말라붙은 눈물 자국이 보였다”며 “혼자 될 아이 생각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저도 속으로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추억 담긴 소품과 작품 늘어

자식을 위해 고통을 참으며 생명조차 아낌없이 내어주는 ‘어머니 사랑’은 늘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 사랑을 추억하며 감동과 치유·희망을 전하는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이하 하나님의 교회)가 주최하고 ㈜멜기세덱출판사가 주관하는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이하 어머니전)이다. 2013년 6월 서울 강남에서 시작한 후 10년 동안 전국을 73 회 순회하며 관람객 86만 명의 마음을 ‘어머니의 사랑’으로 적셨다. 해외에서도 13회에 걸쳐 열렸다.

대구와 전북 전주에서 전시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8월 24일 ‘서울관악 하나님의 교회’에서 새롭게 개관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박효석, 이운룡, 김초혜, 허형만, 문병란 등 기성 작가의 글을 포함해 다양한 작품과 소품 총 229점이 풍성하게 전시돼 있다. 특히 멜기세덱출판사 문학 동호인, 사진작가, 관람객의 작품 중 수필, 사진, 영상을 추가하고 신규 소품존 5곳을 더했다. 작품과 소품이 늘면서 관람객들의 감동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A존 ‘엄마’에는 유년시절 모든 아이들의 우주 그 자체였던 엄마와의 추억이 곳곳에 걸려 있다. 글쓴이는 다르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한 시와 수필 한 줄 한 줄이 마음을 울린다. 이어 들어선 곳은 ‘그녀’라는 이름의 B존. 어머니이기 전 소녀였고 여인이었던 시절을 비춘다. 새로 들인 소품존 ‘그녀의 청춘’이 눈길을 끈다. 그 시절 어머니는 팔레트에 짠 알록달록한 물감으로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덩치 큰 기타로 어떤 곡을 연주했을까.

어머니의 손때 묻은 소품을 눈으로 어루만지다 보면 ‘다시, 엄마(C존)’가 된 그녀를 만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첫선을 보인 수필 ‘유전’은 자신과 동일한 질병으로 고생했을 어머니의 아픔을 뒤늦게 이해한 자녀의 회한을 풀어내 보는 이들을 울렸다.

어엿한 성인이 되고 자식을 둔 부모가 되어도 어머니의 눈에 자녀는 그저 어린아이와 같다. 환갑이 넘은 아들을 매일 아침 “아가”라고 부르는 노모의 이야기가 있는 D존 ‘그래도 괜찮다’에서는 연신 가슴이 저릿하다. 신규 소품존 ‘기억 보관소’는 어머니가 자녀에게 물려준, 세상 하나밖에 없는 물건들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머니’란 단어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의 총체이자 원천이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울컥’하고 마는 이유다. ‘뜨스운 사랑’이란 문구와 함께 놓인 밥그릇, 겨울 난로 위에 겹겹이 쌓였을 도시락, 떡시루, 돌확(돌로 만든 조그만 절구), 꿰맨 함지박. 사진 속 어머니의 얼굴과 손등엔 세월이 굵고 깊게 새겨져 있지만, 그 사랑은 세월을 먹지 않았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담은 시와 조금은 긴 글들이 방문객들의 발을 오래도록 붙든다. 곳곳에서 훌쩍훌쩍 눈물 삼키는 소리의 여운이 길고 애잔하다. 입대를 앞두고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사진, 보름달 빵, 단팥빵의 추억 글이 마음을 쥐어짠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꾹꾹 눌러쓴 어머니 편지의 마지막 인사 “내내 긍강해라”에서 결국 눈물을 훔치고 만다.

‘진심, 아버지를 읽다’전의 사진 작품 <사투(死鬪)>, 황철희 作



●관람객들, 어머니 사랑으로 치유하고 화해

“어머니의 품이야말로 언제까지나 사람이 동경하는 최초의 집이며, 그 속에서 인간은 안전하고 최고의 위안을 받는다.”

어느 정신의학자의 말처럼, 관람객들은 어머니 사랑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를 받는다. 앞서 전시회를 방문했던 관람객들이 남긴 후기도 감동적이다. 형제들과 등졌던 중년 여성이 용기를 내 화해하거나 무뚝뚝한 남성이 난생처음 어머니께 ‘사랑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는 등 숱한 미담이 쏟아진다.

“어머니 얼굴이 계속 겹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흐르는 눈물에 전시물 보는 것이 버거울 정도였다”, “생계 때문에 바쁜 엄마가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이 달라졌다.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원망만 했는데 용기 내서 ‘고맙다’고 말했다”, “무심코 뱉은 말이 엄마에게 엄청난 상처가 됐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는 글도 쇄도했다.

어머니전은 한국을 넘어 미국, 페루, 칠레에서도 열려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자치구청장은 “다른 이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전시회를 개최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표창을 수여했다. 8월 6일에는 남미 페루 우앙카요에서 개관해 현지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전시장을 찾은 소시모 카르데나스 무헤 후닌 주지사는 “생명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돌아봤다”고 감동을 표했다. 밀라그로스 인체 아리아스 부주지사는 “정말 놀라운 전시회다. 나도 여자로서 행복을 느끼고 간다”고 호평했다.


●아버지의 삶과 사랑 조명 ‘아버지전’도 열려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조명한 ‘진심, 아버지를 읽다’전(이하 아버지전)이 8월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새예루살렘 이매성전’에서 개관했다. 경남 창원 의창에서도 10월 31일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아버지전은 어머니전의 후속으로 2019년 2월 서울 관악에서 개관한 이후 부산, 대전, 광주 등을 순회하는 동안 17만 명이 다녀갔다.

시인 나태주, 정호승, 하청호, 만화가 이현세 등 기성 작가의 작품들을 포함해 아버지와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작품 약 170점이 전시돼 있다. ‘아버지 왔다’ ‘나는 됐다’ 등 아버지들이 평소 사용하는 일상 언어를 차용한 테마관 이름에서부터 아버지의 묵묵한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격동의 시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라는 소품존은 중년 남성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특히 오래 머무는 곳이다. 한국전쟁, 파독 광부, 베트남전 참전 등 한국의 굵직한 시대사를 관통한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공사장을 연상케 하는 철제 비계에 놓인 손때 묻은 일기장과 수첩, 작업복과 안전모 등이 거친 현장에서 가족 생각으로 버텼을 아버지 마음을 대변한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인 이용웅(70대) 씨는 “내 과거를 다큐멘터리로 전시한 것 같아서 가슴이 뭉클하고 여러 번 눈물이 났다. 인생에서 가장 감명 깊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딸과 손주의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임종 전까지 수제 비누를 만든 아버지의 이야기는 세대를 불문하고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하나님의 교회는 전국 주요 도시에서 추가로 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화요일과 토요일은 휴관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와 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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