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현 GS칼텍스 감독, “관건은 변화와 팀워크의 부활…물음표를 느낌표로 돌려놓는 시간” [V리그 개막특집]

입력 2023-09-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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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선수들이 경기도 청평의 배구단 전용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 | GS칼텍스 배구단

V리그 여자부 ‘전통의 명가’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5위에 그쳤다. 2021~2022시즌 3위도 만족할 수 없었는데, 그보다 2계단 더 내려앉았다. 2020~2021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까지 싹쓸이하며 통합우승을 일궜던 터라 상처는 더욱 깊었다.

경기도 청평의 GS칼텍스 배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승부사’ 차상현 감독(49)의 지난 시즌 평가는 간단명료했다. “실패했다. 나름 해보려고 했는데 한계가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다. 지난 시즌 개막에 앞서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차 감독은 “우리의 장점은 팀워크다. 어느 팀보다 끈끈하다고 자부했는데, 모두의 마음이 한데 묶이지 않았다. 어렵겠다 싶었고, 역시 그랬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3시즌 연속 시련은 용납할 수 없다. 다시 단단한 팀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 감독은 변화를 선언했다. 코칭스태프 교체와 주장단 개편을 통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다만 외적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 그는 “선수단 미팅에서 나부터 달라지겠다고 이야기했다. 서로가 더 배려하고 희생하자고 강조했다. 이전에는 굳이 안 내도 될 화를 많이 냈다. 너무 강하게 선수들을 몰아세웠다. 더 유연해져야 했다. 부드럽진 않아도 최대한 여유롭게 생각하고 대처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효과가 금세 나타나고 있다. 특유의 발랄함과 통통 튀는 에너지가 훈련에서부터 느껴진다. 하늘의 영역인 우승은 별개지만, GS칼텍스 고유의 장점인 팀워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차 감독은 자부했다. 그는 “패할 수 있다. 언제든지 져도 괜찮다. 그런데 팀 내 결속이 깨지면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 새 시즌 우리의 옛 모습이 조금씩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컵대회에서 우승했다.

“지난해에도 컵대회를 우승했지만 올해와 차이가 있다. 분위기가 확실히 살아났다. 고비도 있었지만, 우리만의 끈질긴 팀 컬러가 나타났다. 좋은 시즌을 보내기 위한 하나의 과정을 잘 넘어섰다. 긍정의 힘과 자신감을 되찾은 계기가 됐다. 여러모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차상현 배구는 팀워크에 높은 비중을 둔다.

“지도철학의 기본이 팀워크다. 개인기량과 기술을 이겨내는 것이 바로 팀플레이다. 혼자 배구를 할 수 없다. 개인 역량이 40% 정도 차지한다면, 팀 에너지는 60%에 달한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은 배구에서도 다르지 않다. 모든 지도자들처럼 나도 많은 경기를 이기고 싶고, 최대한 승수를 쌓고 싶다. 물론 100% 이길 수는 없다. 경기력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며 팀 내 단결이 지켜지면, 패하는 경기도 나쁘지 않다. 팀워크가 깨졌는데 멤버가 좋아 우승한다면 그건 오래 갈 수 없다. 가짜 우승과 진짜 우승은 ‘팀’에 달렸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이 경기도 청평의 배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환한 웃음으로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제공 | GS칼텍스 배구단



-GS칼텍스의 훈련은 혹독하기로 정평이 났다.

“이름값이 높든 아니든, 고참이든 아니든 모두가 열외 없이 똑같이 땀을 흘려야 한다. 훈련에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면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우리는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며 훈련하는 데 주력한다. 훈련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훈련만큼은 양보하지 않겠다’고 항상 주지시킨다.”


-소위 ‘미친 선수’를 자주 언급하는데.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눈빛이 빛나야 하고 항상 전투준비를 마쳐야 한다. 훈련부터 미친 선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를 이길 수 있다.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항상 이길 자세가 돼 있지 않으면 성과를 얻을 수 없다.”


-GS칼텍스는 좋은 선수들도 많이 키웠다.

“우리의 큰 자랑이다. 이 부분은 자부할 수 있다. 무조건 좋은 선수들을 사들여 성과를 내지 않았다. 비싼 돈을 들여서 우수 자원들을 영입하기보다 자체 성장과 내부경쟁을 통해 힘을 키워왔다. 주장을 맡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강소휘와 영리한 플레이가 장점인 유서연, 분위기 메이커 권민지,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문지윤, 세터 김지원 등 젊은 피들이 잘 자라줬다.”


-새 시즌 방향은 정했는지.

“봄배구 복귀가 1차 목표다. 모두 간절하다. 거기부터 출발하려고 한다. 성적을 확신할 수 없다. 아직은 경계선에 있는 것 같다. 다만 가능성을 하루하루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팀워크가 특히 중요하다. 필리핀국가대표 세터 아이리스 톨레나다와 아포짓 스파이커 지젤 실바 등의 호흡을 잘 다져야 한다. 항저우아시안게임 등 대표팀 차출이 잦았던 선수들이 팀 복귀 후 어떤 퍼포먼스를 펼칠지에 따라 성적이 가려질 것이다.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


-정규리그 개막이 성큼 다가왔다.

“부담과 설렘이 있다. 아직까지는 물음표에 가깝다. 무엇보다 팀원 모두와 함께 손발을 맞추지 못했다는 부분이 걱정스럽다. 훈련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시아쿼터도 굉장히 큰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 향후 V리그 방향까지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다. 팀워크라는 초심을 되찾아 다시 정상을 노크할 수 있는 팀이 됐으면 한다.”

청평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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