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박찬호. 스포츠동아DB
박찬호는 11일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했다. 유격수 부문에서 LG 트윈스 오지환(33)과 함께 어느 포지션보다 치열하게 경쟁했다. 결국 34표차로 오지환에게 가로막혀 황금장갑 수상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그러나 1등만큼이나 값진 찬사가 박찬호에게 쏟아졌다. 대개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는 수상이 예상되는 후보들만 참석한다. 오지환과 경합이 예상되긴 했지만, 박찬호는 2위가 유력해 보였다. 그럼에도 박찬호는 시상식에 참석해 오지환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2등의 품격’으로 치켜세워질 정도로 훈훈한 장면이었다.
일주일 넘게 시간이 흘러지만, 아직은 그 여운이 남아있을 법한 연말이다. 박찬호는 여전히 쑥스러운 듯 겸손한 소감으로 일관했다. 그는 “인정할 만한 결과다. 물론 내 주변에선 더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그 정도 표차를 예상했다. 그래도 시상식 현장에서 창피하지 않았다. 그걸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박찬호는 10월 경기 도중 투구에 맞아 척골 분쇄골절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받아야 해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올 정규시즌 성적은 130경기에서 타율 0.301(452타수 136안타), 3홈런, 52타점, 73득점, 30도루다. 개인 성적을 조금은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그는 “어차피 지나간 것 아닌가. 이제는 새 시즌을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 나는 내가 목표로 세운 것을 달성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너무 재밌다. 그런 것에 희열을 느끼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새 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은 없다.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마음뿐이다. 그는 “부담은 크게 없다. 오히려 가지고 있는 생각은 더 편안하다”며 “아마 새 시즌에는 다시 3할을 못 칠 것이다. 타율보다는 출루율과 장타율을 높이고 싶은 마음”이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박찬호는 연말에도 꾸준히 야구장으로 출근해 계속 운동하고 있다. ‘비시즌 휴식을 벌써 마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쉴 만큼 쉬었다. 이제는 쭉 달릴 일만 남았다”고 답했다. 이어 “수술로 시즌을 조금 일찍 마치면서 두 달을 쉬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이제 내게 휴식이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