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문 수비’에도 우승 호언 클린스만 감독이 되새겨야 할 ‘수비를 잘해야 우승’

입력 2024-01-28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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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말 그대로 총력전이었다. 경고누적에 따른 우려가 적지 않았음에도 주축들이 대부분 투입됐다. 승리와 조 1위를 향한 의지가 엿보였다. 지나치게 빨리 성사될 뻔했던 한·일전의 부담이 적지 않았음에도 64년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위해선 16강 토너먼트에 앞서 분위기 회복이 최우선이라고 여긴 듯했다.

그러나 얻은 것은 없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알와크라 알자누브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 3차전에서 약체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겼다. 바레인과 1차전을 3-1로 잡은 뒤 요르단과 2차전에서 2-2로 비겼던 한국은 이로써 1승2무, 승점 5에 그쳤다. 바레인이 2승1패, 승점 6으로 조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결국 조 2위로 밀려났다.

‘천신만고’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졸전이었다. 상처만 가득했다. 전반 21분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헤더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6분과 17분 잇달아 실점하며 1-2로 끌려갔다. 후반 38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동점골과 후반 추가시간 4분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페널티킥 역전골로 다시 앞서다가 종료 직전 뼈아픈 동점골을 내줬다.

한국은 31일 오전 1시 알라얀 에듀케이션시티스타디움에서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탈리아)이 지휘하는 F조 1위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을 펼친다. 만치니 감독의 연봉은 무려 2500만 유로(약 363억 원)로 알려져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높은 명장과 아시아 최고의 시장가치를 자랑하는 태극전사들의 만남이다. 축구이적시장 전문매체 트란스퍼 마르크트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손흥민의 가치를 각각 6000만 유로(약 872억 원), 5000만 유로(약 726억 원)로 추산한다. 이강인은 2200만 유로(약 320억 원)다.

불안감이 크다. “1-0보다 4-3 승리가 좋다”던 클린스만 감독의 큰소리가 무색하게 ‘인-플레이’ 상황에서 시원한 장면을 만들지 못한 화력도 아쉽지만, ‘자동문’으로 전락한 대표팀의 수비력은 처참할 지경이다. 지난해 9월 웨일스와 평가전부터 A매치 7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던 ‘클린스만호’는 정작 본 무대에선 매 경기 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6실점하는 동안 취약 포지션으로 지목됐던 풀백 진용은 물론 세계 최고의 중앙수비수 김민재와 제대로 호흡하지 못한 파트너, 실수가 잦았던 골키퍼 등 여러 문제점만 노출했다.

말레이시아전을 마친 뒤에도 우승을 향한 근거 없는 자신감을 드러낸 클린스만 감독은 “상대 역습 대처는 짚고 넘어가겠다. 보완이 필요하다. 선수들과 수비를 놓고 진지하게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수비 조직은 짧은 시간에 완성될 수 없고, 이제는 새로운 카드조차 없다. 종아리 부상을 입은 왼쪽 풀백 김진수(전북 현대)의 복귀 정도가 유일한 위안이다. “공격을 잘하면 (경기를) 이기고, 수비를 잘하면 (대회를) 우승한다”는 이야기가 새삼 불편하게 다가오는 ‘클린스만호’의 현주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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