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축구대표팀 불협화음…한국축구는 ‘원팀’이 아니었다!

입력 2024-02-14 17: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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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카타르는 한국축구에 감동과 환희의 땅이었다. 멀게는 극적으로 1994미국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던 ‘도하의 기적’이 있고, 가깝게는 2022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이 있다. 그러나 1년여가 흐른 지금, 흐뭇한 영광과 추억은 말끔히 지워졌다. 오히려 온갖 추문들이 쏟아진 ‘악몽의 땅’으로 당분간 기억될 듯하다.

64년만의 아시아 정상을 목표로 출전한 2023카타르아시안컵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요르단과 준결승에서 0-2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벤투호’의 5년 전 아랍에미리트(UAE)대회 8강보다는 좋은 성적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벤치는 무능했고, 선수들의 경기력은 참담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후반 종료 직전 극장 동점골과 승부차기 승리, 연장 혈투 끝 역전승을 거둔 호주와 8강전에 잠시 가려졌을 뿐이다.

더 선, 데일리 메일 등 영국 대중지들의 14일(한국시간) 보도는 말 그대로 한국축구에 핵폭탄을 떨어트렸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이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과 물리적 충돌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손가락이 탈구됐다는 것이다. 결국 대표팀의 ‘모래알 조직력’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대회 이후 사상 2번째 원정 16강의 기적을 썼던 카타르월드컵 때도 대표팀에는 내부갈등이 있었다. 대표팀 의료진과 해외파 선수가 고용한 개인 트레이너 사이에서 빚어진 사태, 이른바 ‘2701호’ 사건이다. 기대한 성적이 따르면서 적당히 덮고 넘어갈 수 있었으나 아시안컵에서 제대로 터졌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팬들은 대표팀의 끈끈한 응집력을 원한다. 그러나 이런 바람과는 다른 모습이 요즘 들어 지나치게 자주 드러나고 있다. 강한 카리스마와 명확한 축구철학을 지닌 파울루 벤투 감독(55·포르투갈)이 UAE대표팀으로 향하고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핵심 선수들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클린스만호’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해 3월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A매치 시리즈를 마친 뒤 태극마크 반납을 시사하는 발언을 남긴 데 이어 손흥민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언팔(구독 취소)하면서 둘 사이에 불화설이 등장했고, 지난해 11월 중국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원정경기를 마친 뒤에는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28·울버햄턴) 등 일부 유럽파가 사비로 전세기를 임대해 조기에 귀국해 당혹감을 안겼다. 물론 대한축구협회와 클린스만 감독의 허락이 따랐다고 하나, 단체합숙기간의 ‘개인행동’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축구인들은 “모두가 따로 놀고 있는 것 같다. 해외파와 국내파의 오랜 갈등은 그대로이고, 해외파마저 확실히 뭉치는 느낌도 없다. 게다가 1992년생과 1996년생의 보이지 않는 갈등처럼 세대충돌까지 있다. 뭔가 한참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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