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고한 양궁 레전드 기보배, “국민들의 관심, 동료들의 도움, 가족의 헌신 덕분에 행복했다”

입력 2024-02-14 22: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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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배. 사진 | 뉴시스

“활을 잡은 27년 동안 국민들의 관심, 동료들의 도움, 가족의 헌신 덕분에 행복했다.”

한국양궁을 대표하는 레전드 기보배(36)가 활을 내려놓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1997년 처음 활을 잡은 이래로 국내·외 대회에서 금메달 94개를 비롯해 은 50·동 43을 수확한 그는 “활시위는 내가 당겼지만 과녁의 명중은 나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의 덕분이었다”는 말을 남기며 떠났다.

기보배는 14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진 은퇴 기자회견에서 “27년 동안 이어 온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며 “선수 생활을 하며 느낀 실전 경험을 이론에 접목하고자 학업을 병행해 2022년 체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올림픽 효자종목인 양궁이 일상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도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서 역할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보배는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양궁의 레전드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한 데 이어,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단체전 2연패에 성공했다. 양궁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에서도 2010년대 한국양궁이 세계정상에 서는 장면마다 함께했다.

‘엄마 선수’가 되기 전후로 보여준 경쟁력도 인상적이었다. 딸 성제인 양(6)을 임신한 지 2개월째가 됐던 2018년 5월 종별선수권대회에서 비를 맞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출산 후 출전한 2021년 ‘올림픽제패기념 회장기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우승은 기보배에게 올림픽 금메달 이상으로 의미가 깊다. 스스로도 “출산 후 지난해에 다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소속팀에서 결혼한 선수를 반기진 않겠지만 나를 향해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후배들을 보며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내심 기보배의 2024파리올림픽 도전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광주여대 후배 안산과 임시현 등 뛰어난 후배들이 많아 이들에게 파리에서 금맥 수확을 맡기고 선배이자 해설가로서 응원하겠다는 생각이다. 기보배는 “한국양궁이 파리올림픽에서 여자 단체전 10연패에 도전한다. 7연패와 8연패 순간에 내가 있었는데, 당시 중압감과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며 “사실 한국양궁의 내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그 안에서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만약 다시 태어나면 양궁을 하지 않는 대신 좋아하는 마음만 갖고 응원만 하겠다”고 웃었다.

이제 기보배는 가정으로 돌아간다. 아내의 커리어를 위해 육아휴직까지 불사했던 남편 성민수 씨(43)의 헌신, 주말에만 엄마를 만나야 했던 딸 제인 양의 눈물을 잊지 않고 있다. 이날 성 씨는 아내의 선수생활 27년을 기념하고자 순금 27돈짜리 금메달을 준비해 눈길을 모았다. 기보배는 “가족의 헌신이 이렇게 성대한 마무리로 이어졌다. 딸이 컸을 때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양궁이 올림픽 시즌에만 주목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공헌할 계획”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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