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외부 FA 투수에 쓴 돈 0원…꺼진 불도 다시 본 KT의 투자법 [베이스볼 브레이크]

입력 2024-02-18 1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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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시영·문용익·이태규(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KT 위즈가 외부 프리에이전트(FA) 투수를 영입한 것은 2015년 3+1년 14억5000만 원에 계약한 김사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 9년간 투수든 타자든 2차 드래프트, FA 보상선수 지명, 트레이드, 방출선수 영입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선수층을 보완하며 강팀이 됐다. 특히 마운드에선 명투수 출신 이강철 감독과 여러 투수 부문 지도자들이 남다른 안목으로 선수를 평가하면, 전략데이터팀에서 근거를 준비해 선수를 납득하게 만든 뒤 본인조차 몰랐던 잠재력을 끄집어내곤 했다. 달리 말해 모두가 다 꺼진 줄 알고 지나쳤던 재를 불타오르게 만든 것이다.

대표작 중 하나가 박시영(35)이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 하향세를 그리던 그는 KT로 이적한 뒤 주무기 포크볼 대신 슬라이더를 두 배 이상 활용하며 2021년 데뷔 첫 두 자릿수 홀드를 작성했다. 박시영은 “슬라이더는 내 제2구종에 불과했지만, 감독님, 코치님께서 나조차 몰랐던 내 또 다른 능력을 발견해주셨다. 내 야구인생이 바뀌게 된 계기였다”고 밝혔다.

다음 기대주는 김재윤(삼성 라이온즈)의 FA 보상선수인 문용익(29)과 KIA 타이거즈에서 2차 드래프트로 이적한 이태규(24)다. 시속 150㎞가 너끈한 문용익은 KT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그는 “감독님께서 ‘네 슬라이더가 참 좋다’고 칭찬하셨다”며 “사실 평범한 줄만 알았던 구종이다. 전략데이터팀의 분석을 듣곤 슬라이더를 더 잘 활용할 방법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태규는 1군 기록조차 없는 무명의 선수지만, KT에선 스프링캠프 첫 불펜피칭부터 감탄사를 자아냈다. 이 감독은 “가라앉는 듯하다가 스트라이크존 하단으로 차오르듯 뻗어 꽂히는 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우리가 자신감만 키워주면 좀더 좋아질 것”이라고 칭찬했다.

KT는 FA 보상선수든, 2차 드래프트 선수든 누구나 실력에 따라 목표를 높게 잡을 수 있는 팀이다. 2차 드래프트에서 KT에 지명돼 FA 재계약(2019년·2년 7억 원)까지 맺었던 금민철, FA 직전 시즌인 지난해 부진했지만 잔류 계약(2+2년 16억 원)으로 반등의 계기를 잡은 ‘원 클럽 맨’ 주권, 지난달 비FA 다년계약(5년 107억 원)을 한 에이스 고영표 등 합리적 투자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특히 역대 대졸 투수 최초로 100억 원대 계약을 따낸 고영표가 구단으로부터 확실하게 대접받은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단 전체에 동기부여가 강해졌는데 특히 어린 투수들이 상당히 고무됐다. ‘고영표 선배처럼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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