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가 강한 사령탑과 선수의 만남…OK금융그룹 오기노 감독과 레오의 특별한 ‘케미’

입력 2024-02-26 1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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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그룹 오기노 감독(왼쪽)·레오.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V리그 남자부에서 눈길을 끄는 팀 중 한 곳은 OK금융그룹이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54·일본) 체제에서 독특한 ‘수비배구’로 결과와 과정 모두를 잡고 있다. 특히 주포 레오(34·쿠바)도 사령탑과 끈끈한 호흡을 보이며 3시즌만의 ‘봄배구’ 진출에 앞장서고 있다.

OK금융그룹은 26일까지 승점 50으로 3위를 달리고 있다. 4위 한국전력(승점 47), 5위 삼성화재(승점 44)와 격차를 벌리며 ‘봄배구’ 진출 가능성을 점점 높이고 있다. 오기노 감독 특유의 수비배구가 팀에 녹아들면서 최소 범실 1위(553개)에 올라있는 게 돋보인다.

오기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OK금융그룹은 스파이크 서브 대신 플로터 서브를 주로 구사하며 범실을 줄였다. 약한 서브에 이은 상대의 강한 공격은 자체적인 블로킹·디그 시스템으로 막아내고 있다.

성과를 내고 있지만, 수비배구는 종종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특히 정규리그 3라운드에는 6전패를 당하면서 큰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더해 오기노 감독이 주포 레오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서 불화설까지 흘러나왔다. 수비배구를 고집하던 오기노 감독, 과거 5시즌 동안 V리그의 왕으로 군림했던 레오 사이에 타협점을 찾기 힘들어 보였다.

사진출처 | OK금융그룹 배구단 SNS


그러나 OK금융그룹은 4라운드 6전승으로 반등하며 지금은 ‘봄배구’ 진출 경쟁에서 한 발 앞서있다. 오기노 감독이 팀을 위한 타협점을 찾은 결과다. 시즌 초반 오기노 감독은 레오를 향한 ‘몰빵’과 스파이크 서브를 지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레오의 공격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스파이크 서브도 허락해줬다. 팀과 레오 모두 살아나기 시작했다.

사령탑이 손을 내밀자 선수는 활약으로 화답했다. 레오는 공격점유율이 늘기 시작한 4라운드부터 13경기 51세트에서 414득점, 공격성공률 60.13%를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오기노 감독은 “레오가 팀을 위해 변하려고 노력했고, 지적사항을 잘 받아들였다. 그동안 힘으로만 공격했지만, 이제는 손 모양을 다양하게 해 상대의 허를 찌르고 있다”고 칭찬했다. 레오도 “배구관이 서로 달라 부딪히는 것은 일종의 시행착오다. 감독님과 나는 늘 팀의 승리만 생각하고 있다”며 “한 경기 50득점을 올리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배구 스타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팀이 ‘봄배구’ 무대에 오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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