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크리스마스이브 잊고 16G서 11승…현대캐피탈 재도약 기틀 닦은 진순기 감독대행

입력 2024-03-06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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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진순기 감독대행. 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 진순기 감독대행(41)은 구단이 최태웅 전 감독의 교체를 알린 지난해 12월 21일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사흘 만에 첫 경기를 치러야 했다. 9시즌이나 팀을 이끈 최 전 감독이 떠난 여파로 선수단 분위기는 몹시 어수선했다. 당시 진 대행은 “다들 많이 울고 침통해했다. 나도 당황한 한편 몹시 슬펐다”고 밝힌 뒤 “선수들에게 남은 시즌 이뤄야 할 팀과 개인의 목표를 상세히 정하게 해 (난관을) 슬기롭게 대처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진 대행의 심지는 선수단에 금세 전해졌다. 현대캐피탈은 그가 지휘봉을 처음 잡은 12월 24일 한국전력전부터 5연승을 내달렸다. 최하위 추락의 위기에서 다시 포스트시즌(PS) 진출을 꿈꿀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급변했다. 진 대행은 “우리도 ‘봄배구에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다시 품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열을 재정비한 현대캐피탈은 진 대행 체제로 치른 16경기에서 11승(5패)을 거뒀다. 이 기간 무승점에 그친 것은 3경기에 불과하다. 무려 31점의 승점을 쓸어 담았다. 같은 기간 12승4패로 승점 36점을 챙긴 대한항공에 이어 2위다. 5일 KB손해보험에 셧아웃 승리를 거둔 6위 현대캐피탈(15승18패·승점 47)은 이제 4위 삼성화재(18승15패·승점 48), 5위 한국전력(16승17패·승점 47)과 근소한 차이로 PS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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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대행은 구단의 신임 사령탑 선임에 따라 올 시즌을 마치면 지휘봉을 넘긴다. 단, 대행으로서 보여준 성과와 리더십은 오래도록 남을 분위기다. 진 대행은 고질적 범실(36개) 탓에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한 지난달 20일 삼성화재전처럼 아쉬운 결과를 낸 날에는 “최악의 경기였다. 훈련장에 돌아가 해결되지 않는 이 문제의 극복을 위해 선수들을 소집할 것”이라고 따끔하게 말하기도 했다. 현대캐피탈은 바로 다음 경기인 지난달 24일 한국전력전에선 범실을 15개로 줄이며 셧아웃 승리를 챙겼다.

다음 시즌부터 사령탑에 앉을 필립 블랑 신임 감독에게도 현대캐피탈의 반등은 반길 일이다. 현대캐피탈은 최 전 감독과 함께한 고된 리빌딩 끝에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으로 다시금 ‘명가 재건’의 희망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 대행은 최 전 감독의 노고가 수포로 돌아가지 않게 했다. 블랑 감독이 배턴을 이어받기 수월하게 현대캐피탈의 재도약 발판을 마련한 주역이 바로 진 대행이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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